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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간호사 세 명 중 두 명 이상은 “그만두고 싶어!”

인력 공급확대보다 교대시간 단축 등 노동조건 개선 ‘절실’

현직 간호사 세 명 중 두 명은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최근 정부의 간호인력 제도 개선과 관련,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산하 11개 종합병원 간호사 1,951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참여한 병원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강원대병원, 울산대병원, 동국대병원, 동산의료원, 포항의료원, 동아대병원 등이다.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 간호사의 74.5%가 일이 힘들어서 병원을 그만두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해에 비해 “업무량과 업무수준에 비해 인원이 부족하다”는 문항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이들의 비율은 81.5%에 달했으며 “결원이 발생되어도 즉시 충원되지 않는다”는 문항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이들의 비율도 73.0%에 달했다.

지난 해에 비해 “몸이 아파도 대체인력이 없어 쉴 수가 없다”는 문항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이들의 비율은 71.0%에 달했으며 “일이 바쁘거나 부서모임이나 회의 등으로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문항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이들의 비율은 58.5%에 달했다.

간호사가 병원을 그만두고 싶어 할 만큼 일이 힘들다고 느끼게 되는 주요요인으로는 ▲야간노동, ▲인력 부족 ▲환자 ▲보호자 민원 증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병원 문화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통상 근무를 하는 이들에 비해 1.3배 더 퇴직 고려자가 많았다.

“환자, 보호자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간호사들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에 비해 2배 더 퇴직 고려자가 많았고, “병원의 분위기가 권위적이고 수직적이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에 비해 1.6배 더 퇴직 고려자가 많았다.

지난 해에 비해 “업무량과 업무수준에 비해 인원이 부족하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에 비해 1.7배 더 퇴직 고려자가 많았다.

특히 야간노동의 경우 간호사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질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근무자에 비해 3교대근무 간호사는 “잠을 자기 위해 수면제 등의 약물이나 알코올 등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비율이 3.3배 더 많았다.

3교대근무 간호사는 “일 때문에 개인 시간을 가지기가 힘들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비율이 1.6배 더 많았다.

또 “불규칙한 근무형태가 가정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비율이 5.5배 더 많았으며 “일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꾸려가기가 힘들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비율이 3.1배 더 많았다.

심지어 “업무 중 졸음 때문에 혹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업무 실수를 한 적이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비율이 3.7배 더 많았다.

이번 조사 결과, 현재 대다수 병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간호사 부족 및 수급 불균형 문제의 주된 원인은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노동으로 인한 개인의 건강 및 삶의 질 저하,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량 및 노동강도의 증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증가, 그로 인한 환자, 보호자 민원 증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병원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간호사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의료연대본부는 병원 간호사 부족 및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간호실무사 제도 도입 등 공급확대 정책 추진보다 병원 간호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간호 인력 풀을 늘리고 간호대학 졸업생을 많이 배출하더라도, 병원 간호사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높은 이직률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간호 인력 공급만 늘린다면 병원에 들어왔다 얼마 일하지 않고 퇴직하는, 이른 바 ‘회전문’의 속도만 빨라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병원 간호사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교대 노동자 노동시간 단축 ▲월 야간노동 시간제한 ▲간호사 인력 확충 ▲권위적 병원 문화 개선 등 구체적인 대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