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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의 시험, 그 고민과 경험 그리고…(하)

박현정 강원도 횡성군 공보의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긴장상태인데 새로운 물량의 문제들이(그것도 기출의 경력이 있는 문제들을 포함한) 터져 나온다면? 그런 상황에서 선택은 어찌 보면 쉬운 일이 아니며 민감해져 있는 이들에게 충분히 분분한 의견을 가져올 문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은근히 맘상한 사람들이 더러는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오질 않기 바랬다. 그냥 마무리만 해도 힘이 드는데 새로운 것을 보기 싫어서였고 없던 족보를 새로 만들어서 아랫년차에게 물려주기도 싫었다.

하지만 보기를 원하는 의견도 많았고 나의 개인적인 바램과는 달리 족보집의 형태로 발송이 되었고 눈에 바르는 식으로 보긴 했으나 혼란만 가중되는 그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물론 도움이 되는 문제들도 많았지만….

결전의 날 이틀 전. 전통대로 호텔에 모였다. 짐 옮기기. 선후배들과 스탭 선생님들의 격려전화. 마지막 족장회의. 그리고 길고 긴 밤… 대족장 철영이가 족간의 풀링 문제 딜(deal)은 절대 금지라고 했지만 선배들에게 익히 들어왔던 공개되지 않은 족들의 풀링들이 거래되는 그 밤.

마이너 족이라서 가진 것이 없어 받을 것도 없었기에 손해보지 않을까 해서 친구 같은 사람들에게 전화해 보았지만 별 거래가 없다고 하고 (나도 모르는 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없다고 믿기로 했다) 그렇게 결전의 전날 밤은 흘러갔다.

드디어 1차 시험이 있던 날. 버스안에서 이 문제 모르면 피똥싼다며 엉뚱한 문제를 내게 보여주던 한양대 성열이형. 긴장해서 잠 못 잤다는 이대 재헌이. 항상 밝은 표정의 서울대 상철이. 다양한 표정으로 하지만 긴장한 마음으로 함께 버스를 타고 서울대로 향했다.

시험에 앞서 김현회 교수님은 “4년 트레이닝을 성실히 했다면 누구나 합격할 정도의 문제”라고 하셨다. ‘난 성실한 전공의가 아니었는데 어쩌지?’, ‘어제까지는 비뇨기과적 지식으로 충만한 배틀크루저였는데 교수님들을 뵈니 저글링이 된 듯한 이 느낌은 뭔가?’ 불안하고도 긴장된 마음.

하지만 교수님 말씀대로 중요하다고 강조됐던 문제들이 많이 출제됐고 (쉽게 얘기하면 족보를 많이 탔다!) 시험시간도 적당하여 2차보기 전까지 1차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일주일 후 랜턴 시험이 있었다. 3년 전 oral test가 없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1차에서 쉬웠던 문제에 비해 2차 문제는 족보에 없던 사진과 새로운 형식의 문제(특히 동영상 문제들)들과 주관식, 객관식, 연속문제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다양한 문제가 많아 지금 생각하면 신선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으나 당시 발표를 기다리는 과정은 불안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험은 끝이 났다. 시험이 끝나고 병원 회식자리에서 출제위원으로 가셨던 유탁근 교수님을 뵙고 대화하니 여러 교수님들이 출제에 얼마나 신경쓰셨는지 “문제 전부를 외울 정도로 많이 검토했어. 답 다안다~”라고 말씀들 하셨다.

우리가 모르는 때론 심오하고 때론 이해 못할(?) 의도와 답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를 알았고 합격여부를 떠나 전공의라면 겪어야 할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이 당시는 합격한 후라 마음이 어느 정도 거만하게 변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마치고 이제는 강원도에 공보의가 되어있다.

이상이 내가 나름 풀어본 전문의 시험 준비기다. 스탭 선생님들이시라면 “요즘은 이렇군. 근데 저글링은 대체 뭔가?” 가까운 선배님들이시라면 ‘음 큰 차이 없군’ 또한 후배님들이시라면 ‘재미는 있는데 별 도움은 안 되는 군’ 이 정도가 대부분의 반응일 텐데 이 글을 읽으시는 후배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우선 상투적인 말 같지만 중요한 내용은 계속 중요하다는 것이다. 분석해 보면 문제내용이나 보기나 변해서 그렇지 같은 주제의 문제는 해가 바뀌어도 60%이상이었다. 두번째로는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intraining이 많은 도움이 됐다.

학회사이트에 문제와 해설이 교수님들이 직접 만드셔서 그런지 잘 되어있기 때문이고 답이 확정된 논란의 여지가 없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저 같은 경우 시험을 잘 못 봐서 한 번 더 이러면 간호사들한테 성적 공개한다는 교수님의 협박속에서 본 귀찮은 시험이었지만 시험도 보고 학회에서 시간을 할애해서 문제풀이 할 때 듣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있는 공보의 생활 무척이나 좋지만 전공의 시절이 때때로 그립기도 하다. 제 글이 전문의 시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남은 전공의 생활 잘 마무리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