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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중소병원의 응당법 대안은 ‘Hospitalist’

허대석 교수, 입원환자 전담의 제도…환자 중심 진료 강조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가 인천한림병원에서 개최된 강좌에서 응당법으로 응급실 운영에 부담을 겪고 있는 많은 중소병원들을 위해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Hospitalist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응급실 전문의 당직법으로 인해 초래된 1인 진료과의 의무당직 문제가 많은 중소병원과 소속 진료 전문의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Hospitalist 제도를 우리나라 도입하는 주장이 많은 공감과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허 교수는 “최근 진료과목이 세분화되는 추세다. 진료과목 세분화는 심층적인 임상연구로 전문화를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의대생이나 전공의 교육 시 지나치게 기술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통합의료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고 밝혔다.

의료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현재 통합의료로 가고 있는데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세분·전문화 돼가고 있다는 것.

허 교수는 Hospitalist제도에 대해 “정부의 정책과 관계없이 의료계의 필요에 따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미국에서는 그 필요성을 체감해 제도를 시행·확대해 현재는 상당히 활성화된 상태”라고 밝혔다.

허 교수에 따르면 이 제도는 지난 96년 미국에서 생겨났다. 이후 가파르게 활성화되기 시작해 초기 5000명 내외이던 hospitalist들이 지난 2011년에는 3만명을 돌파하는 성장을 보였다.

이 제도는 현재도 미국에서 폭발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학병원에서도 세부진료과목 전문의보다는 generalist를 뽑는 추세다. 이는 하버드, 존스홉킨스 등 유명 병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허 교수는 “세부전공을 나누는 것은 상당히 자기중심적인 측면이 있다. 사실 입원환자 입장에서는 세부진료과목 전문의보다는 입원환자전문의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Hospitalist는 DRG시행으로 그 필요성이 더 절실하게 됐다. 포괄수가제에 따라 의료비 절감을 위해 재원일수를 줄여야 했고 중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전문의들이 입원환자까지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기 힘들어진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Hospitalist제도 도입 이후 재원일수가 줄고 환자케어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체험할 수 있었다. 통계에 따르면 Jersey Shore 대학병원의 경우 제도 시행 전 평균 6.6일에 달했던 입원환자 재원일수가 4.7%로 감소해 28.8%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총 의료비 또한 246만 4072불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사실 현재와 같은 병원운영체제에서는 낮 시간에는 각과의 전문의들이 병원에 상주하지만 야간에는 무의촌이 되거나 전공의 등 임상경험이 현저히 적은 소수의 의사들만이 병원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환자들은 낮에 살아날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의료의 질을 높이려면 야간의 전문인력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응급실 당직법도 이러한 수준 높은 의료요구에 따른 것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제에서는 응급실에 응급환자 내원 시에도 분과별로 의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진료과목이 세분화된 상황에서 응급실 당직법에 따른 응급실 운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내가 재직하고 있으며 비교적 의료인력이 많이 확보됐다고 하는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경우 야간 입원 시에는 내과계 당직의가, 주간 입원 시에는 일반내과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한다. 이들과 세부전공전문의들 간 중증도에 따른 자문·협진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돼있고 중증과 경증의 구분도 확실히 이루어진다”라고 미국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도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 응급입원의 경우 미국의 hospitalist에 해당하는 일반내과 전문의가 케어하고 입원시 중증도에 따라 환자케어가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통합의료에 대해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특히 “고령환자의 경우 각종 질환과 합병증 등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각 진료과목별로 얼마나 많은 의사가 필요한지 난감할 때가 많다. 이는 더이상 분과별로 쪼개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서울대병원 암 환자의 경우에도 “종양내과에서는 방사선 치료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항암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라거나 “왜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여기저기 토스하나”라는 불만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부전공중심의 분과화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의사가 자기 중심으로 자기분야만 진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입장에서는 환자중심 통합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미국 Hospitalist들은 다양한 교육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89.6%에 이르는 Hospitalist들이 일반내과출신이다. 그 외에는 ▲소아과(5.5&) ▲가정의학(3.7%) ▲일반내과-소아과(1.2%) 순이다. 허 교수는 “미국에서는 내과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오히려 Hospitalist 보드를 취득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흔한 질환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임상교육적 측면에서도 Hospitalist제도는 우수하다. 이제 교수도 30%는 Hospitalist를 뽑는 추세다. 반면 세부전문의는 신약개발이나 새로운 의료기술개발에 유리한 장점이 있으니 이러한 특성을 살려 분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전문의가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를 동시에 보고 있지만 미국은 외래는 1차의료의사가, 입원은 Hospitalist가 맡으며 이 과정에서 각과의 세부전문의들과 컨설트와 협업을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물론 세부전문의들 역시 스페셜클리닉을 통해 알맞은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또 “Hospitalist제도의 장점을 정리하면 환자입장에서 신뢰성이 간다는 것이다. 입원 시에도 항상 의사가 당직을 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의 질과 안전성이 동시에 보장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이 제도가 활성화 된 요인에 대해 허 교수는 “병원경영자입장에서 원가절감을 통한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입원환자관리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복합질환이 증가하고 급여기준이 복잡해진 이유도 있으며 의사 구인난, 의료사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고조됨에 따라 의사들의 능동적 대처가 가능하고 전공의 등 경험이 부족한 의사에게 자신을 맡기는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 , 의료의 질 평가 대비 역시 큰 이유다”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개원의사나 외래전담의사 입장에서도 이 제도는 외래진료에 전념할 수 있고 수익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복잡한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부담이 경감되며 외래와 병실을 오가는 시간낭비를 경감시킬 수 있다.

다만 복잡한 병원애 의료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코디네이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허 교수는 “의료가 지나치게 세분화 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환자입장에서 통합의료가 더 신뢰성이 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허 박사의 강의가 끝난 뒤 강좌에 참석한 많은 의료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 의사의 복지부의 정책입안에 대해 묻는 질문에 허 박사는 “아직까지 정부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미국 역시 86년도에 우리와 같은 고비를 겪었지만 미 연방의료법을 준수한 탓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이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수가 체제에서 실현 가능한 제도인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미국의 경우 의사 한 명당 보통 10명 정도의 환자를 케어하는데 현재와 같은 수가체제에서 가능하다는 물음에 허 박사는 “저수가 체제에서는 미국 기준을 그대로 적용시켜 운영하기는 힘들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관리하는 환자의 숫자를 30~40명 정도로 대폭 늘려 케어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신경외과의사는 “일반내과라고 하면 (전문성에 대한 욕구가 유달리 강한) 우리나라 환자들의 선입견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외과의는 “내과 영역에서는 실행가능한 좋은 제도일 지 몰라도 외과 영역에서는 무리일 것 같다. 자칫하면 또 하나의 specialist가 생기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허 박사는 “사실 미국에서도 내과가 주로 Hospitalist를 맡고 외과영역에서는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수술과 이원화를 하거나 duty를 나누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