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김록권 상근부회장이 지난 4월19일 취임한지 4개월을 이틀 앞둔 16일 메디포뉴스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4개월간 상근부회장으로서 느낀 소감, 원격진료에 대한 견해, 대관 대국회 회무,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으로서의 회무 등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그는 의사단체 중앙회라는 거대전문가단체의 상근부회장으로서 의사결정 과정 마다 느껴온 진중함을 전략적 접근이라는 단어로 순화했다. 또한 중앙회 회무를 수행하면서 카운터파트인 보건복지부 등 중앙정부에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중앙회로서의 위치를 가감없이 밝혔다. 또한 대국회 업무를 드러 내놓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피력했다.
- 최근 의협이 공들인 815 특별사면이 무산됐다.
안타깝다. 대통령의 방침이 생계형으로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의사들은 특권층으로 이해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다. 뜸을 많이 들어야하는 거 같다.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 져야 할 거 같다.
5개 단체가 청원서를 냈다. 5개 단체장 이름으로 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산됐다. 내 생각에는 이번에 안됐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고, 특사라는 게 또 있으니까 계속해서 우리가 두드려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먼저 포기해선 안 된다.
- 지난 4개월간 회무를 수행한 소감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의료광고심의위원장 할 때도 상임이사회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의광심에만 주력했다. 그런데 상임이사회를 하다보니까 생각보다 의제가 굉장히 많다. 각 국별로 벌써 10개씩 되니까 생각보다 일이 많고 복잡하다. 국회, 복지부 등 굉장히 많은 접점이 있다. 상당한 전략적인 조건, 의제별로 전략적인 조건을 필요로 하는 것이 회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만나야하니까 에너지 소모가 많다. 상대방의 약점을 하나 봤다고 치자. 어떤 의제에 대해서 약점을 알고 KO시킬 수 있지만 그랬다간 엄청난 펀치를 맞는다. KO시킬 찬스가 있어도 KO시키면 안 된다.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야한다. 그런 면에서 회원들은 불만일 거다. 10배의 펀치를 맞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전략이 필요하다. 그 전략을 회원들이 잘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집행부나 회장도 고심 끝에 하나를 잃더라도 몇 가지 더 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잃어버리는 하나가 회원들이 보기에 더 크게 보일 수 있다. 그런 결정이 굉장히 어렵다.
- 대통령의 서산 요양원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관건과 관련, 회장이 참석했다. 충남의사회가 이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성명을 냈다.
내가 말하긴 조심스럽다. 쉽지 않은 답인데 회장이 가야되나 말아야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안고 있는 현안문제를 가지고 역대 회장들이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우리의 내용을 전달한 적은 없지 않느냐? 그런 면에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석한 걸로 알고 있다.
- 참석 전 참모들과 폭넓게 의견 교류는 안 했나?
나와 상의했다. 분명히 장단점이 있었다. 참석을 했을 때 분명히 나올 그림, 복지부가 원하는 그림인데 이거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런 조언도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한다. 참모는 장단점에 대한 조언을 드리고 판단은 회장이 하는 것이다.
- 취임 후 4개월을 맞는다. 현안 파악은? 상근부회장으로서 어떤 롤을 하고 있나?
상근부회장의 역할은 고정적으로 이거라고 보다는 단체의 장이 어떤 임무를 주느냐에 따라서 역할이 정해진다.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임명할 때 정치인을, 경제통을 임명할 때도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국무총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그 사람을 쓰는 역할을 경제가 어려우면 경제통을 쓰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4개월 전의 협회 상황에서 회장이 왜 나를 선택했을까? 내가 회무에 대해 뭘 아는가? 그럼에도 선택했다. 군대에서 행정을 오래했다는 것이다. 나를 택한 건 그걸 하라고 택한 거라고 본다. 그래서 열심히 행정적으로 회장을 보필하는 게 역할이라고 본다. 내 전임자가 했던 대국회업무, 대관업무 등 이런 부분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회장이 대외협력이사와 함께 직접 국회를 뛴다. 대관업무는 실무적인 것은 김주현 대변인이 하고, 나는 의정협의체의 대표로 대관업무를 하고 있다.
- 최근 의정협의체에서도 논의된바 있지만 전화상담을 통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원격의료와 연관 될 것으로 회원들이 우려한다.
