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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의료 선교를 다녀와서

송광순 계명대 동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2008 해외의료선교봉사단장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무더운 여름날. 27명의 적지 않은 대원들이 지친 몸으로 낯선 나라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 도착한 것은 2008년 7월 25일 늦은 밤이었다. 엄청난 부피의 의료장비 반입이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아무런 제재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생각보단 융통성이 있고 자유로운 나라구나…” 하고 잠시 기분 좋은 생각을 하였다. 이 여유로운 통과절차의 뒤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은 마중 나온 분을 만나고 나서였다. 미리 공항세관원에게 사례를 했다는 것이다.

매년 의료선교를 시행하면서, 적절한 대상지를 물색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동산의료원 선교복지회는 10여 년 전에 중앙아시아 의료선교 활동을 시작하여, 현지에서 알마티 동산병원도 세울 수 있었다. 이미 이 지역에서는 선구자적인 우리 선교복지회이지만, 올해 의료선교를 준비하다 보니, 몇년 전에 방문하였을 때와는 모든 부분에서 사정이 너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알마티 인근 지역에서 의료 봉사를 실시하고자 허가 신청을 제출했지만, 그 지역의 행정가들은 출발 이틀 전에 허가를 거부하였다. 자기들도 의사가 있고 병원이 있기 때문에 의료 봉사가 필요 없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으나, 수년 전부터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신학교 건물과 기숙사를 강제 폐쇄-환수 하는 것이 그 곳 행정책임자의 공공연한 목표라는 것을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의료봉사를 실시하고자 하였던 신학교는, 우리가 도착한 당시 6개월 강제 휴교의 명령으로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고, 인근에서 활동하던 한 교회는 이미 폐쇄당한 후였다.

결국 모든 것은 종교적 이유인 것 같았다. 사회주의 체제라 형식상 의료는 무상이라고 하나, 그곳 주민들은 자기들 의사의 실력을 믿지 않는 형편이어서, 우리의 의료봉사를 진심으로은 반기고 있었다. 행정책임자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알마티시와 대구광역시와는 자매결연 도시이기에, 예전에 우리가 대구시에 행정협조를 부탁하면, 대구시에서 알마티시에 협조를 요청하고, 알마티시의 협력 담당자가 공항에 나와서 의료장비 반입 등 도움을 주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런 도움이 없었고, 협조공문에 회신 조차도 없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미루어 볼 때, 이미 중앙아시아의 선교 상황은 급변하여 있었다. 작년 키르키즈스탄 의료선교 현지에서 어렴풋이 들은 이야기들이 실감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많은 선교사들이 종교적 이유로 하루 아침에 모든 기반을 잃고 추방을 당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중앙아시아 다른 국가들로 옮겨 선교 활동을 재개하려 하지만, 이미 알마티는 생활비가 너무 비싸서 불가능하고, 비교적 생활비가 저렴한 키르키즈스탄으로 선교활동이 몰리는 바람에, 비스킷에는 갑자기 수 명의 선교사들이 거주하신다는 이야기였다.

경제와 정치적 상황이 호전되면서 무슬림 자체의 종교적 색채가 다시 짙어지고, 종교의 생활화가 깊은 현지인의 특성상, 성공적인 선교가 힘들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다 준비해 들어가서 ‘조건 없이 다 주고 오는’ 단기 의료선교에도 이럴진대, 나머지 선교활동은 어떨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실 요즘은 개인,혹은 각 교회 단위로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해외 선교지로 뛰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선교 현지에서는 누가, 언제부터, 어디서 활동하고 있는지 서로 모르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상호교류나 협조도 잘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선교에 투자한 많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현지인들을 신실한 신도로 선교에 성공한 경우는 너무 미미하였다.

빈곤 탈피와 변화라는 중앙아시아의 급격한 상황에서, 기존 선교형태는 근본적으로 다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는 분 중에, 이미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고 치밀한 계획 하에 현지인들과 협력하여 그 곳에 종합대학을 설립한, 그래서 훌륭한 현지인 인재를 길러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선교를 시도하는 선각자가 계시는 것이 그나마 참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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