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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병원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산별교섭 노사합의를 계기로 정규직 중심의 인력정책으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56 - 32 - 20 - 16’
병원 인력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56%는 통계청이 2007년 3월 실시한 ‘경제활동 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다. 숫자로는 879만명이다. 전체 노동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32%는 통계청이 2006년 8월에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보건업 노동자(파견근로 및 용역근로자 2만 5천 명 포함) 총 50만 8천 명 중 비정규직 비율이다. 숫자로는 16만 3천 명이 비정규직이다.

20%는 2007년 산별교섭 직전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산하 병원 비정규직 비율이다. 이것은 노조가 있는 병원에서의 비정규직 비율을 의미한다. 이 중 직접고용 비정규직 11.3%,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8.7%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노조가 있는 병원이 노조가 없는 병원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12% 적다.

16%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각 병원별 현장교섭이 마무리되면서 대대적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이루어지고난 후 예상되는 비정규직 비율이다.

올해 교섭 결과로 인해 병원별로 적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100~300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된다. 이로 인해 보건의료노조 산하의 상당수 병원은 아예 비정규직이 없는 병원이 될 예정이고, 워낙 비정규직이 많은 병원들은 전체가 한꺼번에 정규직화 되지 못하고 단계적으로 비정규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대다수 병원에서 비정규직 차별시정이 이루어지면서 같은 업무를 하는 상시 업무 비정규직은 임금 및 복지에 있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된다.

올 상반기 보건의료노조 조사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병원 노동자들의 연평균 세전 임금총액은 31,577,000원(월평균 2,631,000원) 이었으며, 이중 정규직 임금은 3,246만원이고 직접고용비정규직은 1,933만원으로 정규직임금의 59.5% 수준이며,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1,460만원으로 정규직 임금의 44.9%에 불과했다. 따라서 각 병원별로 차별시정이 이루어지면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상당한 수준의 임금인상과 복지혜택이 예상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비, 청소, 식당, 주차, 시설 등 간접고용비정규직은 차별시정 대상이 되지못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

이제 보건의료 노사는 산별교섭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인상분의 일부 비용을 분담하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비정규 문제 해결의 길을 텄으며, 산별차원의 ‘비정규직대책 노사 특위’를 구성하고, 간접고용비정규직노동자를 위해 산별최저임금제를 도입함으로서 산별차원에서 기업별 분쟁에 대한 조율기능과 함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구조와 수단을 확보했다.

이번 교섭 결과는 보건의료산업에 있어 더 이상의 비정규직 확대를 막으면서 병원 노동자에게 있어 안정된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숙련된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환자 간호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함으로서 환자들에 대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순기능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비정규직 관련 노사합의는 연대와 평등정신을 기초로 사회적 약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산별노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과 차이를 넘어 하나된 마음으로 전체 병원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권익 보호를 추진한 결과이다.

정부 또한 그 동안 비정규직 확대를 방치 내지는 부추기다가 최근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너무 심각해지자 뒤늦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국립대병원등 공공병원들도 정원을 늘리면서 정규직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그동안 병원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병원간 상호경쟁체제속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은 당장 낮은 임금과 해고의 용이성으로 인해 많은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인력정책이었다.

비정규직은 1년 계약 임시직 고용형태부터 1개월, 3개월 초단기계약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심한 경우 8년 동안 같은 부서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병원도 있다. 의료기사의 경우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을 ‘교육과 수련’을 명분으로 내세워 70~80만원 수준의 임금을 주고 고용하는 ‘인턴제도’도 비정규직 고용의 또 다른 유형이다.

이들은 아무런 경험 없이 바로 환자 치료에 투입되고 있으며, 일년 후에는 일부만 계약직으로 남겨놓고 모두 해고되고, 다시 갓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들로 인턴을 뽑는다.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사와 의료진의 지시가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간호보조업무나 환자이송업무에 대해 파견직을 상당수 고용함으로서 현행법상 불법파견 의혹이 일고 있다.

이렇게 비정규직이 점차 확대되면서 지나치게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으로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고, 최근 노사갈등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비정규직은 당장 인건비를 줄이는데 유용한 듯 보이지만, 직원내 단결과 화합을 해치고, 이로 인해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면서 동시에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는 등 많은 문제점이 표출되었다.

사용자 내부, 중간관리자 조차도 비정규직 확대 정책에 대해 공공연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일을 배우고 업무에 익숙해질 만하면 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과 숙련노동 축적, 부서내 단합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사용자는 이번 교섭 결과를 단지 1회성 정규직화로 그치지 말고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병원 인력정책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을 “비정규직 없는 병원, 고용안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사가 공동 노력을 다해야 한다.

사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병원 경영이 어려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용역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면, 무원칙하게 용역도입을 할 것이 아니라 경영투명성과 노조 경영참여를 전제로 노사가 공동으로 정부에게 정규직 중심의 인력유지를 위한 각종 제도개선과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정부는 병원이 정규직 중심으로 인력정책이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환자 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된다는 관점에서 제도적으로 적극 뒷받침해줘야 한다.

즉, 간호관리료에 있어서 비정규직 간호사에 대해서는 수가를 인정하지 말아야 하고, 정규직 간호사에 대해 더 많은 가산점을 주어야한다. 그리고 외주가 아닌 병원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식당에 대해 더 많은 수가 혜택을 주어야한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 될 때 병원은 정규직 중심의 책임성 있고 지속적인 안정된 의료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환자만족과 직원만족이 동시에 실현되는 좋은 병원이 실현될 것이다.

지난 7월 7일 산별교섭 타결 직후 모든 언론이 ‘아름다운 합의’ ‘병원노사의 아름다운 악수’ ‘아름다운 동행’이라며 반겼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목말라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05년 4월 14일 발표한 비정규직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을 함께 정독했으면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인권의 보호와 차별의 해소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고 판단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확산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에 고용불안이 만연화되었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장시간의 초과근로와 고강도 노동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상응하는 근로환경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임금 기타 근로조건 등에서 정규직 근로자에 비하여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고, 근로3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제약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인권은 그 보호하고자 하는 근본가치가 훼손되고 형해화되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중략)

우리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ILO헌장, ILO헌장의 부속서인 국제노동기구의 목적에 관한 선언, ILO의 제100호 동일가치근로에 대한 남녀근로자의 동등보수에 관한 협약 및 ILO의 제111호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에서 인정하고 있는 노동인권의 가치와 차별금지 및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을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의 차별적 처우의 판단기준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정립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