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병’과 ‘특발성 과수면증’, 그리고 ‘수면무호흡증을 포함한 기타 수면장애’의 생물학적 특성과 원인이 국내 의료진과 미국 공동연구팀에 의해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수면클리닉 홍승철(제1저자)․신윤경 교수팀과 미국 스탠포드 대학 기면병센터 Emmanuel Mignot(미뇨-교신저자) 교수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주간졸림증 환자 163명과 정상대조군 282명을 대상으로 졸린 원인에 대한 규명과 진단별 특성에 관해 비교 연구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일반인구 가운데 약 10% 정도가 주간졸림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유병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환자군 163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 입면잠복기 반복검사(실제 낮에 졸린 환자들에게서 그 졸린 정도를 평가하는 낮 검사), 조직적합항원검사(혈액 채취를 통한 유전자 검사), 하이포크레틴검사(뇌척수액을 뽑아서 각성 호르몬의 양을 측정함)를, 정상대조군 283명을 대상으로는 조직적합항원검사와 하이포크레틴검사(50명)를 시행했다.
주간졸림증을 호소하는 환자 163명의 질환 중 기면병이 101명, 특발성 과수면증 20명, 수면무호흡증을 포함한 기타 수면장애가 42명이었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기면병 환자 101명중 탈력발작(폭소, 놀라움 등 감정 반응에 의해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면병 초기증상)을 동반한 환자 79명 가운데 92%에서 특정 유전자인 ‘HLA-DQB1*0602’가 양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이포크레틴 측정치가 110pg/ml 미만으로 낮게 나타난 반면 정상대조군에서는 환자의 12.8%만이 ‘HLA-DQB1*0602’ 유전자가 양성으로 나타났다.
하이포크레틴 측정치는 정상치인 200pg/ml 이상을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와 관련해 기면병의 졸림증은 뇌에서 분비돼 각성을 유지시키는 호르몬인 하이포크레틴 생성 부족이 원인으로, 이는 HLA-DQB1*0602의 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결국 HLA-DQB1*0602가 기면병 유전자임을 밝혀낸 것이다.
아울러 탈력발작을 동반하지 않은 기면병 환자 22명 가운데 36%에서 ‘HLA-DQB1*0602’ 유전자가 양성을 보이고 환자의 40%가 낮은 하이포크레틴 측정치를 보여, 탈력발작이 동반된 기면병에서 하이포크레틴의 저하와 HLA-DQB1*0602의 양성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특발성 과수면증 환자와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주간졸리움증 환자들의 ‘HLA-DQB1*0602’ 양성률과 하이포크레틴 측정치는 정상대조군의 수치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조직적합항원의 양성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하이포크레틴의 수치가 정상범위인 주간졸림증은 특발성 과수면증 또는 수면무호흡증 등에 의한 졸림증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결과에서 졸림증의 원인이 다양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원인별 맞춤치료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면병과 특발성 과수면증의 경우 중추신경계 흥분작용을 갖는 약물치료가 주간졸림증을 경감시키는데 효과적이고 수면무호흡증인 경우는 지속적 양압치료(CPAP: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나 상기도를 넓혀주는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홍승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주간졸림등을 야기하는 수면장애를 원인별로 분류하고 그 특성을 밝힌 연구로서 졸린 정도가 유사하더라도 졸린 원인이 각기 다르며, 이에 따른 치료가 다르다는 것을 밝힌 국내 최초의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SLEEP’지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