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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료분쟁 겁내지 않기

장규윤 전북대학교병원 법의료실장


요즘 한 방송국의 의료 관련 드라마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긴급수술을 시행하고 환자 진료에 전념하다보니 가족들로부터 조차도 외면당하는가 하면 시술 후 환자가 사망하자 마치 일반 형사범과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소환을 당하는 의사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의료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의료분쟁이 발생하는 사고 현장에서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진료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쌓여왔던 인간적인 신뢰마저도 깨져 버린다는 점이다.

분쟁 초반에는 의료행위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었던 환자들일지라도 분쟁이 계속 되면 인간적으로 의사들에게 실망하고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서조차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면서 분쟁은 극으로 치닫게 된다.

의사는 병을 대하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라는 신념으로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했던 의사들도 이러한 분쟁에 부딪치게 되면 당황스러워하고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의료법상의 진료거부로 인한 벌칙조항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신을 찾아 온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다하고 있으나 의료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불가피한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의료분쟁은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가장 좋은 대처방법은 분쟁이 발생한 경우 객관적이고 신속한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방법은 의료행위와 관련된 정확하고 세심한 진료기록을 작성토록 하는 것인데, 수술이나 각종 검사 전, 또는 수술 중이라도 특이한 사항이 있으면 환자 가족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고 이를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설령 환자 측이 제출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객관적인 자료로 의무기록을 제시토록 하며 분쟁 이후에는 의무기록을 새로이 작성하거나 수정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분쟁 이후에도 환자 측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의학적 내용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충분히 하여야 한다.

매스컴을 통해서 종종 보도되는 병원내의 폭력이나 시위 장면은 분쟁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원과의 대화 창구를 얻지 못한 환자 측이 격분하여 단체 시위를 하거나 시신이송을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진료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까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형사 및 민사 소송 등의 절차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 명령을 받는 경우 되도록 협력하여 신속히 사건이 종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고, 민사소송의 경우에도 가급적 법정에 해당 의료진이 직접 출석해 재판부에게 관련 의료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여 의료진의 입장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판장이나, 검사, 경찰들은 비의료인이므로 의학적인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인의 직접 설명은 객관적인 분쟁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선배의사나 동료의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것도 좋지만, “소송은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 입증의 문제”라는 법언이 있듯이 법률 분쟁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소송을 잘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생명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고 오늘도 의료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의료진들의 노력이 의료과실로 끝맺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현명하게 대처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객관적인 해결책을 안내해주는 것 또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필수과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