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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갑’보다 ‘을’이 더 아프다

하청업체 근로자 업무상 질병 3배까지

국내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 근로자에 비해 업무상 재해는 2배, 업무상 질병은 1.4~3배 더 경험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아주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민경복 교수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2010년 6월부터 10월까지 무작위 표본 추출한 경제활동 근로자 10,019명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건강과 산업재해에 대하여 조사한 ‘취업자 근로환경조사’ 자료의 분석결과를 11일 발표하였다.

분석자료의 주요 내용은 ‘지난 12개월 동안 업무와 관련된 질병, 사고, 그로 인한 결근유무 및 근로환경’에 관한 설문이다.

연구결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업체 근로자들에 비하여 업무상 질환 및 재해를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관련변수들을 보정한 후에도 업무상 재해(손상)은 2.01배, 우울·불안은 2.95배, 근골격계 질환은 1.39배 많았다. 업무상 질병으로 결근을 한 경험은 3.56배 높았다.

민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유해인자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는 근무환경과 정신적 요인등 업무관련 요소가 하청업체 근로자와 원청업체 근로자의 건강 불균형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유추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직업과 관련한 건강과 안전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사회적인 안전망을 확충하고, 하청업체 근로자를 위한 근무환경의 개선과 건강권에 대한 보호를 위해 원청업체의 연대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적인 전략이 하청업 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민경복 교수는 "애플의 아이폰 하청공장 사례처럼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처우에 관한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노동계의 민감한 이슈"라고 지적하고 "한국의 원청-하청구조는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원가를 낮춰야 하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의 영향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제어도 없이 진행되었고, 이는 OECD 산업재해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는데 영향을 미쳤다. 하청업체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을 원청업체 수준으로 높이기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는 부끄러운 수준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건과 3월 여수 산단 화학물질 폭발사고 등 최근에 일어난 참사 수준의 대규모 산업재해를 보더라도 희생자는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최근 들어 하청업체와 관련된 저임금, 고용불안, 노동시장 하향평준화 등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근로자의 가장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건강권마저 하청업체 근로자가 차별 받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청업체 근로자의 건강악화가 단지 법적인 기본권과 평등권의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는 연간 수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필요할 정도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이고, 부족한 노동력은 산업재해에 취약한 생산직과 기능 인력에 편중되어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의 인구노령화 상황을 감안할 때 고갈되어 가는 국내 노동력이 산업재해로 인하여 양적 질적으로 타격을 받는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연구팀은 조언한다.

이 연구는 인쇄판 게재에 앞서 미국산업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