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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40대 주부 간 기증, 시한부 환자 2명 살려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 교수팀 집도로 성공적으로 수술 마쳐


40대 주부의 조건 없는 간 기증이 말기 간경화로 하루하루를 넘기기 힘든 시한부 환자 2명의 생명을 살려내 화제다.

선행의 주인공은 말기 간경화를 앓고 있던 환자에게 선뜻 본인의 간 일부를 기증하겠다고 나선 김영숙(여, 43세, 사진)씨.

그는 자신의 친언니와 불교관련 법사대학 동기의 남편 이갑영씨가 간경화 말기 상태에 빠져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씨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기증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갑영(남, 52세)씨는 혈액형이 A형으로 가족 중에서는 간을 기증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씨에게 간을 기증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김영숙씨는 이갑영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간 기증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죽음만 기다리고 있는 강윤석씨를 발견하게 됐다.

김씨는 수술을 시행할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팀에게 이씨와 강씨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의료진은 혈액형 조건상 김영숙씨의 간을 강윤석씨에게, 강윤석씨의 아들 간 일부를 이갑영씨에게 기증하면 두 사람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제시했고 김영숙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흔쾌히 승낙해 최근 4명의 환자(김영숙, 강윤석, 강윤석씨 아들, 이갑영)를 동시에 수술하게 됐다.

지난 2006년 초 간암과 말기 간경화 진단을 받은 강윤석(남, 50세)씨는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대학생인 아들 준영(남, 22세)군이 간 기증을 희망했으나 혈액형이 일치 하지 않아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할 수 없다는 소식에 애를 태우고 있던 중이었다.

특히 강씨는 1남 1녀를 둔 가장으로 국내에서 간 기증자를 찾지 못해 2년 전 중국으로 원정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출국한 적도 있었지만, 중국에서도 기증자를 찾기 못해 수 천만 원의 돈만 버리고 눈물을 머금고 다시 국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월급쟁이 회사원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던 강씨 가족은 아버지 치료비 때문에 결국 4식구가 79㎡(23평)짜리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새 생명을 찾게 된 강씨는 “지인에게 간을 기증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신을 높이 사야하는데 생면부지의 나에게 까지 이런 기회를 줘서 김씨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하루빨리 회복해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 김씨에게 처음 간을 기증받기로 돼 있던 이갑영씨 또한 2005년 말기 간경화 진단을 받고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지만 1남 2녀인 자녀들과 형제들이 혈액형이 일치 하지 않거나 간염보균자 등 간 기증이 적합하지 않은 이유로 생면부지의 간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씨가 친언니의 불교법사대학 동기인 이씨가 말기 간경화로 간 기증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장기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김씨는 “뇌졸중으로 투병중인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불교 신자로서 평소 장기기증의 고귀한 정신을 실천하고 싶었다”며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말에 둘째 아들이 처음에는 많이 반대했지만, 격려해 준 두 아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승규 교수는 “처음 계획과는 달리 교환 간이식을 통해 2명의 말기 간경화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 특히 기증자와 수혜자가 바뀌면서 오히려 기증자가 줄 수 있는 간의 체적(부피)과 수혜자가 필요로 하는 간의 체적(부피)이 서로 서로 충분해져 더 좋은 수술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