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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공의와 군대

김원태 관동의대 제일병원 비뇨기과 전공의


남자 전공의를 마친 사람들은 군대와 관련하여 3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전공의를 마친 후 군의관을 가거나, 이미 군의관을 하고 전공의를 하는 버림받은(?) 사람들과 공보의로 갈 수 있거나, 공보의를 하고 온 귀족, 그리고 신의 아들…. 사실 비뇨기과의 특성상 과정을 마치는 전공의의 절반 이상은 공보의로 가는 것 같고, 아마 군의관으로 가는 소수의 인원과 군의관을 마치고 전공의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군대 생활에 대하여 할 말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신문에서는 가수나 운동선수 들의 병역 특례에 대한 얘기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사실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본인도 할 수만 있으면 안 갔으면 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면서 군대에 자원 입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길 싫어하고, 군대 대신 다른 일로 병역을 마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찾는 사람들은 아마도 줄지 않고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도 병역특례를 원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사실 병사로 가는 사람들은 더욱더 불쌍한 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터뷰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심정은 이해가 갔다.

실제로 군복무 기간 단축의 문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웠던 2개월 복무기간 단축은 실로 병사들 사이에서 커다란 이슈였고, 거의 대부분의 병사들은 부재자 투표로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했던 기억이 그 당시 철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나에게도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실제로 2개월이 단축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의무복무 기간의 단축 문제가 가끔 언론에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성사가 될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말이다.

사실 대부분의 병역은 훈련기간까지 포함되어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어느 한 직종도 훈련기간을 제외하고 군대에서 전역하지 않는다. 병사들부터 장교들까지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군대에 왔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 대부분이 장기복무자를 제외하고 단기장교인 경우 본인이 훈련소에 입소한 전날 전역을 하게 된다. 학사장교 3년이나, 학군장교 2년, 그 외에 다른 직능의 장교들도 대부분 그런 걸로 알고 있다. 다만 군대에 있을 때 다른 직능의 장교들이 전역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점이므로, 아직 검증은 되지 않았다. 아마도 군의관도 이렇게 되면 3년을 복무하고, 2월에 전역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영천에서 구르면서 훈련 받던 생활이 생생하다. 앞머리만 거의 1cm 남기고, 나머지는 거의 밀어버린 이발소부터 시작해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mycoplasma pneumonia에 걸려 고생하던 그 시기… 유격장까지 6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갔다가 일주일간 유격훈련하고, 다시 사관학교로 행군으로 돌아오던 그 때…왜 유격훈련 받을 때 그리도 눈이 많이 왔던지…종교활동 때 교회에 가서 먹던 달콤한 초코파이, 하지만 북받쳐 나오던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훈련소에서의 생활이 군복무 기간에서 꼭 빠진 것 같이 느껴지고, 이것은 우리가 되찾아야만 하는 권리일 수도 있다. 훈련소에서 같이 훈련 받던 법무관들의 말이 기억난다. 자신은 규정집을 찾고, 내규를 확인해 항의를 하면 훈련소에서도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하지 않는다고. 그래도 군인들은 아무 소리 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권리는 찾아야 한다. 무언가 불합리한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집단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힘이 약한 의사이기에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번쯤은 집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사이 공백을 두려워하는 군인들에 의해 아마도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군의관의 공백기 동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고, 이는 부대에서 나는 사고의 책임을 군의관에게 돌리는 현재의 관행이 있기 때문에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지휘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동료 군의관들에게 큰 관련도 없는 군의관을 제물로 삼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아마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군대 시절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자니 그 동안 잊고 지내던 울분이 받쳐 오른다. 물론 이 말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대다수 중위 군의관의 생활이고, 그들이 대대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복무기간을 2개월 줄이자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얘기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말은 계속 있지만 단축되었다는 얘기는 없다. 이것은 한번 이슈화 할 만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군의관은 군대에서 대접은 못 받지만, 꼭 있어야 할 직능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의학대학원이 생기면 많은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이 의사가 될 것이고, 그러면 의사가 된 후 군 복무를 하게 되는 사람은 그만큼 줄어 수급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시기가 오면 국방부에서는 옛날이 그리울 것이다. 싼 값에 의사를 마음대로 쓸 수 있었던 그 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