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독감백신 제조 방식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정란 유래’ 독감백신이 특정 바이러스에서 예방효과가 크게 떨어져, 독감백신 제조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팀은 지난 한 해 미국에서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한 환자들에서 예방효과가 떨어진 이유가 현행 독감백신 제조방식에 기인한 결과라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된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미생물학 교수인 스콧 헨슬리 박사와 시카고 대학과 로체스터 대학의 과학자들이 포함된 연구팀은 유정란 배양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가 백신 효과를 감소시키는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백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것이었지만, 지난 한 해 유독 ‘H3N2’ 바이러스에서 예방효과가 현저히 떨어졌던 것. 헨슬리 박사는 “지난해 독감백신의 ‘H3N2’ 바이러스 예방효과는 33%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H3N2’ 바이러스는 유정란에서 잘 배양되지 않는데, 이런 환경에서 자라기 위해 핵심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 글리코프로테인(HA)에 변이를 일으키게 되고, 이렇게 변이된 HA가 결과적으로 항체가 된다는 것.
결국 변이된 HA로 만들어진 백신은 원래의 ‘H3N2’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못해 예방효과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헨슬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독감백신의 제조에 있어 유정란에 의존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포 배양 독감백신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헨슬리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감백신 접종은 여전히 권고된다”고 말하며, “‘H3N2’ 바이러스 외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는 유효하기 때문에 아무런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강조했다.
한편, WHO가 발표한 2017-2018 시즌 북반구 독감백신에 권고된 바이러스는 A형은 2015년 미국 미시간에서 유행한 ‘H1N1’과 2014년 홍콩에서 유행한 ‘H3N2’, 그리고 B형은 2008년 유행한 ‘브리즈번’이다. 4가 백신으로는 앞서 제시한 세 가지 형과 2013년 유행했던 B형 ‘푸켓’을 추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