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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개원가 제로섬 게임 “지지않아야 생존”

같은 건물에 같은 과 개원 현상 많이 늘어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피부과를 개원하고 있는 개원 10년차 A 원장은 어느날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 같은 층의 한 사무실이 공사하는 것을 보고 새로 의원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얼마 후 새로 문을 연 의원은 자신과 같은 피부과가 아닌가?
 
게다가 A 원장을 더욱 괘씸하게 한 것은 새로 문을 연 의원의 원장이 새파란 젊은 나이인데도 자신에게 전혀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 원장은 “예전에는 새로 개원을 하면 주변 병·의원에 인사를 다니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지만 같은 건물에 같은 과 의원을 개원하는 경우도 너무 많이 늘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의사들끼리 지켜오던 암묵적인 동의도 많이 깨진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배출되는 의사 수가 급증하고 덩달아 개원의도 늘면서 개원시장의 균형이 깨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땅히 치고 들어갈만한 지역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해당 과가 있는 지역에 개원을 하는 경우도 느는 것이다.
 
분당 신도시의 한 개원의는 “상가 건물에 내과가 있는데 옆 건물에 바로 내과가 새로 개원했고 몇 달 지나서 길 건너에도 내과가 하나 더 생겼다”고 전하고 “그런데 현수막을 보니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내과가 하나 더 들어설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도시의 경우 내과 뿐 아니라 모든 과가 마찬가지로 과당경쟁 상태이며 이는 치과나 한의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의 한 소아과개원의는 “요즘 같은 경우 소아과는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신도시 쪽으로 많이 옮기기도 하는데 몇 달 잘되는 듯 하다가도 금새 환자 수가 급감한다”면서 “인근에 소아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원가는 지금 제로섬 게임이 한창이다. 즉,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이득을 생각하기 보단 상대방의 손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
 
관악구의 한 개원의는 “상대방과 경쟁에서 이기기 보다는 지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비급여진료의 과도한 가격인하도 그런 맥락”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개원의는 “이제는 개원의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의사의 역량도 좋아야 하지만 직원들의 친절과 마케팅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편의시설도 다른 의원보단 좋아야 하고 의원의 위치도 매우 중용한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이런 심각한 현상에 대해 의료계는 제로섬게임이 아닌 넌제로섬게임을 할 수 있도록 자성운동과 제도적 모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