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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차기 정권에서 의료계가 성취해야 할 정책적 목표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최명기 교수


드디어 정권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동안 의약분업을 시작으로 계속적으로 의료계를 압박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면서 의료비가 급증하는 것은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도입되면서 고가의 비급여 의료기술은 늘어날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비용에 대한 재원도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의료비 지출을 감소하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는 요인은 첫 째도 재정문제이고 둘 째도 재정문제다.

따라서 의료계는 차기 정권 아래에서 정부의 의료 재정 부담은 줄이면서 의료계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정책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러한 목표가 단지 의사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정부에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 의사협회 내에 전직 재경부, 보건복지부 공직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국회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개혁적 시민단체들의 의정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그들의 의도에 맞는 소위 개혁입법을 시도한다. 그런데 지금은 소위 개혁적 시민단체에 대항하는 보수적 시민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보수적 시민단체는 정통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형적인 개혁입법에 반대하는 이러한 보수적 시민단체와 연대해야 한다. 그러한 연대를 통해서 의료단체에 호의적인 의원이 의정평가에서 공정하게 평가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사협회가 원하는 정책과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언론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이러한 연대와 전략을 통해서 얻어내야 하는 첫 번째 정책은 임의비급여의 합법화와 궁극적인 수가자율화다. 두 번째 정책은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된 상태에서, 단체행동이 보장되도록 한 후에 당연지정제를 폐지시키고 계약제로 바꾸는 것이다.

첫 째로 임의비급여를 점점 확대해서 수가자율화의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 임의비급여가 인정되면 다음과 같은 이득이 있다. 첫째로 공단에 청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공단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임의삭감의 가능성도 없다. 둘째로 임의비급여는 결국 수가자율화로 가는 징검다리의 역활을 할 것이다.

현재 정부가 인정하려고 하는 부분은 소위 의학적 임의 비급여다. 급여기준 이상으로 약이나 처치재료를 사용한 경우에만 해당이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환자가 비급여로 치료하는데 동의한다면 급여항목에 대해서도 비급여로 처리하는 것을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임의비급여가 점점 확대되게 되면 요양급여청구를 안 하는 경우 정부가 정해진 수가를 강요하는 것도 명분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양질의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공단에 청구를 하지 않는 임의비급여 환자에 대해서는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반대로 더 낮은 수가에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초저가 의료기관도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수가자율화를 위한 징검다리로서 임의비급여를 정부가 인정하도록 해야만 한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임의비급여야 말로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보장성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환자단체의 압력 때문에정부는 비급여항목을 급여항목으로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아닌 일반시민들에게 이러한 임의비급여가 그들에게 이득을 줄 수 있다는 것에대해서 논리적, 감정적 설득을 해야 한다.

희귀질환이 있으면 가정경제가 파탄된다는 시민단체의 논리는 뒤집으면 대다수의 시민들이 일부 환자들의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상황을 반영한다. 따라서 의료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서 의료보험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세원에서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서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대다수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두 번째는 당연지정체의 폐지다. 하지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오히려 의료계는 더욱더 공단에 종속되게 된다. 최근 변복지부 장관은 요양급여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개별계약을 하는 쪽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의료공급자인 병의원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의료보험 환자를 보지 않고 운영되는 의료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정부는 의사단체가 집단적으로 건강보험공단과의 계약을 거부하더라도 환자에게 전체 의료비를 받아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만약에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하지 않고 진료비를 모두 환자에게 받는다고 가정하면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환자수는 급감하고 병원의 경영은 어려울 것이다. 2007년 8월 1일부터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고 나서 외래 환자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고 정부는 아마도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외래진료는 현재 30%가본인부담금이므로 1만원의 진료를 받았을 때 환자 본인 부담금이 3000원이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하지 않으면 의원이 환자에게 1만원을 받아야 한다. 입원의 경우 전체 치료비의 25%가 본인부담금이다. 만약에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하지 않으면 현재 50만원의 본인부담금을 내던 환자에게 병원은 200만원의 입원비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의료공급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절에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공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계약을 함으로써 오히려 수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공단이 막강한 권력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단지 병의원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병원은 다수인데 보험사는 국영보험회사인 국민건강보험공단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점에 의한 횡포를 부릴 수 있다.

이러한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에 의약분업 반대 파업을 주도한 의협 집행부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의사들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서 시민들이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계도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인 협상이 가능해진다. 민간의료보험사는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저하시키고,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통해서 질병관리비용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국민에게 또 다른 의미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이 도입에 대한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은 어떨 것인가? 일단 손해보험사, 생명보험사는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이다. 에버케어/DKV와 같이 의료보험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신규회사의 경우 더더욱 적극적일 것이다. 그리고 전경련, 경총 같은 기업인 단체도 우호세력으로 만들 수 있다. 근로자들의 의료보험료 중 상당부분을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고소득 근로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의료보험료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체보험이 가능하다면 건강한 집단 직장 고객은 보험료가 낮아진다. 정부의 재정부담이 줄고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재경부도 호의적일 것이다. 병원에 거의 가지 않으면서도 많은 의료보험비를 강제로 내야만 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체보험이 생기고 보험료가 현재의 전국민 건강보험보다 싸다고 하면 대체보험에 찬성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건강보험료에 불만이 많은 대다수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반대할 이들은 누구인가? 일단은 보건복지부와 공단은 민간보험과의 경쟁체제에 돌입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시민단체가 형평성 논리를 내세워 반대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환자는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보험사, 경영인단체, 재경부, 시민단체, 언론과 협조를 하면 차기 정권에서 대체형 민간보험이실현될 수도있다.

그래서 소비자도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 사이에서 선택을 하고, 병의원도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받지않더라도 민간보험환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국민건강보험 공단과의 개별협상도그다지 불리하지만은않다.

정부는 대체형 보험이 도입될 때결국은 건강보험공단에는 소득이 낮고 병원이용이 많은 사회적 약자만 남게 되고 건강보험공단 재정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의료 보험료 감소,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인 운영, 기업의 의료비 부담 감소와 같은 효과를 통해 대체의료보험 정책은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그러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면, 늘어나는 전국민 소득에 의해서 세수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재정이 아닌 별도의 세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의료혜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대한민국 기업 경쟁력의 강화를 중시하는 차기 정권에서 대체형의료보험 도입은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될 수 있다.

의약분업을 선택분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실질적인 경제적 이해당사자가 많아서 쉽지 않다. 전문의약품 수가 인하, 리베이트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감안할 때 원내조제가 주는 경제적 이익은 점점 기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전반적인 의료보험수가의 현실화도 현재와 같이 건강보험공단이 막강한 독점지위를 구축한 상태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임의비급여가 확대되면서 점진적인 수가자율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의사단체가 정부와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손형 의료보험이 아닌 대체형 의료보험의 도입이 절실하다. 만약에 대체형 의료보험이 도입되고 의사의 단체행동권이 보장 받는다면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공단과도 개별계약제로 바뀌어야 한다. 의료인 단체가 차기 정권에서 이루어야만 하는 목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