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5세 이상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서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현재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으로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폐렴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화이자제약은 ‘성인에서 폐렴구균 폐렴의 질병부담 및 최신 예방접종 트렌드’를 주제로 백신클래스를 진행했다.
이날 백신클래스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0년~2015년) 65세 이상에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2015년 기준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중 10명 중 9명(약 93%)은 65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65세 이상 성인의 약 90%는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폐렴구균 폐렴의 감염 위험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림의대 정기석 교수 연구팀이 국내 폐렴구균 폐렴 환자가 보유한 기저질환의 종류에 대해 연구한 결과, 심부전이 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만성폐쇄성폐질환(41%)과 당뇨병(18.6%)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를 담당한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장)는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시대에서 폐렴의 위험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폐렴 위험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그 심각성에 대해 저평가 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교수는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은 고령층과 만성질환에서 더욱 위험하고, 사망률도 12~14%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은 만큼 선제적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부언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주요 원인균으로 폐렴구균을 지목하며, 이에 대한 예방을 위해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성인에서 접종할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이하 PCV13)과 23가 폐렴구균 다당질백신(이하 PPSV23) 총 2종류가 있는데, 대한감염학회에서는 65세 이상 모든 만성질환자 등에서 13가 단백접합백신과 23가 다당질백신을 모두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폐렴구균 폐렴은 현행 23가 다당질백신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예방에 있어 50~80%의 예방효과가 있으나, 폐렴구균 폐렴의 예방효과는 일관되지 않다.
WHO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23가 다당질백신의 효율성과 효과에 관한 데이터는 일관성이 없으며, 다양한 대상 집단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특히,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성이 높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침습성 폐렴구균질환 및 폐렴에 대해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반면, 13가 단백접합백신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75% 예방하고, 폐렴구균 폐렴 예방에도 45%의 효과를 지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다당질백신은 접종 후 1년이 지나면 면역유지효과가 떨어져 5년이 지나면 최대 75%까지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의 용역으로 진행된 ‘국가예방접종사업 중장기 전략 개발 보고서’에서도, 국내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사업의 한계를 지적하고 폐렴 예방을 위해 13가 단백접합백신의 추가 도입이 필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
나날이 65세 이상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서 폐렴구균 질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고, 고령화 진행으로 인한 의료비용 가중를 감안한다면, 본격적으로 NIP 시스템에 13가 백신 도입을 논의할 시점이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