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장관, 약가 대폭 인하 칼 빼들어

내년 3월 기등재약 53.55% 일괄인하 등 약가 전면 개편

“약품비 거품을 제거해 국민부담을 줄이고 제약산업을 연구개발 중심으로 선진화하기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으며 현재의 대내외 환경을 감안해 지금이 정책 추진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은 12일 약가를 대폭 인하해 국민 약품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칼을 빼들었다.

복지부는 12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산정 방식 개편 및 혁신형 제약기업 중심의 특성화 지원방안 등을 내용으로 한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보고하고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관련 규정 정비를 추진키로 했다.

먼저 약가산정방식을 개편키로 했다.
그동안 동일 성분 의약품임에도 건강보험 등재(등록)한 순서에 따라 약품 가격을 차등 결정하던 계단식 약가방식을 폐지하는 대신에 앞으로는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보험 상한가를 부여하도록 했다.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을 먼저 등록하려고 경쟁하던 행태에서 벗어나 향후에는 품질경쟁에 노력하도록 약가산정방식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특허만료 전 약값의 68%~80%였던 상한가격을 53.55%로 낮추고, 동시에 기업들은 전 그 이하의 가격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유도했다.

단, 특허만료 후 1년 동안은 약의 안정적 공급과 제네릭의 조속한 등재를 유도하기 위해 59.5%~70% 수준으로 완화했다.
이 같은 방식은 기존 약(기등재약)들에게도 적용해 내년 상반기(3월)에는 대부분의 약들이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된다.

하지만 특허의약품과 공익성이 있음에도 수익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퇴출우려가 큰 퇴장방지의약품, 필수의약품 등은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새로운 제도시행으로 약가인하효과가 상쇄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1년간 적용을 유예하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복지부는 그동안 제약산업이 복제약·리베이트 위주의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개발 중심으로 의약품 생산구조의 선진화를 꾀하기로 했다.
연구역량을 갖춘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집중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선정대상은 일정규모 이상의 신약개발 R&D 투자실적,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제약기업(30개 내외)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최초 1년간 현행과 동일한 수준(68%)을 부여하는 등 약가 우대조치와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지원, 금융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더불어 국내 제약산업이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제약산업의 육성을 위한 글로벌펀드(가칭 콜럼버스 펀드)를 조성해 해외임상시험, 설비시설 투자 등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이전 활성화와 해외 컨설팅 등도 강화키로 했다.

약제비 절감에 따른 국고지원 예상절감액과 리베이트 위반 과징금 등을 활용해 ‘R&D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도 병행된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계와 국민의 올바른 약 사용을 촉진키로 했다.
의료기관이 약품비를 줄이면 절감부분의 일정률을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외래처방인센티브제도’를 의원급에서 병원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험 청구금액이 큰 상병(상해와 질병)에 대해 처방 안내 지침을 마련하고, 국민들이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약 복용법, 약가 등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적정한 약 사용을 유도키로 했다.
복지부는 올해 연말까지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내년 1월부터는 약가산정방식 등을 변경해 약값 인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진수희 장관은 “약품비 측면에서 국민의 약값 부담이 연간 약 2조1000억원 절감될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국민 부담액 6000억원, 건강보험지출 1조5000억원 절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현재 건강보험 급여액의 30%수준인 약품비 비중이 2013년에는 24%대로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산업 측면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약산업의 체질개선 및 구조 선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장관은 아울러 “선별적 지원과 경쟁을 통해 2015년까지 혁신형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평균 15%로 높여 글로벌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선진화 방안의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