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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변실금 환자에 천수신경자극술 국내 최초 시행

배터리 몸속에 삽입…미국에선 5년 후 89% 성공률

변실금 환자 몸 속에 천수신경을 자극하는 배터리를 삽입하는 시술이 국내 최초로 시행됐다.

경희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이길연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천수신경자극술을 실시했다. 신의료기술 승인으로 국내 변실금 환자 치료에 수술이 가능해 진 이유도 있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천수신경조절술을 받은 환자는 53세 여성으로, 지난 2011년부터 변실금 증상이 나타나 하루 5~10번 변을 지리는 상태로, 2년간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전혀 없었던 상태.

경희대병원에서도 항문초음파검사, 직장/항문 내압검사, 괄약근 근전도검사 등을 실시했으나, 심각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항문 손상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신경 이상을 고려해 지난 4월 22일 시험적 거치술을 진행했으며, 1주일의 테스트 기간 동안 변실금 증상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을 확인, 영구적 이식술을 4월 30일에 실시했다. 수술 후 환자의 예후와 만족도는 매우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병원 관계자는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변실금 환자는 지난 2008년 3989명에서 2012년 6266명으로 5년 새 57% 증가했으며, 주로 여성과 고령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기준, 50세 이상은 4833명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하며, 여성은 3769명으로 60%에 달한다.

고령과 여성이 주 위험군, 원인은?
주 원인은 여성의 경우, 자연분만으로 인한 항문 괄약근 및 회음신경 손상이 꼽힌다. 척추질환이나 회음부손상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노인 인구 증가도 변실금 환자 증가의 한 원인이 된다.

변실금은 요실금, 치질 등과 같이 여성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과 비교했을 때도 상대적으로 정신적인 수치심이 크고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큰 질환이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불러오지만 발병하면 숨기기 급급
이길연 교수는 “변실금은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수치심을 불러오고, 악취 등으로 심리적 위축감이 생겨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까지 유발하게 된다. 때문에 가까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병원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며 일단 발병하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경에 자극을 주는 의료기기를 체내에 이식

변실금 환자의 90%는 수술 없이 약물요법과 항문괄약근에 대한 생체되먹임 운동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항문괄약근과 신경전도검사 등을 통해 수술을 결정하며, 괄약근이 손상된 경우 괄약근성형술을 실시한다. 반면, 외관상의 손상이 보이지 않는 환자는 신경 이상과 같은 기능상의 문제로 추측하여 천수신경자극술을 시행한다.

천수신경자극술은 괄약근과 골반저 근육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천골신경에 미량의 전기 자극을 주는 수술법이다.

임시배터리를 이용한 시험적 거치술을 통해 1~2주의 기간 동안 증상이 50% 이상 호전되는 결과를 보이면, 이식형 의료기기를 환자 체내에 이식하는 영구적 이식술을 실시한다. 수술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며, 환자는 입원 없이 수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체내에 이식된 의료기기는 배터리 소모로 인해 평균 4~5년 동안 이용가능하며, 이후 새 의료기기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요실금 등 다른 질환의 치료에만 적용되어 왔으나, 수술법이 변실금 치료에 우수한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 논문이 여러 차례 발표되며, 지난 4월 5일, 보건복지부가 변실금 천수신경조절술을 신의료기술로 승인하였다. 천수신경자극술은 기존의 약물치료나 수술적 요법에 비해 예후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변실금 환자 치료 사례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Tracy Hull, M.D.(오하이오 클리블랜드 클리닉 재단, 대장 외과학 교실)가 제1저자로 201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천수신경자극술을 받은 120명의 변실금 환자(여성 110명, 평균나이 60.5세)를 대상으로 최소 5년 간 추적관찰을 실시한 결과, 변실금 증상이 50%이상 나아진 환자 비율은 89%였으며, 완치된 환자는 36%에 달했다. 삶의 질 향상 척도도 수술 후 5년 동안 4단계가 향상됐다.

프랑스 루앙 대학병원에서는 천수신경자극술을 실시한 200명의 환자(남성 6명, 평균 나이 60세)를 대상으로 6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라이프스타일, 상황 대처능력, 당혹감, 우울감 등이 모두 향상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