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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로운 ‘의사상’ 정립하고 목소리 내자

윤창겸 경기도의사회 회장, 창간특집 특별기고


의약분업 당시나 현재에도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는 각자의 입장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

정부는 의료란 어느 정도 공공성을 가진 공적 재화라 생각하고 시민단체는 의료를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공공성이 더 넓고 높은 사회적 재화로 간극 하는데 비해 의료계는 의료란 의사에게 귀속되는 사회재화성과 사적 권리성을 강조하며 서비스혜택과 비용문제에 대해 능력에 상응하는 수혜, 혜택에 비례하는 비용분담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의약분업당시 정부는 의약품 오남용의 원인이 의약계의 사익추구형태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석하고 이들의 의료행태를 관리,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였으며 의약분업을 통한 약가 거품을 건보재정절감에 이용하겠다고 생각하였으며 시민단체는 전문가의 권위를 부인하고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전문성의 경계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의사들은 의료체계의 주류는 의사로써 전문가적 지위나 권위를 다른 어떤 단체도 위협하거나 도전해선 안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10년이지만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정부는 계층 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 질서와 안정을 강조하므로 정부에 의한 의료규제는 의료현장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의 여지를 없애고 건강한 의료질서를 확립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의료계 문제는 질서위반자인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시민단체는 평등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 의료제도에 불평등한 참여구조와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모든 사안에 중재적 입장이 아닌 주도적 입장에서 의료 현안을 논의하려하며 의약분업의 실패원인을 인정하지 않으며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원인이 공동체주의 파괴자인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 의료계는 개인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 개인시장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와 통제를 비판하고 현 의료체계가 갖고 있는 모순이 “재정투자 없는 규제”라는 비현실적 토대 때문이라 생각하여 현재 건강보험제도의 문제는 통제와 규제자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입안하고 당사자들이 반대하더라도 밀어붙이면 정책의 장단점에 대한 유불리없이 시행되었다.(계층주의)

최근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편의적인 방식은 더 이상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즉 Allison이 제시한 정책결정과정 세 가지 모형 중 조직과정 모형.(느슨하게 연결된 반독립적인 하부조직의 집합체이며 하부조직에 의해 정책결정)을 거쳐 관료정치 모형(정책결정을 참여자들의 갈등과 타협, 흥정에 의해 이루어짐)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제 의료계도 과거와 달리 서로 소통을 원활히 하여 단단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바뀌고 있는 시대환경에 따라 변화해야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 중에 선택의원제는 정부가 추진하려하나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 중 일부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정책을 입안한 후 그 동안 한 번도 중지한 적이 없으니 정부의 선택의원제를 부분적으로 고쳐 수용하자는 입장이었다.

일부의 주장도 그동안 정부가 한 행태로 보면 어느 정도 일리는 있으나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점이 있는 것이다.

선택의원제는 진료의 제한과 일차의료기관의 과별 전문성의 파괴와 서로 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회원 상호간의 불화와 반목을 조장하며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건강관리 서비스와 원격진료 도입을 통해 비의료인(paramedical)들에 의한 의사 고유역역인 진료영역 침범의 단초가 된다.

또한 선택의원제 정착 후 주치의제, 포괄수가제, 종국에는 총액계약제를 추진하려는 목적이 숨어있기에 의료계는 반대하여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의료분쟁 조정법도 심각한 문제점이 내포되어있다.

시민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무과실보상이 포함되어 있다. 무과실보상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무과실보상도 정부가 해야지 왜 의료계가 50%를 부담해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

또한 조정중재원 산하 감정위원회에서 분쟁조정 시 해당 의료 기관에 현장 실사를 할 수 있게 되어있고 이를 기피할 때 3천만 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들어있다.

그 외에 조정중재원 산하 조정위원회와 감정위원회 위원 구성에 있어 의료계는 1/5도 안 되는 불합리한 조항뿐 아니라 대불금제도 도입으로 의료계는 사전에 300억 이상을 미리 마련해야 하는 등 재정적 부담이 과중되고 있다.

또한 의료분쟁조정 신청은 현재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것은 자명한데 진료실 난동 및 폭행 방지 조항도 빠져있는 등 의사에게는 너무나 불리한 조항이 많이 내포되어 있어 현재보다 오히려 나쁜 상태로 우리 의사들은 이를 거부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황이다.

일부에선 이미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이 만들어졌는데 어찌하겠느냐며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합심해서 분쟁조정을 거부하고 의료분쟁조정법에 있는 의사협회공제회 법인화도 연기하는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한다면 의료분쟁조정법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

의약분업 투쟁 당시처럼 그 동안 우리는 과거정부와 대립하여 얻은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회원은 각자 자신의 살 길을 찾으려하며 의사회나 의사협회 일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제 정책결정에 대한 사회 전체의 흐름은 바뀌고 있다.

계층주의적 사고에서 관료정치모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내어야할 때가 왔다.

우리는 과별이기주의나 냉소적 자세를 버리고 히포크라테스 선언에서 다짐했던 마음으로 돌아가 서로를 형제처럼 아끼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여 의료계의 새로운 의사상을 재정립해야 될 시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