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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계가 부러워하는 졸부(猝富)인가?”

박호진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


정부는 지난 4월 29일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에 대한 신축적 운영을 단호히 거부했다. 이것이 옳으나 그르나 간의 문제를 떠나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주무 장관님의 인식은 심각한 지적 오류에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즉 ‘당연’이라는 단어 속에 숨은 정부의 폭력성을 외면하는 등 지나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당연, 아니 강제지정제는 1977년 의료보험이 처음 시작할 때에 없던 제도이다. 그러나 유신 체제의 유지를 위해 1979년 법제화했다. 천재지변이나 전시가 아닌데도 모든 의료기관을 징발한 셈이다.

이 제도는 분명 개발독재가 낳은 역사의 사생아이다. 그럼에도 국무위원이 이것을 세계가 부러워한다고 주장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분명히 정부에 묻노니, 제1세계 국가 가운데 이것을 따라 하는 경우가 있는가?

솔직히 말해 이 제도가 언감생심 하루아침에 없어진다고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전문직업인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소박하게 생각해왔다. 즉 “개선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인식을 바랄 뿐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많은 기대에 부응하고 경제를 꼭 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그토록 주장하는 선진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의심이 든다.

강제지정제의 존치를 발표하던 날, 때마침 어느 일간지의 헤드라인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금년 말까지 철폐한다는 기사로 장식되었다. 이렇게 돈을 벌어오는 물(物)과 기(技)는 격려를 받는다.

반면 의료처럼 공정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다른 사람들의 기회균등을 만들어주는 분야는 계속 유신 시대에 머물러 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사람들은 돈만 밝히고 품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을 졸부라 부를 정도로 깨여있다.

정부는 선진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모순을 안고 갈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을 확인하듯이, 의료공급자들은 정부와의 공정한 계약을 통해 활동하고 선진 한국의 납세자 됨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선진 한국은 복지를 위해 노예를 필요로 하는가? 아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가 폭압에 희생되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 이제 한국은 졸부의 촌티를 벗을 때가 된 것이다.

박호진/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