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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기초의학과] 줄기세포와 재생의학의 미래

오 일 환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Director of Catholic Cell Therapy Center,

Director of Cell & Gene Therapy Instityte,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재생력을 가진 세포

 

모든 생명체의 기본단위가 바로 조그만 세포단위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 거대한 코끼리와 우리의 몸, 심지어 자그마한 벌레의 몸까지도 우리와 거의 비슷한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한참 후에서야 세포가 바로 모든 질병의 단위이기도 하다는 독일의 병리학자 Virchow 의 '세포병이론'이 수용되기에 이르렀다.

 

간단한 것 같지만 "모든 병이 세포에서 기원한다"는 명제는 또한 "모든병이 세포의 재생에 의해 치유될 수도 있다"는 추측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한 추측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 바로 줄기세포에 의한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정란에서 기원한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배반포의 내괴세포가 가지고 있던 원시적 분화능력을 고스란히 이어 받아 거의 모든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세포의 모습으로 세상에 소개되었다.

 

사회윤리적 측면에서 생명파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도 이들 세포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능성, 즉 각종장기에 병이 들었을 때 이들 세포를 주입하면 병든장기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지구촌 곳곳에서 갈등을 빚을 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배아줄기세포에 의한 치료가 가능하기 전에 넘어야 할 산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 동안, 또 하나의 거대한 재생의학의 임팩트가 불어닥쳤다. 그것은 그간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태생기를 지나면서 장기형성(organogenesis)과정이 정지함에 따라, 한번 손실된 장기의 기능은 말기상태를 향해 치닫거나 장기이식에 의해서만 회복되는 것으로 알았었다. 그러나, 우리 몸 안의 곳곳에 수시로 손상 받고 누실된 장기세포에 대한 끊임없는 재생작용이 이루어 지고 있고, 이러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재생의보고(reservoir)가 성체줄기세포의 형태로 존재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줄기세포의 개념파괴

 

성체줄기세포와 관련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세포의 분화와 발생에 대한 개념적 파괴에 해당하는 분화유연성이 될 것이다. 과거 생물학적 견해로는 발생과정에서 내배엽, 중배엽등의 세포로 결정된 후에는 해당 계열의 세포로만 분화하고, 다른 종류의 세포로 배엽간의 장벽을 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져 왔었다. 그러나 2001년 밝혀진 연구에서는 외배엽성 장기에 해당하는 신경계줄기세포(신경반구세포: neurosphere)를 배반포에 주입하였을 때 외배엽성 신경조직이외에 거의 모든 배엽의 장기가 발생되는 것을 확인하였다1). 이어 한개씩의 단위세포로 된 조혈모세포 (hematopoietic stem cell) 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2) 됨으로써, 성체줄기세포들의 분화양상이 기존의 발생 및 분화에 대한 고전적 관념을 초월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와 더불어 발생과정이 끝난 이후에도 우리 몸의 한 부분이 손상을 받았을때 이들세포를 재생할 수 있는 세포로 전이분화하는 이른 바 분화의 유연성 (stem cell plasticity)이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즉 간손상이 있을때는 조혈모세포가 간세포로 분화하고3), 심장근육이 손상되었을때는 심근세포로 분화4) 하는등의 대표적인 소견들이 제시되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의 전이분화가 분화유연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입증되기에 이르렀다(Fig. 1).

 

 

이에 따라, 하나의 세포가 가지고 있는 세포운명이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동적개념의 세포운명(dynamic state of cell fate)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세포치료의 최근 경향

 

