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의대에 보내고 싶을까? 아니면 다른 길을 걷게 하고 싶을까?
이에 대해 광진구에서 개원 중인 A 원장은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보내고 싶지 않다”고 전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뜻대로 살게 해주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요즘 같은 불경기와 저수가정책, 의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라면 굳이 의대를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
A 원장은 “차라리 지금 같아서는 치대에 보내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은데 치대도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전남에서 개원중인 B 원장은 “우리 선배들은 많이 보내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40대 이하인 사람들은 별로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녀를 의대로 보내길 꺼려 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의대에 진학해 자신의 뒤를 잇길 바라는 인사들도 많다.
강남에서 개원하고 있는 C 원장은 “애가 능력이 된다면 보낼 생각”이라고 전하고 “아직까지 의사라면 사회적 지위도 높고 삶에 여유도 있지 않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 “하지만 우리 애가 설령 의대에 간다고 해도 개원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개원의의 고충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의대에 보내고 싶다고 무조건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자녀가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 개원의는 “내 아버지도 의사고 나도 의사이기 때문에 우리 아들 역시 의사가 되길 바라고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가 3수째인데 이번에는 될 지 장담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단 애가 감당만 할 수 있다면 계속 시험을 봐서라도 도전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집안의 가업을 잇기 위해 자녀에게 의사의 길을 강요하는 의사들도 많이 있다.
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전공의(R3)는 “집안이 3대 째 의사를 직업으로 가졌기 때문에 우리 남매 중에서도 의사가 나오길 바라셨다”고 전하고 “하지만 누나는 피를 무서워해 결국 내가 의대에 진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아 부모님이 강요하지 않았더라도 본인이 선택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자녀를 법조인으로 키우고 싶어하는 의사들도 많이 있는 편이다.
역시 강남에서 개원 중인 D 원장은 “집에 이미 의사가 있으니 우리 애는 변호사나 검사 등 법조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실제로 법조인들은 자녀를 의사로 만들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고 의사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면서 “아무래도 집에 의사와 법조인 모두를 두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모 욕심 때문에 자녀에게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는 것이 맞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면서 “하지만 능력이 되고 본인도 생각이 있다면 의대진학은 충분히 고려해 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