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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미국·일본·대만 의대정원의 평균값 제안합니다

중증 환자들은 전쟁도 아닌데 갑자기 발생한 의료비상사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뇌전증 수술은 어려워서 부산, 광주, 대구 등 비수도권 국립대병원들은 전혀 하지 못합니다. 

2차병원에서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정부의 급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한 번에 너무 큰 폭의 증원은 학생, 전공의, 교수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습니다. 

중증 환자들과 의대생, 전공의를 위해서 용기를 내어 중재안을 제안합니다.

2025년부터 5년 동안 증원되는 의대생은 10-20년 후에 사회에 나오게 되므로 모두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해야 합니다. 

정부는 2000명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줄이고, 전공의는 합리적인 증원 규모에는 동의하고 환자들 곁으로 빨리 돌아와야 합니다. 

적정 의대정원은 정부, 의사단체들, 보건전문가들 사이에 너무 달라서 이럴 때에는 의료시스템이 한국과 비슷한 다른 나라들(미국, 일본, 대만)의 현황을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의대정원(한의대 제외)은 인구대비 일본(1.3배)에 비해 900명 적고, 미국(1.52배)에 비하면 1600명이 적으며, 대만(1.16배)에 비해 500명이 더 적습니다. 

대만은 작년에 AI 교육을 강화하는 의과대학원 3개를 신설해서 정부가 학비를 지원하는 의과대학원생 129명을 증원했습니다. 

미국에는 두 종류의 의과대생이 있는데, medical doctor(MD) 학생 2만2981명과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 (DO) 학생 약 7300명으로 의대정원은 약 3만281명이며, 미국은 1년에 3만7000명 이상의 1년차 전공의를 선발하고 있어 인구 대비 한국 전공의 수(3115명)의 1.8배로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의료 수가가 몇배 높은 미국의 의대 교수 수는 한국의 4~5배 이상으로 많아서 전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훨씬 작게 보이는 것이다. 

한국의 전공의 정원은 인구 대비 미국의 55.6%밖에 안 되므로 업무량이 더 많을 수밖에 없지만, 한국 의대 교수의 업무량은 미국 교수의 3~5배나 많습니다. 

미국 전공의 업무는 한국과 비슷하며, 필자도 미국 전임의 시절 뇌전증 환자 응급실 당직을 해본 적이 있는데, 한밤중에 병원으로 걸려오는 환자 전화를 집에서 받고 전화상담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는 꼭 필요한 의료자원입니다. 왜냐하면 중증 질환의 최신치료는 매우 세분화·정밀화되어 있어서 교수, 전임의, 전공의 역할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입원환자 1명당 교수·전임의·전공의가 한팀이 되어서 치료하고 있다. 

전공의는 매우 세분화된 여러 전문의들과 모두 소통하면서 배우고 감별진단 및 교통정리를 하는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20~30년 동안 심장질환만 진료한 교수에게 갑자기 간암을 보라고 하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는 내과 질환 전체의 최신 지식을 알고 있는 유일한 직군으로 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대학병원에 교수가 많은 이유는 병원 월급은 적지만, 주말에 다른 병·의원에서 일하면서 월급을 보충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사립·공립 병원들은 의대교수들의 파트타임 진료와 협진을 많이 요청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수가가 낮고, 교수는 규정상 다른 병원에서 진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의료보험공단(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이 전공의 월급을 지급하는데,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와 교수의 월급을 모두 부담하는 가장 열악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미국 수가의 5-10분의 1로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사 1명은 미국 의사 보다 몇 배 (개원의 2배, 의대교수 3-5배)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어서 미국 의사 2-5명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의대교수들은 늦은 밤에 퇴근하고 있으며 과로사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러한 의사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각종 건강 지표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안대로 2000명을 증원하면 의료수가가 몇 배 높은 미국 의대정원 보다 400명이나 더 많아지고, 의대정원 증가율이 무려 65%로 너무 급격하게 변화가 이뤄집니다. 

이보다는 하루 진료 환자 수와 의료 환경이 비슷한 일본 수준이 우리나라 실정에 더 적합합니다. 

일본에도 아직 인기 전문과 편중과 지역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일본은 전국 지역에 자격 기준을 만족하는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거점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전국 거점 병원 협의체를 구성해 관리하면서 지역 의료를 살리고 있다. 

한 에로 오사카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은 주변의 140개 병의원들과 소통하면서 뇌전증의 지역 진료연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성과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일본은 전국 28개 현에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지정하여 어려운 수술까지 지역에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점 뇌전증병원 시범사업을 시작하여서 점차 다른 난치성 질환들로 확대하면 지역 의료가 크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뇌전증 수술 수가는 일본에 비하여 너무 낮아서 신경외과 의사들이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증 난치성 질환의 수술료부터 빨리 올려야 하며, 미국·일본·대만이 앞으로 어떤 미래 의료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종합해서 말씀을 드리면 정부의 5년 동안 연간 2000명 의대정원 증원 계획 대신에 10년 동안 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미국·일본·대만 의대정원의 평균값인 1004명 증원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5년 후에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의 상황을 재평가해 의대정원의 증가·감소를 다시 결정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1004명 증원은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의대 17개를 50% 증원하는데 372명을 사용하고, 나머지 632명은 비수도권 의과대학들에 배분해 지방의료를 강화해야 하며, 앞으로 10년 동안 부족한 의사 수는 65세 이상 교수들의 정년 후 5년 연장 근무제와 일본과 같이 주말에 다른 병원의 파트타임 근무제 등의 도입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는 1004명 증원과 동시에 필수의료 수가의 대폭 인상과 법적 보호 장치 마련 및 지방의료 개선을 위한 지역 거점 전문병원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시작하고, 5년 후에 증원 규모가 적절한지 재평가합니다. 

중재안대로 2025년부터 5년 동안 증가하는 의대정원 약 5000명은 이들이 사회에 나오는 10~20년 후 의사 수 20만명의 2.5%로 작아서 미래 의사들의 환경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전공의들이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의대 교육은 강의뿐만 아니라 시신 해부와 임상 실습, 환자 진료와 수술 참여 등이 필요하므로 일본·미국과 같이 점진적인 증원이 바람직합니다. 

일본에서도 년 10%가 가장 높은 증원율입니다. 정부가 10년 동안 연간 1004명(32.8% 증가) 증원으로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은 절대로 의료개혁의 후퇴가 아니며, 지난 20년 동안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하였던 역사적인 의료개혁입니다. 

정부가 2000명을 무리하게 증원할 때 발생하는 전공의 사직, 학생 휴학, 교수사직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고려해서 양쪽이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일본·대만 의대정원의 평균값으로 빠른 타결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 중재안은 중증 환자들을 살리고 의료사태를 속히 해결하는 길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정부와 전공의들의 대승적인 타결을 촉구합니다.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면 모두 지치고 포기하게 되어 반세기 이상 수많은 의료인들이 희생해 이룬 우리나라 의료의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양보해서 중증 환자들의 피해와 미래를 짊어질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피해는 꼭 막아야 합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