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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국내 연구진, ‘기억 유지-소멸 원인’ 규명

강봉균 서울대 교수팀…사이언스 온라인판 게재


국내 연구진이 기억이 유지되고 소멸되는 기억 재구성의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지원하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강봉균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 기억제어연구단, 사진) 연구팀은 저장됐던 기억이 인출될 때, 기억을 저장하는 시냅스가 허물어지는 메커니즘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 과정이 기억 재구성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을 밝혀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권위지인 사이언스(Science)지 온라인판 2월 8일자에 게재됐다.

우리는 어릴 적 부모님과 동물원에 갔던 즐거웠던 기억, 어젯밤에 외운 영어단어에 대한 기억 등 수많은 기억을 갖고 살아간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나, 학습을 하는 경우 인간의 뇌에서는 관련된 시냅스들이 단단하게 강화되는 과정이 나타나며, 이러한 강화과정을 통해 우리는 배우고 경험한 것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시냅스 강화과정 중에 단백질 합성 억제제를 투입해 단백질 합성을 막았더니 시냅스 강화가 일어나지 않아,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냈다.

연구자들은 이와 관련해 시냅스 강화과정에서 단백질의 합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주목, 이러한 단백질들의 동정과 자세한 기능을 밝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경과학자들은 이와 유사한 실험을 기억을 인출하는 상황에 적용했으며, 흥미롭게도 이미 학습해 저장됐던 기억을 떠올릴 때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면 형성됐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따라서 신경과학자들은 기억을 떠올릴 때 뇌에서 기억을 부호화하는 시냅스가 어떤 이유에선가 불안정해져서 기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단백질 합성을 통한 시냅스 강화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기억을 인출할 때 나타나는 이와 같은 과정은 새로운 정보를 더 받아들여서 기존 기억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라고 판단했으나 기억을 떠올릴 때 어떤 과정을 통해 단단했던 시냅스가 불안정해져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강 교수가 바로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즉 기억을 떠올릴 때 기억을 부호화하며 강화되었던 시냅스가 특수단백질분해과정(ubiquitin-proteasome system)을 통해 허물어지고 결국 기억을 재구성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기억을 떠올릴 때 시냅스를 구성하는 신경 세포들은 특수단백질분해과정을 사용해 시냅스의 단백질 분해를 증가시키고 이러한 증가가 결국 기억을 부호화하는 시냅스를 허물어뜨려 기억 재구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특수단백질분해과정의 활성을 억제하게 되면 기억이 재구성될 수 있는 상태로 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억의 변형, 극단적으로는 기억의 소멸이 불가능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저장됐던 기억이 재구성 가능한 상태가 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과학적 의미뿐 아니라, 기억을 유지하거나 변형시키는 과정으로 응용돼 의학적으로도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봉균 교수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84년)하고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92년) 했으며, 컬럼비아대 신경생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서울대 자연과학대 부학장과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학회지 편집부위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