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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모든 것이 다 까발려지는 세상

최경득 연세의료원 홍보팀장

한 사람이 알면 세상이 다 안다
 
 
 
 
 
최경득 연세의료원 홍보팀장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표현으로 인용되는 것이 중국 후한시대 명신 양진의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또 내가 안다’는 말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내가 알면 인터넷에 올라가 세상이 다 안다’는 말로 바뀌었다고 한다. 물론 우스개로 하는 이야기겠지만 인터넷의 엄청난 전파력을 대신해 주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최근 이슈화된 사회문제들도 언론에 처음 보도될 때는 작게 취급되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블로그, 토론장을 통해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고 제보가 이어지면서 실체에 차츰 근접해가면서 언론의 후속보도가 이어지고 의제로 설정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은 개인 통신기기의 발달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폰만 있으면 녹음이나 사진 촬영은 물론 동영상까지 기록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목격담을 생생하게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회로 내 보낼 수 있게 됐다. 언뜻 평범한 것조차 예사롭지 않은 일로 기록되고 알려지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휴대폰을 들이대는 것이 일상화된 요즘이다.
 
특히 과거 일반인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전문 분야일수록 아주 사소한 일들이 부풀어져 관심의 대상이 되어 당사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 및 병원 업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피가 흐르는 환자의 머리 받침으로 신문지를 사용했다가 혼쭐이 난 어느 병원의 경우도 ‘세상에 이런 경우가 있습니까?’라는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논란이 됐다.
 
의료의 특성상 긴급히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상식과 대치되는 치료행위를 할 경우도 많다. 그러한 경우에도 일반인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잘 훈련된 기자처럼 기록하고 치료과정의 적절성을 매 순간 평가한다.
 
치료 당시의 환자 의견이나 상태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결과만을 놓고 토론하면서도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는 치료과정에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설명으로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차제에 의료의 질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의료기기가 발달하면서 부작용이 줄어든 탓에 의료진이 간과하는 치료과정에서 간혹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70년대나 있을 법한 일이 어떻게’라는 말은 우리가 무심코 넘어가는 일들에서 시작된다.
 
최근 여러 병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은 그 어떤 것도 숨겨지지 않고 까발려지는 세태 탓에 그 중요성이 더욱 빛난다고 하겠다.
 
이 모든 노력이 순간의 캠페인이나 매뉴얼 작성으로만 그치지 말고 실제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우리나라의 병원이 안전한 병원으로 평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