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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러시아 뇌병변 합병증 환아, 한국 의술이 살렸다

서울성모병원, 모금캠페인과 치료비 지원 등 민간협력


러시아와 독일 등 의료선진국도 포기한 뇌병변 환아를 한국 의술이 살렸다.

조국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소재 제일 좋은 병원도 치료를 포기하고, 독일, 일본, 이스라엘 등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 받는 나라들도 진료를 꺼려한 뇌병변 합병증을 앓고 있는 10개월 환아가 한국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고 회복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 이명덕(소아외과), 이인구(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선천성 저산소 허혈성 뇌병증으로 동반된 섭식장애, 식도기능장애, 위식도역류증, 흡인성폐렴, 우내경정맥폐쇄 등 합병증을 앓던 러시아 사할린 출신 사몰요토바 다리아나(여, 10개월)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새 삶을 선물했다.

지난해 7월 쌍둥이 자매 중 동생으로 태어난 다리아나는 건강하게 분만된 언니와는 다르게 뇌병변 3기 진단을 받고 태어났으며, 그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동시에 다리아나의 부모는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에서 가장 좋은 병원에 뇌 MRI 사진을 보내, 수술을 타진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러시아에선 불가능 하다’였다.

대신‘뇌병변으로 인해 러시아에선 진단이 불가능한 원인모를 합병증을 발생하니 1년안에 조속히 치료할 것’을 권유 받았다.

다리아나는 혼자서 최대 4분 정도 밖에 혼자 숨쉬지 못해, 산소 호흡기를 통해 생명을 유지했으며, 모스크바 의사의 말대로 러시아의 열악한 의료사정상 합병증에 대한 정확한 확진 내리지 못한 합병증들이 발견됐다.

사할린 현지 의사들은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반복되는 폐렴과 영양결핍 및 면역기능저하로 2~3세 이상 생존하기 어려우니 아이를 포기하란 말까지 했다.

결국 다리아나의 가족들은 절망속에 아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치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다리아나는 산소호흡기 없이 자가 호흡이 가능해졌고, 점차 부모들과 눈을 마주치는 등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리아나의 부모는 아이에게 삶의 가능성을 선물하기 위해 해외 병원을 포함한 다양한 루트를 통해 치료 가능성을 엿보았다. 치료가 힘들면 검사라도 받아, 합병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했다.

그 중 많은 희망을 가졌던 곳은 비용대비 높은 의료수준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로 부터 다리아나의 상태가 매우 심각해‘치료가 힘들다’란 답변을 들었다.

그 후 독일 일본 등 여러 의료 선진국들을 알아봤지만, 한결 같이‘거부’라는 대답을 들었다. 실낱같은 희망이 점점 사라질 즈음, 한 한국의 에이전시를 통해 서울성모병원이 다리아나의 검사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다리아나의 부모는 선뜻 나선 병원이 너무도 고마웠지만, 검사비용 견적으로 2,500만원에 달하는 비용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들은 병원으로부터 확답을 들은 후 6월 4일 입원 전까지 검사비용을 목표로 러시아 육아, 출산 관련 인터넷 블로그 사할린 마마와 VK란 사이트에 다리아나의 딱한 사정을 올리는 등 모금 캠페인을 전개했다. 사할린 언론들도 관심있게 취재하고 보도했다.

이들은 입원 전까지 1,500만원 가량을 모금했으며, 병원에서도 사정을 듣고 검사 비용 중 모금액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 나눔 의료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다리아나의 가족들의 한국 체재비를 지원해 병원 나눔 의료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리아나는 정확한 입원날짜에 맞춰 한국에 도착했으며, 병원의 후송작전은 미리 계획된대로 철두철미하게 이뤄져 무사히 입원했다. 정확한 진단과 검사를 위해 먼저 소아청소년과 이인구 교수를 찾았다.

이 교수는 MRI, 뇌파검사, 위장조영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섭식장애, 식도기능장애, 위식도역류증, 흡인성폐렴, 발달장애, 전신마비성근육구축, 우내경정맥 폐쇄, 심한 구개열 등을 확진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다리아나 상태에 대해“뇌병변의 경우 인구 1천명당 2~3명 꼴로 발생하지만 다리아나처럼 생후 11개월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신장, 체중, 두위(머리크기)성장장애와 비정상적으로 제한된 관절근육 및 호흡곤란 등 여러질환이 동반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영양상태가 회복되면 합병증에 대한 수술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다리아나는 보름간 정맥을 통한 영양공급에 들어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행히 체중이 0.5Kg(입국시 3.3Kg)가 증가해,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상태까지 회복했다.

또 이 소식을 들은 러시아 사할린 정부에서는 다리아나의 수술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6월 19일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가 집도하는 수술이 결정됐다. 그동안 영양을 코를 통해 공급 받기 위해 만든 경비위관을 제거하고 식도 병변 진행을 막아 정상적이고 안정적 공급을 위한 식이용 위장관 튜브 삽입과 위식도역류로 인한 흡인성 폐렴을 막는 위저부주름성형술을 동시에 시행했다.

끝으로 중심정맥 협착을 치료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이재영 교수와 협진하여 풍선확장정맥성형술로 입원시 전혀 계획에 없던 수술적 치료까지 모두 마무리 했다.

이명덕 교수는 “심한 영양결핍증으로 신체조직이 너무 약해 쉽게 찢어져 세심하게 수술 했고, 관절운동이 제한적이어서 수술 시 체위와 마취 후 기도 관리 문제 등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모든 협진팀이 한마음을 모아 환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후 약 보름간 다리아나의 추가적인 영양공급과 수술에 대한 예후를 지켜보기 위해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해 관찰했으며,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다리아나의 치료가 끝났다.

다리아나의 아버지 사몰요토바 안드레이(남, 40세)씨는“본국과 다른나라에서 치료를 거부했을 때,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한국에서 흔쾌히 딸 아이의 검사를 진행해 주고, 더나아가 수술까지 해줘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한국을 잊지 않고, 다리아나와 같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서울성모병원을 적극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례는 병원, 한국관광공사, 에이전시 등 여러 기관이 합동으로 위중한 해외환자의 치료에 성공한 건으로,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리아나는 7월 13일, 오전 건강을 되찾고 러시아로 귀국할 예정이며, 병원에서 만들어준 위장관 튜브를 통해 적절한 영양공급을 지속하고 뇌병변으로 인한 제한적인 근육 운동의 재활적 치료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