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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병용금기 처방시 근거사유기재 의무화의 문제점

전철수 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


DUR 시스템과 관련한 의사들의 처방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병용, 연령금기 약품을 부득이하게 처방할 경우 그 사유를 기록하도록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의미 없는 숫자나 기호( . 또는 / )를 적어 놓은 건 문제의 소지가 있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DUR의 도입 취지가 금기 약 처방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처방사유를 적지 않았다고 함은 결국 이 시스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고 의사들 또한 병용금기제한에 대해 무성의한 것이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사는 진료할 때 반드시 컴퓨터를 사용해야한다고 입법하는 나라가 세상에 있을까.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전산화가 잘 발달하여 의사들도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진료할 때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DUR은 진료시 컴퓨터를 사용하라는 고시가 아니라 보험청구를 할 때 정부가 만든 프로그램을 강제적으로 사용하라는 고시이다. 모든 의사에게 강제로 진료시 컴퓨터를 사용해야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미친 짓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진료할 때 문자 향을 더 선호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

이렇게 진료를 한 후 보험청구는 정부가 지정한 전산프로그램으로 청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진료는 의사가 하지만 보험청구는 대개 심사간호사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바로 여기에 현행 강제화된 DUR 시스템의 맹점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종이와 연필을 사용해서 진료를 한 후 나중에 보험청구를 하게되면 DUR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심사간호사들이 청구를 할 때 병용금기 사항 등이 나와도 이미 진료기록부에 기록된 내용에 대해서 별다른 조치를 할 수가 없어 ‘. 또는 /’ 등을 기재하거나 공란으로 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사들이 무성의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모든 의사가 진료할 때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진료할 수 있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규제를 하는 나라는 아무 곳도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의사들이 진료를 보다 정확히 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 등에서는 약사와 심사기구 들이 병용, 연령금기 관련한 환자의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해주고 의사가 보다 정확한 처방을 하도록 돕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처방을 내리면 더 이상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일본, 호주 등에서는 전산화 인센티브를 실시하여 의사들이 진료에 전산 장비를 활용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사유재산인 의사들의 전산장비를 마치 자기 것인 양 프로그램에 대해서 규제를 하고, 청구시 일일이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료와 보험청구가 분리돼 있는 현실에서 당연히 행정적 한계가 있는 것을 마치 의사들이 병용금기, 연령금기, 질병금기 관련한 약제의 처방에 대해 주의를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맹목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이라는 의사의 처방을 돕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모든 의사들의 진료실 환경에 적합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서챠트와 펜으로 진료하는 이에게는 매달 변경되는 의약품 정보를 책으로 만들어서 진료시 참조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약사와 심사기구들이 의사의 처방을 돕고 지원하는 프로그램 체게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만 있고 지원과 협력이 없는 시스템은 결국 불필요한 행정을 남발해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와 사회 전체에 과도한 행정부담과 의료에 대한 불신만 조장할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