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행정 편의로 재단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임상 현실을 모른 채 앞세운 정책은 결국 의료 현장을 무너뜨립니다.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같은 성분의 약제라 하더라도 환자의 나이, 기저질환, 복용 중인 약물, 면역 상태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 흡수율은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환자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환자에게는 건강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결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닙니다. 이는 의사들이 환자 곁에서 매일 경험하는, 피할 수 없는 임상 현실입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이 현실을 외면한 채, 단순히 성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약을 동일시하며 성분명 처방 의무화라는 탁상공론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예고한 것은 의료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전례 없는 조치입니다. 전문적 판단이 존중받지 못하고 ‘범죄’로 취급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현행 제도에서도 의사의 동의 하에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강제적인 성분명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혼란과 격변의 시간을 보낸 대한민국이 이제 새 정부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의료계는 유독 아픔과 상실이 크기에 새 정부가 제시할 비전에 그 누구보다 기대가 큽니다. 둘러보아야 할 민생 사안이 많겠으나, 그 중 가장 시급한 일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의료 문제입니다. 2년 넘게 지속되는 의정 갈등 및 의료교육 파행은 아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국 의과대학 중 그 어느 대학도 증원된 의대생 수용을 위한 시설 확충은 되지 않았고, 정부는 지속적으로 복귀를 독려하고 있으나 기존 시설과 인력에서 3개 학년이 무더기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물리적으로 정상적인 의대 교육은 현재 불가능합니다. 학생들의 원활한 복귀를 위해 의대 학사 일정 유연화가 필요하며, 새 정부는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여건을 재검토 하기를 바랍니다.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진정 필수 의료를 위한 마지막 외침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협업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 입니다. 새 정부는 다르리라 믿습니다. 굳건한 의료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