1. 성체줄기세포의 활발한 임상시도

줄기세포에 의한 장기기능 개선효과가 보고된 이후 각 임상영역에서 세포치료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며, 이들 과정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주로 성체줄기세포를 통한 세포치료가 가장 두드러지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이처럼 임상적용에 활발히 이용될 수 있는 과학적 이유는 첫째로, 증식력이 조절된다(controlled proliferation) 이다. 이는 성체줄기세포가 가지고 있는 단점에 해당하면서도, 몸안에 들어가서 지나친 증식을 하지 않고 생리적 조건에 따라 조절됨으로 인해 배아줄기세포에서와 같은 기형종(teratoma) 발생이 없으므로 안전성에 있어서 탁월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간엽줄기세포를 몇 달이상 계속 배양했을 경우 간혹 종양화 될 수도 있다는 보고가 나왔지만, 일반적 임상적용에 해당되는 기간의 배양기간에는 거의 종양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체줄기세포의 활발한 임상적용의 두번째 이유는 이들 세포들이 비교적 조직내에 침투된 후 조직특이적 분화(site-specific differentiation) 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즉, Liechty(2000)  등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동일한 줄기세포라 할지라도 연골, 근육, 지방조직등 신체내 seeding 하는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방향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ectopic differentiation 과 같은 부작용이 없으므로 성체줄기세포를 주입하는 과정에 따른 foreign body 현상이 적을 수 있다. 이러한 안전성의 장점으로 인해 의학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세포치료를 통한 장기재생을 시도하는 재생의학 (regenerative medicine)의 영역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Fig. 2>는 근래 개발되고 있는 세포치료의 영역들을 정리한 것이다.

 

 

 

<Fig. 2>에서 볼 수 있듯이 성체줄기세포 중에서도 가장 활발히 응용되고 있는 것이 조혈모 세포와 중간엽 줄기세포라 할 수 있다.  조혈모세포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골수이식과 백혈병 치료를 통해 임상적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이지만 최근의 분화유연성을 응용한 비혈액계 장기재생치료에 응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조혈모세포가 가지고 있는 공여자 특이적 면역관용(donor-specific immune tolerance)을 응용한 장기이식의 면역관용유도와 면역치료에도 응용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과거 뼈, 연골등으로 분화하는 것을 생각되었던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이 최근에 다중분화능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면서, 간장세포, 신경세포등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것이 보고 되었고, 이에 따라 이들을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 세포치료의 대표적인 사례가 혈관재생 및 허혈성심장질환에 대한 적용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버거씨병이나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폐쇄에 대해 자가골수세포를 주입함으로써 혈관형성이 새로 발생하여 말초혈액순환이 개선되는 여러 증례가 보고 되었다. 이들 세포성분 가운데 CD34 양성세포나 endothelical precursor cell(EPC) 의 특징을 가지는 세포를 순수분리하여 주입하는 기술도 외국에서 시도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혈관재생 세포치료가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혈관재생과 관련된 중요한 질환으로 심근경색증(myocardial infarct)을 들수 있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조혈모세포가 직접 심근세포로 분화함으로써 심근을 재생시키는 효과가 기술되었지만 연구자에 따라 전이분화가 발생하는 빈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CD34 양성세포를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post-infarct contractility 가 증가되는 것이 보고 되고 있다. <Fig. 3>에 예시된 바와 같이 end-systolic diameter 와 end-diastolic diameter 의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heart의 ejection fraction 의 증가가 동물모델 뿐 아니라 여러 국내외 임상시험에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에 대한 기전으로는 주입된 세포가 직접 심근을 재생하는지, 내인성 심근줄기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지, 혹은 심근내의 미세혈관체계에 대한 개선효과로 나타나는지는 아직 분명히 구분되지 않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이외에 또다른 활발한 세포치료가 이루어지는 분야로 뇌졸중(cerebral stroke)에 대한 세포치료를 들수 있다.  전술한 바 중간엽 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시험관 시험에서 보고되었지만 이들이 실제 in-vivo 상황에서 신경을 재생해 내는 효율은 상당히 낮은 것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중간엽줄기세포의 기능중 또 하나의 기능이 자기자신이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것 이외에도 병변부위을 추적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과 더불어 내인성 신경줄기세포(endogenous neural stem cell) 의 증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가골수세포나 타가 제대혈등에서 기원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단순배양한 후 주입하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임상적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들 세포를 뇌혈관이나 뇌실질(parenchyma)에 직접주입하지 않고도 단순 정맥주사 만으로도 어느정도의 신경학적 개선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아래 <Fig. 4>에 표시된 바와 같이 정맥주사된 중간엽줄기세포(MSC)주입군에서 sensory function(parasthesia)의 정도가 감소하고, motor function 이 증가하는 양상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보고를 바탕으로 최근 국내 의료기관 및 줄기세포 관련업체에서도 이와같은 양식으로 뇌졸중에 대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경우 임상적 효과에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인성 신경줄기세포의 회복정도가 개체군 및 증상에 따라 상이할 뿐 아니라, neurologic deficit때 발생하는 일종의 compensatory mechanism이 발생하게 되어, organic level에서의 손상과 기능적 결핍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으므로, 기능개선의 효과가 정확히 세포치료에 의한 것인지는 보다 많은 연구결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세포치료는 avascular necrosis of femur head 에 대한 골조직 재생치료와, 척수손상에 대한 신경재생 세포치료, 당뇨병에 대한 세포치료등 다양한 질환에 대해 시도되고 있어, 향후 보다 광범위 영역에서의 세포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학의 패러다임 변화

