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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간호사 비전제시가 인력難 해결책”

박광옥 병원간호사회장 “모든 가능성 열어둘 터”


요즘 병의원 경영의 화두는 단연 간호인력 부족 문제다. 대형병원의 증설경쟁, 노인요양보험을 비롯한 의료환경의 변화, 간호등급가산제 등의 원인에 해법찾기도 이견이 노정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5년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간호사 수는 1.9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캐나다와 벨기에의 19%, 30% 수준. 같은 자료에서 의사는 1.6명으로 역시 하위권이었으나, 캐나다의 72%, 오스트리아의 40% 수준으로, 그 격차는 덜한 편이었다. 부족한 간호인력을 3만7천명으로 잡는다는 병원계의 추산도 있었다. 이와 관련, 박광옥 병원간호사회장(서울아산병원 간호본부장)이 간호계의 의견을 전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의사인력도 부족한데 간호사 문제만 거론된다며 볼멘소리가 들리는데?
=여러 전문인력 중 특히 간호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상당수의 간호사들이 일선 의료현장을 떠나는 것이다. 3교대에 휴일근무 등 업무강도 자체도 높을 뿐 아니라, 의료환경의 변화와 국민들의 기대치 상승도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 기대치와 역할의 증가에 비해, 처우와 비전의 상승속도는 상대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실제로 현장의 간호사들은 많은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방 및 중소병원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심한 원인은?
=처우나 근무여건, 그리고 주거여건 면에서 대도시와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직업선택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방중소병원에만 국한된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 현재 중소병원의 이직률이 30%, 대형병원도 13%의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어느 곳이나 높은 이직률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해법의 하나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970명 증원했는데?
=단기적인, 그리고 실제적인 효과 여부를 떠나서, 우리는 간호인력 증원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인력수급 차원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가 202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시점에 40만명의 간호인력은 너무 많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간호조무사 인력을 간호사 인력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는데?
=이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간호계로서는 이러한 주문을 백퍼센트 이해하고 있고, 어떻게든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방안이 절실하다는 데도 동의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같이 고생하는 간호조무사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간호사가 아무리 오래, 그리고 유능하게 업무를 처리한다고 해도 의사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대로 나름의 업무규정이 있다. 간호사의 할 일을 조무사가 할 때 일반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도 간호조무사에게 간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간호대학의 특별전형과 같은 것은 훌륭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해외 간호인력 수입문제에 대해 간호계가 반대의견을 내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국민의료의 한 축이자, 병원경영의 파트너로 인력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해외 간호인력도 경쟁력이나 능력에 문제가 없다면, 나름대로의 과정- 예컨대 한국어시험과 같은 것- 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간호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간호사는 환자와 직접적으로 접점을 형성하는 역할이다. 현재 옌벤 출신의 동포 간호사가 우선순위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환자들에게 그다지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간호인력 유입이) 필요하다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간호인력 수급문제를 풀 근본적인 해결책은?
=유휴 간호인력 해결문제는 해결방안 중의 하나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간호인력 문제를 사회현상의 하나로 보고 접근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의한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할 수 없듯이, 간호사들이 사회 구성원이자 생활인으로서 여러가지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예를 들면 오지나 지방으로 유능한 간호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유인책도 있어야 할 것이고, 여성인력이 많은 특성상, 24시간 탁아소와 같은 지원책도 필요할 것이다.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간호인력에 대해 국가의 인적자원 관리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 줬으면 한다. 내부적으로 재교육을 공급하는 프로그램, 인력 데이버베이스 구축, 서울-지방간 간호사 연결 시스템 등은 그 각론이 될 것이다.

연봉이나 처우보다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직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기 싫어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현장에서 60세까지 자랑스럽게 일하는 것이 내가 목표하는 간호사상이다. 경험많은 간호사에 의한 서비스 공급은 환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간호사가 장기적으로 전문직으로 성장발전 할 수 있는 교육지원 등의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커리어 래더’와 같은 교육 및 모티베이션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러한 것이 확산되면 간호사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돼서 자신의 진로를 디자인하게 되고, 이것은 이직 방지는 물론 전반적인 간호서비스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외에 간호인력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간호수가 문제는 어떻게든 손을 봐야 한다. 나는 대학병원에 몸담고 있지만,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눈물겨울 정도다. 현재는 간호등급을 올려 수가를 더 받는 것보다,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원 경영인들이 환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상책을 강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