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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노인이 입원하면 ‘섬망’ 주의해야…가이드라인 필요

적혈구 수치 떨어지면, 인지능력과 집중력 크게 떨어져


노인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적혈구 수치, 혈색소 수치가 현저히 낮아져 인지기능과 주의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는 섬망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의사들도 이를 간과 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발견·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섬망’은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주의집중력의 장애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정신장애를 말한다. 섬망은 노인 입원환자의 20%가 겪고 있고, 특히 허약한 노인에게서 발생 위험률이 높다.

과소행동성 섬망 진단되지 않는 경우 많아
홍나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3년 5월부터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형외과에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 중 연구에 동의한 114명을 대상으로 섬망 위험 모델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섬망을 평가하기 위해 ‘의식장애 평가법’(Confusion Assessment Method;CAM)을 사용했고, 진단적 면담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직접 DSM-IV-TR 진단 시스템을 이용, 면담을 진행했다. 혈액 검사나 과거력 등은 정형외과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내용들을 확인했다.

그 결과, 114명 중 16명이 섬망으로 진단되었고, 그 중 9명(52.6%)이 과잉행동성 섬망, 4명(25.1%)이 과소행동성 섬망, 3명(21.4%)이 혼합형 섬망으로 나타났다.

홍나래 교수는 “활동이 정상 이하로 저하되어 있는 과소행동성 섬망은 자문의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5.1%에서 나타났다”며 “이는 과소행동성 섬망이 충분히 진단, 치료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연구를 지속 중이며, 중간 결과를 오는 15일(화) ‘한국과 필란드 정신의학 분야에서의 새로운 이슈’라는 주제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개최되는 제4회 한림-오울루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종합병원 내 섬망 고위험 환자의 확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혈액 손실이 많은 손상이나 수술에서 더 쉽게 나타나
이번 연구에서 섬망 환자와 섬망이 아닌 환자를 비교했을 때 섬망 환자들은 입원시 적혈구 수치(p=0.002), 혈색소 수치(p=0.015)가 낮았고, 수술 후 적혈구 수치(p=0.037)와 알부민 수치(p=0.002)가 낮았다.

또 섬망 환자는 더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p=0.030), 과거 질병 수가 더 많지는 않았지만 입원시 수축기 혈압(p=0.022)과 혈당 수치(p=0.033)가 더 높게 나왔다.

홍 교수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섬망은 혈액 손실이 많은 손상이나 수술에서 더 쉽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수혈이나 수액 보충 과정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과거력 보다는 그 질병이 얼마나 잘 관리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의식장애와 행동장애를 보여 치매와 혼동하기도
섬망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상태의 혼란을 말하는데 치매증상을 유발하거나 치매와 비슷한 소견을 보인다. 집중력과 지각력에 장애가 와서 기억장애, 착각, 환각, 불면증, 악몽, 가위눌림 현상 등을 보일 수 있다.

또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안절부절못하거나 과잉행동을 하다가도 갑자기 말이 없어지기도 한다. 보통 사람보다 공포를 많이 느끼거나 슬픈 일에 전혀 감동을 하지 못하는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섬망은 치매와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섬망은 일반적으로 치매와 비슷해 보이지만 치매와 달리 급성으로 발병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치매는 뇌세포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공간능력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그 밖에 추상적 사고장애, 계산력 저하 등 여러 뇌 기능이 골고루 침범된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치매는 주로 후천적으로 발생하며, 의식 저하 없이 점진적으로 인지기능 장애가 일어나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섬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발생 위험요소를 줄이고,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
섬망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위험인자의 발견과 섬망 발생의 조기 확인이 중요하다.

섬망의 위험요인으로는 고령, 질병의 중증도, 시력이상, 인지기능 장애, 투여 약물의 수와 종류, 신장기능과 탈수, 발열 또는 저체온 등이 중요하다.

섬망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신체적 속박, 영양불량, 4가지 이상의 약물투여, 요카데터 삽입, 기타 의학적 처치 등이 있다. 섬망을 조기 확인하기 위해서는 ‘의식장애 평가법’(confusion assessment method; CAM)이 가장 흔히 사용되며, 여기에는 증상의 급성과 변동성, 주의력장애, 사고력의 와해, 의식수준의 변화 등 네가지 요소를 평가하여 판정한다.

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지기능, 시력 및 청각, 부동, 향정신성 약물, 탈수, 수면장애와 같은 위험요소를 줄여야 한다. 또 적절한 환경유지와 지지, 정신행동의 문제발생에 대처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약물투여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홍나래 교수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의사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의를 대상으로 섬망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조기에 섬망을 진달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간편한 의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