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약개발 촉진과 제약산업의 전문화를 통한 국제적 경쟁력를 목적으로 추진중인 의약품 제조업허가와 품목허가를 분리하는 약사법 개정에 대해 기존 국내 제약사와 벤처업체간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돼 혼선이 예상된다.
17일 국회 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 주최로 열린 ‘의약품 제조업허가와 품목허가 분리를 위한 약사법 개정공청회’는 양측의 이 같은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제약협회의 추천을 받아 국내 제약사 대표로 참석한 토론자들은 현행 법제도에서도 충분히 신약개발의 활성화가 가능하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약사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의약품 제조업허가와 품목허가의 분리’ 추진은 현재 의약품을 제조하려는 업체의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갖추고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품목별로 제조품목허가를 받거나 제조품목 신고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즉, 제조업허가 중심의 제약산업 구조를 품목허가 중심으로 구조조정함으로써 *포화된 제약산업의 시설 가동률을 향상시키고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에게 시설투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신약개발을 촉진시키며 *규제의 합리화를 통해 제약산업의 선진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유통업소가 제조업소에 주문자 생산(OEM)을 통한 특정 품목을 일부 병원과 독점적으로 계약하는 품목도매 양성화를 촉진해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경도제약 박종식 전무는 “의약품 품목허가를 분리하는 것은 규제 개방이 목적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현재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적합한지 모르겠다”며 “일거에 모든 것을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시키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재 품목허가권까지는 획득할 수 없지만 현행 법규상으로도 충분히 신약개발 등에 대한 촉진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품목허가권까지 얻고자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신약이 없는 현 단계에서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이윤하 개발상무는 “현재 품목허가와 제조업 허가가 분리돼 있지 않아서 벤처업체들이 신약 개발에 장애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벤처 업체는 신약연구보다 제네릭(일반의약품) 연구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동제약 길찬호 과장은 “이번 약사법 개정안이 일본의 제도를 상당부분 참고했지만 일본의 경우는 3년동안 충분히 모든 시스템을 검증·연구한 후 도입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만을 재개정 기간으로 삼아 제도를 보충하기에 충분한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길 과장은 의약품 품목허가 분리를 BT약품으로 한정하되 그 이외 의약품에는 전문가 그룹의 충분한 논의와 의견교환을 거쳐서 결정하되 *약사법 개정을 리모델링 수준의 개정이 아닌 재건축 수준의 제정을 통해 개선하고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한국형이 아닌 국제적인 제도로 승격시키며 *안전성·유효성이 전제된, 기존 제약사의 권익보호와 후발 업체의 장벽을 해소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바이오 업체 및 다국적제약사들은 긍정적인 효과에 무게를 두며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다국적 제약사 대표로 참석한 주식회사 박스터 김은 이사는 “이번 약사법 개정이 외국 제약사에게는 기존 제조업자 사이에만 가능했던 국내 시설을 이용한 현지생산이 가능해져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GMP수준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오엠엔디 김창호 대표이사는 “이번 법안은 바이오 벤처업을 운영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꿔오던 법령”이라고 강조하고 “이번 법안이 특히 그동안 건강식품 판매 분야로 전환한 업체를 다시 신약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이현수 수석상임고문은 “최근 신약개발을 위한 허가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 겨우 이 법안이 아니고도 해결방안을 찾긴 했지만 여전히 씁쓸하다”며 “미국의 경우 전문생산업체가 활성화돼 있어 우수설비가 영세 벤처 의약품의 생산에도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송재찬 의약품정책팀장은 “이번 개정안은 1여년 전부터 구체화 시켜온 것으로 100%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개선의 여지가 다분하다”면서도 “연구개발 촉진을 위해서는 품목허가 분리 대상에 대한 검토 여지가 있지만, 국제적인 기준마련을 목표로 할 때는 전체의약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품목허가 분리 대상을 전체의약품으로 확대하는 데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신약개발과 생물의약품에 품목허가 분리를 한정하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기존 제약사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해서는 벤처 업체의 입장에서 나서기를 꺼리는 만큼 기존 제약사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약사법 개정안은 기존 국내 제약사들이 이해관계에 있어 대상과 시기면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큰 만큼, 향후 기존 제약사와 벤처 및 다국적제약사 간 입장조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일첨부]: 품목허가분리 약사법개정자료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