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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강력한 항경련효과 케톤요법, 간질치료의 뉴 옵션

간질학회 학술대회, ‘간질’ 병명 개명 추진도

약물요법으로 치료하지 못한, 특히 난치성 소아 간질환자에게 케톤 식이요법을 적용할 경우 완치, 혹은 90% 이상의 발작감소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5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케톤 식이요법이 약물, 수술과 함께 간질치료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대한간질학회(회장 이상도) 제13차 학술대회에는 다양한 치료법과 새로운 이슈들이 대거 등장, 주목을 끌고 있다.

성경에도 나오는 식이요법 간질치료
이날 오후 언론 설명회에서 학회 기획위원장 김흥동 연세대 의대 교수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케톤 식이요법(Ketogenesis Dietotherapy, Ketogenic Dietotherapy)의 현황과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약물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있어 케톤 요법이 가장 강력한 항경련 효과를 갖는다면서, 특히 소아의 경우 어른보다 효과도 좀더 뛰어나, 소아의 난치성 간질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절반 정도의 경우에서 완치, 혹은 90% 이상의 발작 감소효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케톤요법은 극단적인 지방 위주의 식이요법으로 90%의 지방(올리브유 중심)과 10%의 단백질(채소 생선 두부 등)로 구성된다. 평소의 뇌는 당을 에너지로 사용하지만, 하루 이틀만 탄수화물 섭취를 멈춰도 체내에 축적된 탄수화물이 소진된다. 이때부터는 뇌가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게 되고, 뇌세포의 기능이 상당부분 활성화된다는 것.

김 교수는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이 간질을 치료할 때 단식을 먼저 시키는 것, 그리고 단식 후에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도 이와 비슷한 기전이라면서, 간질이 완전히 조절될 때까지 시행해야 하는 특성상 케톤요법은 환자에게 상당히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약물요법에 선행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

또한 병변 부위의 이미징이 잘 되고 절제가 쉬운 환자에게는 여전히 수술이 더 좋은 방식이며, 반대의 경우에 케톤요법이 권장되는데, 2개월 정도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면에서 케톤요법이 수술요법에 선행돼 시행되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맨 하단 “비하인드 스토리” 참조

황제병?, 장미병?, 잭슨씨병? 병명 개명 추진
이번 학술대회에서 이목을 끄는 또하나의 화제는 ‘간질’ 병명의 개명 추진이다. 이상도 회장과 허균 간질협회 회장은, 간질이라는 병명이 주는 차별감, 환우들의 불이익 등을 감안해 양 단체가 공동으로 개명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 시나리오는 개명위원회를 신설하고, 1년간 최적의 명칭 후보 몇 개를 도출한 다음, 2009년 학술대회에서 공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 이후 새 병명을 확정하고 관공서, 유관단체, 사전, 그리고 일반대중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벌여, 새 병명을 사회에 안착시킨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일반인 대상 공모와 네이밍 전문가 활용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것은 크게 3가지 방향이다.
첫째, 전혀 새로운 이름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장미병(환우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독교 단체 장미회에서 유래), 황제병(시저, 나폴레온이 앓았던 병), 뮤즈병(발작이 음악적으로 리드미컬하다는 의미) 등 기발한 이름들이 거론된 바 있다.
둘째는 영어식 표현으로, 유명한 간질학자의 이름을 딴 잭슨씨병과 같은 경우다.
마지막으로는 학술적인 측면으로, 뇌전(뇌에 전기가 온다는 뜻), 뇌진(뇌의 지진), 뇌경(뇌의 흔들림, 경련)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13년 세계간질학회 유치 노력
대한간질학회는 오는 2013년 세계학회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함께 간질학의 선도적인 입장에 서 있는데다, 식이요법의 임상적인 측면에서는 미국과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만큼, 국제화에 가속도를 낸다는 것.

학회는 올해부터 학술대회에 한일 공동 심포지엄을 포함했으며, 내년 공동 심포지엄은 일본 간질학회의 학술대회에서 개최된다. 이에 앞서 일본과 함께 아시아-오세아니아 간질학회를 주도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2009년은 세계 간질학회 100주년이 되는 해로, 첫 대회가 열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학회가 개최된다. 간질학회 측은 이때가 2013년 대회의 개최지를 결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치에 가장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은 서울의 물가. 호텔비를 비롯한 체류비가 많이 들어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이 아닌 제주와 같은 도시는 물가는 싼 대신 호텔을 비롯한 인프라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비하인드 스토리, 왜 케톤 요법인가?
김흥동 교수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 1990년대 초 미국의 메릴 스트립이 속한 프로덕션 사장의 아들 “찰리”가 간질을 갖고 있었다. 하루 수십회의 발작을 동반하는 중증이었는데, 어느 의료기관에서도 관리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퇴마요법까지 동원했으나 결과는 헛수고.

존스홉킨스에서 치료를 받던 찰리의 부모는 케톤요법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시작해, 3일만에 찰리의 병변이 없어졌다. 이들은 이를 기념해 “찰리 재단”을 세우고 간질환우를 돕는 한편 케톤요법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방송에도 출연해 “NBC 나이트라인”에서 케톤요법을 홍보하면서, 이것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 제약사의 이른바 ‘커넥션’에 의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고, 이것은 미국인, 특히 간질환우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를 끼쳤다. 케톤요법의 활성화는 이때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이를 활발히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존스홉킨스 프로토콜의 단점을 개선한 새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임상연구 측면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적인 주도국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