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4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기고] 계엄 1년…의협, ‘전공의처단’ 계엄포고령 진상규명 촉구

전문가집단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의료정책 추진 당부…“위협이나 탄압 안 돼”

2024년 12월 3일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상처로 남은 날입니다. 역사책에서나 봤어야 할 비상계엄이 대통령 입을 통해 선포됐을 때 모두들 가짜뉴스로 생각할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계엄 포고령에는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료진에게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고 적시돼 있었습니다. 

이는 의료인을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고 탄압하겠다는 명백한 위협이었으며, 민주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폭거였습니다. 그날의 충격과 상처는 아직도 의료계 곳곳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계엄 1년을 맞은 오늘, 탄압의 칼끝이 가장 먼저 겨눠졌던 의료계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사들을 악마화하며 압박했던 전 정권의 실각은 사필귀정이었습니다.

계엄 사태에 이르기까지 전 정권이 실패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의료농단’이었습니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타당성과 근거가 현저히 부족했으며, 그 추진과정 또한 일방적이고 허점투성이였음이 명백히 확인됐습니다. 필수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정원 확대를 강행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초자료와 정책적 정합성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국가의 미래 의료체계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인 것에 대해 관용이 있을 수 없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에 부역하고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책임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아울러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적시한 계엄 포고령에 대해서도 책임 소재와 경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합니다.

비상계엄 1년이 지난 지금, 의료계는 그간 붕괴됐던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각각 교육과 의료현장으로 복귀해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저희 대한의사협회는 잘못된 의료정책과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에 고합니다.

전 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고, 전문가 집단과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의를 통해 의료정책을 추진해주기 바랍니다. 어떠한 정책에서도 전문가집단을 위협하거나 탄압하는 방식은 결코 선택돼선 안 됩니다. 민주적 절차, 충분한 논의,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협의가 원칙이 돼야 합니다.

비상계엄 당시 성숙한 대응을 보여주신 우리 국민 여러분 덕분에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해주신 국민 여러분의 저력에 다시금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저희 의사들은 그날의 아픈 경험을 딛고, 어떠한 위기나 억압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며 의료의 생명윤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다해나가겠습니다.

다시금 오늘이 우리 모두에게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