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약산업에 4차 산업혁명 따른 AI와 빅데이터의 활용 못지않게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분야가 바이오의약품이다. 그중 유전자 치료제는 희귀질환 치료에 있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분야다.
희귀질환의 약 80%는 유전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 쇠약을 유발하는 중증질환이 많으며, 치료제 개발이 어려워 환자에 다양한 치료옵션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희귀질환 치료에 유전자 치료제가 혁신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하나둘나오자 희귀질환사업부를 갖춘 거대 글로벌 제약기업부터 스타트업 업체까지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대한 참여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의 핵심이 되는 기술인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기존의 의학적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대하여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유전자를 ‘편집’ 또는 ‘삽입’해 근원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넘어서 유전자 가위 기술은 유전질환뿐만 아니라 암, 감염증, 대사이상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치료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은 1세대 ZFN (zinc finger nuclease), 2세대 TALEN (Transcriptor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을 거쳐 3세대 CRISPR (Clustered Regularly-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Cas9으로 발전해 왔다.
1세대 ZFN이나 2세대 TALEN에서는 단백질이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데 비하여 3세대인 CRISPR/Cas9은 Cas9과 복합체를 형성하고 있는 small guide RNA (sgRNA)가 표적 염기서열을 인식하고 자르기 때문에 이전 세대 기술보다 제작이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시장 분석 기관인 Market and Market의 보고서에 의하면 유전자 가위 기술의 생명공학 및 제약 응용분야의 전체 시장은 2014년 18억 4,500만 달러(약 2조 882억 원)에서 2019년 35억 1,400만 달러(약 3조 9,771억 원)로 그 규모가 연평균 13.75%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전 세대보다 정교하고 효율적이라 평가되는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CRISPR/Cas9에 대해 미국의 GenScript USA Inc., 영국의 Horizon Discovery Group plc, 스위스의 Lonza Group Ltd. 등 다국적 제약사들의 대규모 연구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 시장은 글로벌 제약 회사가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형태로도 형성되는데, 선두 기업으로는 미국의 Editas Medicine이 120만 달러(약 14억 원)을 투자 받은 바 있으며, Intellia Therapeutics가 노바티스로부터 1500만 달러(약 170억 원), 스위스의 CRISPR Therapeutics사가 바이엘로부터 3억 유로(약 3,800억 원)를 투자 받은 바 있다.
국내에는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 분야에 툴젠, 엠젠플러스 등 벤처기업이 선두기업으로 자리하고 있으나, 아직 치료제 분야의 구체적인 시장이 형성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바이오벤쳐회사인 툴젠은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제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aRGEN (CRISPR/Cas9 Ribonucleoprotein)를 이용하여 혈우병 치료제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국내 회사인 엠젠플러스는 돼지의 발암억제 유전자 중 하나인 RUNX3를 CRISPR 기법으로 제거한 복제돼지 4마리를 생산하여 향후 본 복제돼지 체내에서 암이 유발되는지를 볼 예정이며, 향후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동물-인간 간이식이 가능하도록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연구는 학술 연구를 위주로 2012년부터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두 회사 등은 국내외 대학 및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 및 관련 시장 확립을 가속화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유전자 가위 기술이 국내 시장을 형성하기에 앞서 관련 기술에 관한 규제 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분야이며, 유전자가 그 대상인 만큼 기존의 윤리 규정이 까다로워 관련 규제가 빠르게 정립되지 않는 한 유전자 가위 기술의 활용 범위가 제한되어 국제 시장에 비해 기술 발전 또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식약처가 발표한 ‘유전자 가위 기술 연구개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현재 유전자 치료제의 품질 관련 가이드라인 7개, 비임상 관련 가이드라인 8개, 임상 연구 단계 5개 등으로 비임상 관련한 유전자 치료제 관련 가이드라인들이 다수 발간되어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유전자 치료제 관련 가이드라인은 품질 제조 관련된 것이 3개, 비임상 관련한 것이 7개, 임상 관련된 것이 6개 등으로 유전자 가위 기술 적용 치료제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품질관리, 비임상, 임상, 시판 후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들이 발간된 상황이다.
현재 임상시험 및 비임상 연구 중인 유전자 가위 기술 치료제의 경우 유전자 가위를 전달하기 위한 유전물질이 기존 유전자 치료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품질관리 및 유효성 평가는 기존 유전자 치료제의 현행 가이드라인의 맥락에서 고려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유럽, 미국 등의 국외 규제기관에서도 유전자 가위 기술 적용 치료제에만 특별하게 적용이 가능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은 아직 제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기존의 세포치료제 또는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용하여 비임상,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도 유전자 가위 기술 맞춤형인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 전이나,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에 준하여 유전자 가위 기술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적용 가능한 대표적인 가이드라인은 아래 그림과 같다.
다만, 현재 국내는 일반적인 유전자 치료제 자체에 대한 가이드라인들의 경우 대부분이 품질 관리의 영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비임상, 임상 시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성에 대한 고려는 향후 유전자 가위 기술 적용 치료제의 임상 진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항목으로 향후 규제과학적인 접근이 시급한 부분이다.
식약처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에 대한 국내외 특허권을 확보한 연구그룹이 존재하는 만큼 이들의 연구를 뒷받침할 규제 기반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며 관련 규제 정립에 대한 필요성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