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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의 시험, 그 고민과 경험 그리고...(상)

정 홍 건국의대 충주병원 전임의


지난 겨울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답답했었다.

고년차 연수교육과 인트레이닝 시험 해설에 앞서 고시위원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정상적인 수련을 받은 전공의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는 전문의 시험은 4년간의 수련동안 환자 및 의국일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전공의에게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말이었다.

당시 고시위원장님 말씀은 마치 수학능력평가 시험에 대한 텔레비전의 인터뷰 중 “학교 공부를 충실하게 하였다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와 같은 느낌이었다. 비단 나만이 아닌 2007년 비뇨기과 전문의 시험을 준비했던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정상적인 수련이라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그러면 난 정상적인 수련을 받은 것일까? 여러 생각을 가지고 2007년 전문의 시험 준비에 접어들었다. 막막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전문의 시험은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함께 나눈 동료들이 있었기에 덜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2008년, 2009년, 앞으로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전공의 선생님들도 같은 고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의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과연 전문의가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지방에서 수련을 받는 동안 느낀 점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이 서울의 병원으로 모시고 가려는 것이며, 특정 질병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케이스를 경험한 난 정상적인 수련을 받은 것일까? 내가 전문의가 되고나면 환자를 잘 진료하고, 수술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많은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환자에 대한 방치였다. 전공의라는 역할에 내가 충실했었는가를 되돌아보았을 때, 부족해서 익숙하지 않았던 환자였어도 환자를 위한 공부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선배들이 해오던 방식으로 그렇게 환자를 처치해왔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 그때 환자들에게 이런 것들을 물어봤었어야 하며, 그리고 환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한 시험에 중요한 족보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문의가 된 지금도 환자를 진료하면서 실수하는 것이 있으며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환자나 혹은 타성에 젖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후회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보면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전공의 생활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운전면허 시험과 같이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시험도 아니고 합격과 불합격의 냉혹한 결과가 존재하기에 전문의를 위한 공부가 단순한 지식을 쌓기로 생각하기에는 부담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어떤 시험이든 지나고 난 후 쉽게 말을 할 수 있어도 그 시험을 준비하는 당시의 개인은 스트레스에 쌓여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문의 시험은 통과의례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전문의 시험에 떨어지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창피하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다.

아마 그러한 얘기들도 절대로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은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데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심지어 너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중에는 부담이 되었다. 또한 100여명의 수험생들의 등수를 정하는 시험이 아닌 자격 여부를 판명하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도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렇기에 지나고 나서 보면 별일 아닌 문제로 같이 공부했던 동료들과 다투기도 했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동질감이 있기에 술 한 잔에 쉽게 풀리기도 했다. 다른 환경에서 4년을 지냈지만 같이 공부하는 2달 동안 서로를 이해하며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같은 비뇨기과 의사라는 동료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