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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용천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과 교수
 
최근 연예인의 자살과 관련하여 악플이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악플의 심리적 기본자세는 적개심이다. 마음 속에 쌓여 있던 분노를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마구 배출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악플러를 정신이상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멀쩡하게 잘 지내는 사람들이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누구나 정도 차이가 있지만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데 평소에는 통제를 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평소 의사 가운을 입었을 때는 점잖던 사람들도 가운을 벗기고 군사훈련을 시키다보면 초코파이 한 개 가지고 얼굴을 붉히며 싸우기도 한다.
 
직장생활 잘하는 젊은 회사원도 예비군복 입혀놓으면 길바닥에 벌렁드러눕거나, 지나가던 아가씨에게 휘파람을 분다.
 
이렇듯 체면이라는 것은 자기 조절의 좋은 도구이다. 술을 마시면 평소 안하던 행동을 하는 것도 알콜에 의하여 평소에는 잘 하던 자기조절능력이 상실되어 억압하였던 적개심이 분출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자기의 이름을 밝히며 댓글을 달면 최소한 자신의 명예를 위해 말을 가려가며 하게 된다. 간혹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익명의 고발자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 대중에게는 익명이더라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고발자의 신원이 확인 돼야 하고 또 보호되어야 한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배설의 기쁨을 충족시켜 준다고 하지만 남을 해치는 익명의 악플은 살인행위이다. 문제는 그것이 개구리가 사는 연못에 심심풀이로 아무 생각없이 돌을 던지는 것처럼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연예인은 이러한 돌팔매질에 매우 취약하다.
 
연예인은 직업의 특성 상 심리적으로 감정적인 부분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남들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미묘한 부분을 잘 해석하고 잘 표현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감정적 예민함이 조그만 실수에도 고통스러워하고 조그만 성공에도 기뻐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격려는 능력의 120%를 발휘하게 하고 이들에 대한 돌 던지기는 이들의 생사를 좌우한다. 경험이 많은 도통한 연예인들은 이러한 인기가 거품이라고 입을 모아 말을 한다. 그러나 많은 연예인들은 인기에 살고 인기에 죽는다.
 
일반인들도 악플을 대하면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연예인의 경우에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우울증을 앓았었던 사람에 대한 악플은 치명적인 독약의 역할을 했을 것이 자명하다.
 
정부기관에 대한 탄원서 중 익명의 탄원서는 폐기처분 대상이라고 한다. 얼굴을 숨기고하는 행위는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려는 도둑이나 강도가 하는 행동이다. 인터넷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가면 뒤에 숨어서 하는 행위는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
 
유명인의 자살소식은 파급효과가 있다는데 큰 문제점이 있다. 자살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모방 자살이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행동을 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