전화상담이 원격의료로 가기 위한 전단계가 아니냐는 우려이다. 보건복지부에도 수차례 질문했다. 복지부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의정협의 후 '브리핑 때 기자들에게 답을 해도 되겠나?'라고 물으니 복지부가 그래도 된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스럽다 아닌가?
의협으로서는 공식적으로 아니다라고 했으니까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애벌레 상태인 것을 나비다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애벌레가 나비가 될지, 나방이 될지는 아직은 모르는 거다. 나비가 된다, 나방이 된다면서 지금 죽이자라고 하는 건 쉽지 않다.
- ICT시대에 의사 환자 간 원격진료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한다.
정부가 바뀌어도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국민의 당이든 어느 정부에서는 언젠가는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 회원들이 불만인 것은 그런 일을 할 때 우리와 상의를 하면서 서로 피해를 줄여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면 될 텐데 왜 자꾸 산업 쪽으로만 접근하느냐는 거다. 산업으로 가다보니 국민 건강의 유효성, 안전성은 무시당한다. 우리는 그걸 걱정한다.
원격의료가 우리에게 피해가 오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태생부터 마음에 안 든다는 거다. 원격의료 시작은 복지부가 아니다. 태생이 기재부이다. 산업을 위해 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게 아니다. 그건 나중에 갖다 붙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되면 산업 쪽으로만 포커스를 맞출 게 뻔 한 것이다. 그걸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은 원격의료가 의사의 요구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다. 40년이 흘러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의사가 요구 안했다. 기재부에서 시작해서 복지부 등을 떠밀어서 여기까지 왔다. 태생이 다르고 모형이 다르다. 그래서 회원들이 우려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모형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 의료배상공제조합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조합 활성화를 위한 3개 특별위원회 가동이 제안됐다.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금 공제조합 이사장된 지 2달 반됐다. 문제는 내가 아직 법인 등기를 못했다. 내부 사정이다. 법인 등기하는데 서류가 있는데 거기에 전임이사장이 지난 대의원총회 회의록을 포함한 확인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게 있다. 전임이사장이 아직 도장을 안 찍었다. 그래서 계속 여러 가지 협상 중에 있다.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보니까 어렵다. 이전에는 평화이양이 됐었는데 이번은 그렇지 않다. 전 이사장과 만났다. 도와달라고 했다. 본인도 도와주겠다고 했다.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 상근부회장으로서 회무를 수행한 지 4개월 됐는데 옆에서 지켜 본 추무진 회장은?
모난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상근부회장이 된후 처음 시도의사회장단회의를 했을 때 시도의사회장들이 추무진 회장과 소통이 잘 되더라. 지금 시도의사회장과 회장간의 관계가 좋다. 왜 그렇게 사이가 좋을까 싶었는데 말도 공격적인 언행이 아니고 겸손하다. 그런 면에서 좋게 봐준 것이 아닌가 싶다.
- 회장이 회무와 관련 대외적 이슈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인적인 성품이라고 생각한다. 내과계 의사와 외과계 의사가 성품이 다르다. 개인적 성품과 관련된 것을 뭐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성향이다. 어떤 결정을 하든지 참모들은 거기에 맞춰야한다고 생각한다.
- 밖에선 대국회활동이 축소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다.
내가 국회를 6월말에 회장과 함께 가봤다. 군 시절 알던 의원을 개별적으로 만나 차나 한잔 하려고 약속을 잡아 만난다고 하니까 회장이 같이 간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국회의원 5명을 만났다. 회장, 대외협력이사까지 가니까 개인적으로 만날 수 없다. 사무적인 모임이 됐다. 공식적인 의원 면담이 됐다. 나와 개인적으로 집안 이야기 같은 걸 할 수 없었다. 내가 느낀 점은 내가 굉장히 순진 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내 수첩에 국회의원 선후배들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만나서 차한잔 마시는 게 아니구나, 의제를 가지고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만나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상근부회장, 회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 전략적으로 만나야한다.
회원들이 알든 모르든, 의원을 만나는 거에 대해선 오히려 소문이 안 나는 게 좋다. 국회의원과 만나는 건 소문보다 물밑 접촉이 좋다. 회원들이 상근부회장이 열심히 국회의원 만난다고 알고 있다? 그건 실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