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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과대학 인정평가 제2주기에 바란다

채종일 서울대학교 기생충학교실 교수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Accreditation Board for Medical Education in Korea: ABMEK)가 당시 1998년에 공식 출범한지 9년이 지났다.

출범 당시 평가기준개발 실무위원회 등이 구성됐고, 평가문항을 개발해 이듬해에 당시 신설의대였던 10개 의대에 대해 예비평가를 실시했다. 이어서 2000년부터는 매년 신청 대학을 접수해 2003년까지 4년 동안 41개 의과대학에 대해 제1주기 인정평가사업을 실시한바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합격점(인정)을 받았으나, 몇 개 대학은 조건부 인정(불합격의 하나)을 받았다. 조건부 인정이란 미흡한 분야에 대한 확실한 보완을 전제로 한 것이며, 그 결과를 푸후 확인한다는 조건이 따른 것이다.

이제 금년부터 제2주기 인정평가가 시행된다고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매를 먼저 맞는 것 같은 일이라 눈치 끝에 결국 금년에는 고려의대, 서울의대, 성균관의대, 울산의대, 인하의대가 평가를 받기로 신청했다고 한다. 제2주기 인정평가사업에 필자의 강렬한 바람이 하나 있다.

기왕에 시행하는 인정평가사업이니만큼(인정평가사업은 학계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자정작업 같은 것이다) 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야만 한다는 점이다. 지난 제1주기 평가 때 가장 문제가 됐던 평가항목은 교수 확보와 병원확보 문제였다.

교수의 경우 특히 기초의학 전공 교수가 더욱 문제가 됐는데, 평가기준을 기초의학 기본 8개 전공분야에 각 3명 이상씩으로 하고, 총 3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정했으나, 실제 41개 대학 중 10개 이상의 대학이 이 조건을 충족치 못했다.

편법으로 임상 교실의 연구교수로 계신 분을 기초의학에 계신 것으로 기록해 위기를 넘긴 학교도 있었고, 심지어는 의예과 교수를 기초의학 교수로 기록해 슬쩍 넘어가려고 한 대학도 있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경우는 미확보 분야의 전공교수를 공채하겠다고 공채 공고를 낸 신문을 들이밀어 곧 확보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취급해 점수를 드렸는데, 후에 알고 보니 공채만 내었고, 실제로는 교수를 채용하지 않았던(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교육병원 확보 문제에서도 심각한 경우가 있다. 모 신설대학은 학교 설립신청 시 어느 부지에 어느 정도 규모의 병원을 짓겠다고 해 의대 설립인가를 받았으나, 외환위기 등 악재로 자금난에 봉착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불가피하게 다른 대학병원에 본과 3, 4학년 학생 실습을 의탁해 의학교육에 파행을 초래했던 경우가 있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종합병원을 교육병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해 설립된 경우에도 종합병원 건설 당시 지어진 구조 자체가 학생 교육에 전혀 맞지 않게 외어 있어 강의실 확보 문제는 물론, 병동에 학생들이 실습하거나 쉴 공간마저 없어 임상실습을 어렵게 한 경우가 흔히 있었다.

학생들의 기숙사나 휴게실, 동아리실, 체육시설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학생생활 지원이 열악한 대학도 여럿 있었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제2주기 인정평가사업이 성공적으로 잘 진행돼 모든 의과대학이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환경을 확보하고 세계 속에 경쟁할 수 있는 대학으로 발전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