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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감성자극하는 상업주의 폐해 최소화해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 원장, 특별기고


버스 외부 광고 중 의료에 관한 것이 15%를 상회한다고 한다. 이중에서 특정 의료기술이나 약제를 홍보하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데,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개발자의 주장만을 담고 있는 것들도 많이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버스광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지하철, 인터넷 등 의료광고가 허용된 모든 장소에서 관찰되는 공통된 현상이다.

광고를 의뢰하는 목적은 소비자인 환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인데,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일단 감성에 호소하여 환자의 연약한 심리를 충동하여 소기의 목적을 짧은 시간 내에 달성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어서 씁쓸하다.

다국적 기업들이 거액을 투자하여 개발한 신약의 국내 진입 과정에서도, 접근 방법과 정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현상들이 관찰된다. 효능을 약간 개선하거나 부작용을 조금 줄인 수준인데, 기존약과 비교하여 10~100배의 가격을 요구하는 신약들에 대한 보험급여 요구도 감성적 접근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고” “최초”를 주로 부각시키는 마케팅으로 환자들의 이성적 판단을 흔들어 놓게 되면, 생명에 관한 문제인데 비용 때문에 신약이나 신의료기술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환자들은 인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기존치료에 실패한 말기환자일수록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이런 감성적인 환자들의 요구를 정책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준에서 정해야 하는 정부당국도 무시하지 못하게 된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꼭 필요한 것은 개발된 의료기술의 과학적 근거수준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개별 의료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결정해주는 제도적 장치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정부당국도 제한된 재정을 가지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고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 판단을 객관적으로 하기 어려운 국민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을 자극하여 이익을 성취하려는 상업주의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인 및 정부당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언론도 정확한 정보를 사회에 전달하여, 국민들이 이성적 판단으로 의료서비스 문제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메디포뉴스 창간 7주년을 축하 드리며, 의료-제약계 전문지로서 이런 측면에서 큰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