 

줄기세포들의 이러한 반란으로, 인류는 지난 몇세기 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양상의 의료형태를 꿈꾸게 되었다. 세포를 주입하면 그것이 조직손상부위를 스스로 찾아가 치료작용을 발휘한다고 하는 새로운 치료, 즉 세포치료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특히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이미 우리의 몸 안에 있던 세포를 주입하는 것이니 만큼 이물이 아니기에 온갖 종류의 질환에 대한 세포치료로 곳곳에서 활발히 시험되고 있다. 현재 모든 질환이 유사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근의 추세로 보아서는 심장질환 이나 혈관질환, 뇌신경질환과 같은 굵직한 질환들에 대해, 달리 다른 치료의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도 줄기세포는 무언가를 하나 더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생의학이라는 의학의 새로운 앵글이 새로운 숨통을 터주고 있는 것은 이미 비전문가 층에서도 분명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비젼에도 불구하고 간과할 수 없는 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줄기세포치료가 제시하는 비젼들이 어느정도, 또한 얼마나 빠른시일내에 실용화 될 수 있을것인가의 문제이다. 재생력을 가진 세포의 존재로 인해, 의료계는 어떤 의미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 받았지만 이들 세포가 실제로 어떤 세포이고, 어떻게 그 분화과정이 바뀌게 되며,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인 세포치료효과를 낼수 있는지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많은 세포치료가 세포를 있는 그대로 또는 배양해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지고 있기 때문에, 세포자체가 치료기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수동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인 줄기세포치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실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세포성분이 어떠한 세포들인지 파악해야 하며, 이들로부터 원하는 세포로의 분화를 유도하기 위해 어떠한 처치나 조작이 필요한지, 또한 생체내에 이입된 후 기능성을 갖기위해 필요한 제반의 조건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한 가지 변화는 단순세포주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치료가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기능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세포신호전달체계에 대해 선택적으로 증가 또는 억제를 시킨 genetically modified stem cell은 기존의 세포치료에서 보여주었던 효율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이 여러 분야의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제시되었다. 국내에서도 유전자 치료에 대한 안전성 규정이 확립되고, 이들이 인허가 과정을 거치게 되면 보다 효과적인 차세대 세포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난치병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의 개발은 기존의 생명과학과 의학의 발전에 있어 미래의학을 선도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지난 반세기동안 생명과학은 천문학적 숫자의 genome 구조를 밝히고, 거미줄같은 세포 신호전달체계의 분석에 명운을 걸다시피 하였다. 그 모든 것이 밝혀지는 날 내 몸에 꼭 맞는 치료 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약개발의 대부분의 과정이 결국 임상 2상, 3상시험에서 리콜되어 수조원에 해당하는 개발경비가 누실되는 경우를 흔히 볼수 있다.

 

그러나 세포치료에 의한 재생의학은 그러한 경비의 몇백분의 일의 노력으로도 '세포자체가 치유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치료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뭇 대조적이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California Insitute of Regenerative Medicine을 추진하면서 년 3조씩에 달하는 주채권발행을 감행하는 것도, 전세계 이미 수백개에 달하는 재생의학 관련 기관들이 설립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재생의학의 미래적 가치를 생각하면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줄기세포치료를 통한 미래의학은 수많은 과제를 안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의 패러다임의 변환을 주도하는 신의료기술로서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 DiaTreat Vol.5,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