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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폐지논의 그만” Vs “강제수용 스톱”

의협 당연지정제 포럼, 복지부-의협 상반된 의견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해 복지부 측은 “폐지논의는 이제 실익이 없다”고 규정한 반면, 의협 측은 “비민주적-강제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3일 저녁 의협에서 개최된 제23차 의료정책포럼 ‘건강보험계약제의 개선방안- 당연지정제 및 수가계약제를 중심으로’에서 복지부 측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영찬 건강보험정책관과 의협측 지정토론자 전철수 보험부회장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상반된 견해를 발표했다. 양 토론자 모두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으로 신경전을 연상케 했다.

의협 전철수 부회장 ”토지수용 같은 강압적 방식 이제그만”
전철수 부회장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의료기관 서비스의 질에 대한 관심과 방향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문을 연 후 “강제적 방식으로의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당연지정제는 민주성-합리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토지수용처럼 강제적으로 의료기관을 징발함으로써, 일선 의료기관은 비급여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고 있으며, 그 결과로 비급여 서비스가 어려운 외과나 산부인과, 소아과 같은 곳은 경영상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렇게 의료시스템과 인력구조를 왜곡하는 당연지정제 하에서는 국민도, 의료기관도 모두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저수가로 본인부담은 낮아졌다고 하지만, 병실차액, 선택진료 등 비급여 항목의 지출 증가로, 결국 소비자도 의료비 지출이 늘어났다는 것.

전 부회장은 보험자와 의료공급자 간에 상호 동등성을 기반으로 의료시스템이 새롭게 이해돼야 한다며 “의료는 이념이 아닌 서비스이며, 그것이 일방적인 공공재로 다뤄져서는 곤란하다. 시장과 공공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상호 신뢰에 근거하지 않은 비민주적 제도는 철폐돼야 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이영찬 복지부 정책관 “완화론자 이해할 수 없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영찬 복지부 건강보험 정책관도 기대를 넘는 고수위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정을 받았지만, 당연지정제 문제는 법 이전의 문제이며, ‘국민들이 어느 것을 지향하는지’가 법적인 자구 하나하나보다 중요하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비록 많은 불만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건보는 여전히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여기의 근간이 되는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면 국민을 일등국민과 이등국민으로 이원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어 “당연지정제의 ‘완화’를 검토한 적은 있으되 폐지를 검토한 것은 아니었다. 폐지론을 펴는 사람들은 건보제도의 틀을 변경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건보제도를 현재의 틀 속에 놓고 발전시키자는 전제 하에, 폐지논의는 더 이상 실익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정책관은 “현재와 같은 건강보험이 없으면 의료기관 경영도 쉽지 않을 것이다.심하면 오전에 진료를 보고 오후에 빚을 받으러 다닐 수도 있다. 건강보험 덕분에 안정적인 진료비 지급이 가능한 측면도 있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폐지시 의료기관도 피해” & “3차기관도 비계약 생존 어려워”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당연지정제가 위헌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민들은 건강보험에 강제로 가입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이 강제화돼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입장의 가입강제화가 소비자의 그것보다 더 가혹한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조 상임위원은 “이 문제는 합헌-위헌을 따질 문제는 아니고, 다만 검토를 더 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면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당연지정제 폐지는 양극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료의 공급이 선택이나 접근성의 축면에서 현저하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제는 의료기관의 수준을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담보하는 제도로서 당연지정제 폐지가 검토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수가계약제에 대해서도 “국가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 협상을 하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동통신 요금이 그중 하나다. 시장의 실패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인위적인 협상참여 기능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의협 측 의견에 반대했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연지정제는 국민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임무를 완수했다고 본다. 당연지정제 폐지시 성형, 치과, 한의 정도만이 비계약으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유수한 3차기관도 건강보험에 편입되지 않고는 경영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혀 앞선 조 상임위원과 유사한 맥락의 의견을 표했다.

지영건 포천중문의대 교수는 “상대가치점수제를 활용하는 미국의 경우 보험자-공급자의 계약이 아닌, 물가인상 및 소득수준 추이 등에 따른 자동적인 공시를 통해 수가가 결정된다”며 나름대로 합리적인 규칙을 정하고 거기에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와 같이 기본적인 룰을 만들고 공급자와 보험자가 의료의 질, 비용절감노력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따라서 가감하는 방식으로 수가계약을 하자는 요지의 발언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건강보험계약제 모형 도출
한편 앞선 주제발표를 통해 김계현 책임연구원(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은 당연지정제와 수가계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요양기관의 건강보험제도 참여방식 및 보험제도와 관련된 세부내용에 대한 계약을 함께 논의토록 하는 ‘건강보험 계약제’ 도입방안이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그림참조]



의협이 제시한 건강보험 계약제 모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국공립기관과 민간의료기관으로 구분해 국공립기관은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민간의료기관은 선택에 따라 요양기관 또는 일반의료기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요양기관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개별의료기관은 공급자단체(중앙회)에 신청을 하고, 중앙회(중앙회의 장)는 이들 의료기관을 대표해 보험자에 대응하는 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이는 단체계약의 형태로 원칙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보험자가 선호하는 선별계약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계약의 내용은 현행 수가계약제의 범위가 한정돼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계약제의 근본취지를 살리기 위해 건강보험 및 요양급여 관련 세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효율적인 계약성사를 위해 건강보험제도 관련 상설협의체와 중재기구 등 단계별 협의기구를 두고, 계약 결렬시 중재절차를 지속 운영하되, 전년대비 의료물가지수(또는 권고수가)를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 82% “당연지정제 폐지돼도 요양기관 계약한다”
김 연구원은 이날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의협이 갤럽에 의뢰해 의사 1002명과 일반국민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의 82.3%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더라도 요양기관으로 계약하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더라도, 기존대로 보험환자를 진료하겠다는 의사가 10명 중 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당연지정제가 폐지되어 고가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비계약 의료기관이 생긴다면, 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국민의 수도 전체 응답자 중 22.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대상 설문에서는 “당연지정제 대신 건강보험 계약제가 도입돼 고가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비계약 의료기관이 생긴다면 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2.5%였고,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응답도 79.1%에 달해 현행 당연지정제 하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의료소비자의 요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무법인 세종의 황선줄 변호사도 주제발표를 통해 “당연지정제는 의료기관에 대한 평등권, 의료인에 대한 직업수행 및 선택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 재산권,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등 헌법상 보장돼야 할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요양급여비용 계약제에 대해서도 “대표자의 선정, 합의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사실상 계약제의 원칙이 공단 이사장의 의지에 좌우되는 결과가 되고 있다”면서 “행정주체가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체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제의 정신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체결에 필요한 자료가 공단과 의약계에 동등하게 제공되도록 규정을 신설하고, 재정운영위원회의 과도한 간섭을 배제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계약대상의 범위를 상대가치점수당 단가만이 아니라, 그 산출근거가 되는 상대가치점수표 자체를 계약의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정심에 대해서는 공정한 내용의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을 위해 가입자위원과 공익위원을 한데 묶어 의약계 위원과 동수를 이루게 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