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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해에 생각하는 의료인들의 자유

안용항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


의료인들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유를 원한다.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에서 자유롭기를 원한다.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역사는 역사가 기록되기 전부터였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동안 자유를 추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완전한 자유를 찾지 못하여 지속적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직 자유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자유를 무한정 누리려면 다른 사람들이 자유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타인의 자유도 자신의 자유처럼 생각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 사이의 자유를 서로 제한시켜야 하고 같이 누려야 한다는 점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진정 자유롭기 위해서는 타인의 간섭을 막아야 하고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타인의 간섭을 막기 위해서는 혼자 살아야 한다. 인간은 혼자 살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들은 집단을 이루어서 서로 의존해야 서로 필요한 물건들을 획득할 수 있고 타인의 공격에 대비하여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유를 위해서 타인들의 간섭에서 멀어져야 하고 반대로 자유를 얻기 위해서 타인들 도움이 필요해지기도 하다. 하지만 간섭 없는 도움이 어디에 있겠는가? 도움이 때로는 간섭이 되며 간섭이 바로 자신의 자유를 제한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때 인간들은 인간들 사이의 타협이 필요하다. 서로 적절히 자유롭고 적절히 간섭하자고 약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약속은 정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법으로 이루어진 국가가 필요하다. 인간들 간의 상호 간섭과 자유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만민 앞에 평등해야한다는 법을 만드는 것이다.

온통 세상에 자유가 넘치고 공정한 법의 집행이 이루어지는 듯이 말하는 오늘 한국이지만 의료인들은 여전히 공정한 법의 집행을 받지 못한다. 의료인들은 집회의 자유가 없으며 양심대로 자신의 직업을 실현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의료인들이 집회를 벌이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며 의료인들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의 직업실현을 마음대로 하게 되면 진료비가 많이 나와서 안 되다고 하며 따라서 의료인들은 통제를 받아야 된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 독일에서 등에서는 의사도 집회를 할 수 있고 판사도 집회를 할 수가 있다. 집회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자유이다. 그래서 헌법에서 조차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인들이 집회를 할 수 없다면 의료인들 아닌 모든 사람들이 집회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야 타당한 법이 되는 것이다.

좀 더 자유로운 사회란 집회를 할 수 없는 집단이 점점 적어지는 사회를 말할 것이다. 우리가 점점 자유로운 사회로 가기를 원한다면 의사도 판사도 집회를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집회는 공정한 절차에 의한 정의로운 집회여야 할 것이다.

진료비를 사게 만들기 위해서 국가에서 의료인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말이 공정한 말이라면 모든 직업을 전부 국가에서 통제해서 가격을 사게 해야 한다는 말이 올바른 말이 될 것이다. 의료비만 국가에서 통제한다는 것은 의료인만 직업 실현의 자유를 통제하겠는 말과 같다. 즉 한국에서의 의료인은 다른 사람들처럼 자유를 누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마치 비민주적 전체주의국가에서처럼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서 자유를 누리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 모두가 이익을 누릴 수는 없으므로 공정한 계약 등을 통한 공정한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공정한 이익을 얻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누릴 기회를 동일하게 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계약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할뿐만 아니라 공정한 계약이면 그 계약 내용에 관계없이 따라야 한다. 그것이 다수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의 다양한 욕구의 충돌을 공정하게 처리하여 적극적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방식 일 것이다. 진료비 문제도 공정한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임이 분명하다.

한사람이 최대 자유를 누리는 것은 일인독재 국가일 것이고 다수 민중이 최대 자유를 누리는 것이 자유 민주국가 일 것이다. 일인 독재가 다수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안 되지만 다수가 소수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안 된다. 인간이 정말로 평등한 자유를 누릴 기회가 주어진 존재라고 말한다면 ‘공정한 자유와 공정한 간섭만이 존재하는 사회’여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공정한 자유와 공정한 간섭을 실현하기를 원하는 국가라고 한다면 의료인들에게도 집회의 자유와 공정한 계약을 할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치료방식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가가 치료방식을 제한함으로서 국민들에게 치료방식의 선택을 간접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될 것이고 의료인들이 국민들에게 특정 치료방식을 강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의료인들의 공정한 자유를 통제적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 것처럼 의료인들은 환자들의 치료 방식을 환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환자에게 치료 방식을 선택할 자유를 정부와 의료인 모두가 보장해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환자의 터무니없는 자가 치료 방식은 의료인으로서 최대한 막으려고 설득하는 것도 환자의 진정한 자유를 보장해주는 방식일 것이다.

올바른 자유란 올바른 인식에서 나온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상기한다면 의료인은 환자의 올바른 선택할 자유를 위해서 정확한 의료지식을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로지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터무니없는 진료통제에 저항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의료인이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