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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료진의 부당한 요구와 윤리의식의 필요성


 
 
 
이경환 법무법인 화우 구성원 변호사
 
 
 
 
 
 
사건 개요 사립병원에 입원한 환자(50세, 여)가 폐수종, 만성심부전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여 담당간호사B는 담당의사A에게 이를 보고하고 맥페란(Macperan, 진토제) 1앰플 정맥주사 구두처방을 받아 환자에게 투여하였다. 그 후 환자는 오심과 협심증의 증세를 동반하여 쇼크에 빠졌는데, 이때 환자의 혈중요소질산은 204mg/dl(정상범위:5-25mg/dl)이었다.
B는 즉시 A에게 보고했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A의 무선호출기에 신호는 가나 통화가 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다른 과 의사를 불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하면서 중환자실로 옮겼으나 그날 사망하였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지 10분 정도가 지난 후에 담당의사A가 왔고 담당간호사B는 A에게 보고한 내용과 그때 상황을 간호기록지에 기록했다. 그러나 담당의사A는 담당간호사B에게, 의사와 계속 연락 중이었고 제때에 도착하여 함께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으로 기록하여 주기를 요구하였다. B는 이를 거부했지만 A를 비롯한 전문의와 수간호사가 기록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수정하게 되었다.
이후 환자측과 의료분쟁이 발생하자, 담당의사B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있었으나 무선호출기가 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동료들도 이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
 
윤리적 갈등위와 같은 상황은 간호사들이 진료행위과정에서 종종 겪게 되는 상황이다. 이때 간호사는 의료기관의 책임을 덮어주도록 하는 요구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려는 양심과의 윤리적 갈등 속에서 애를 태우게 된다.
 
그러나 간호사는 환자를 보살피는 보호자로서 의료행위를 수행하여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으므로, 법적 책임과 경영상의 어려움을 근거로 의료진의 잘못된 행위를 숨기려고 하는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여 맞설 수 있는 용기가 매우 필요하다.
 
법적 고찰위 사례에서는 제때 필요한 응급처치를 하지 못한 치료지연으로 의료과실소송이 제기될 것이다. 만약 의료소송이 제기된다면 진료기록부 및 간호기록부 등의 의무기록은 의료과실소송에 있어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것이며, 사실대로 기재된 간호기록은 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것이다.
이때, 간호사가 의사 및 수간호사의 강요에 의하여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고 증언하게 될 경우, 어떠한 형사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가?
 
가. 허위사문서작성죄의 성립여부
문서위조는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명의의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 바, 문서의 작성권한이 있는 간호사가 허위의 문서를 작성한다 하더라도 문서위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문서는 공문서와 사문서로 나누어지는데, 공문서는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작성한 문서를 말하고 사문서는 사인명의로 작성된 문서를 말한다. 공문서는 사문서에 비하여 내용의 진실성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공신력이 높고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형법에서는 작성명의인이 작성하더라도 내용이 허위인 경우 허위공문서작성죄로 처벌하고 있다. 국공립병원, 보건소 같은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인 간호사가 간호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게 되면,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된다.
 
우리 형법에서는 공문서의 허위작성은 처벌하나, 사문서의 허위작성에 대하여는 처벌하지 않음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문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에 처벌하는 것은 허위진단서작성죄에 해당하는 경우뿐이다.
 
형법 제233조는 의사ㆍ한의사ㆍ치과의사ㆍ조산사가 진단서, 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때에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의료기관의 간호사B가 간호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경우에는 형법상의 허위사문서작성죄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나.위증죄간호사B가 의사 및 수간호사의 강요에 의하여 허위의 증언을 하는 경우에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가? 위증죄는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는 것이다. 간호사가 법정에서 선서하고 허위의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위증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간호사B의 증언으로 다른 의사와 수간호사가 공모하여 만든 허위의 진술을 뒤집을 수 있을까. 이를 뒤집을 수 없다면 B가 사실대로 진술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위증으로 억울하게 처벌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므로, 상황의 전후좌우를 살펴 사안을 파헤칠 때 무선호출기의 호출내역조회, 다른 과 의사의 소환, 기록변경요구상황 내지 기록의 수정된 흔적 등을 들어 사안의 진상을 밝힌다면, B에게 위증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맺음말
간호행위과정에서는 본의 아니게 사실과 다른 기재를 하거나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때 정작 올바른 양심에 따라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배움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간호사의 마음가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양심의 지시가 무엇인지를 잘 판단하곤 한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상황아래서는 판단력이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남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각과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