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IT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헬스케어 기술과 접목한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제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러한 혁신 기술∙제품을 규제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할뿐더러, 그나마 제한적으로 허용된 규제 항목도 “없느니만 못하다”라는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5차 디지털헬스케어 글로벌 전략포럼’에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및 규제 동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윤섭 소장은 이날 미국 FDA CDRH (Center for Devices and Radiological Health)가 지난 7월 28일 발표한 ‘디지털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액션 플랜’을 소개하며, 미국이 사례를 참고로 하여 한국은 어떻게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제품을 규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언을 내놓았다.
최윤섭 소장은 “폭발적인 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에 규정해오던 하드웨어 의료기기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앱, 인공지능, 클라우드와 같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등장하게 되었다”며, “이렇게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의료기기에 대한 균형적 규제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치게 높은 규제는 산업 자체를 경직시켜 환자가 혁신기술의 수해를 받지 못하게 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낮은 규제는 안전성과 효과성 수준이 낮은 기술의 출시로 환자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최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FDA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술 혁신이 환자와 소비자에게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지도록 하고, 전통적 의료 환경 외에서의 질병 예방, 조기 진단, 만성질환의 관리를 가능하게 하며, 소프트웨어 기술로 더 효율적인 진료와 치료, 의료정보 저장 및 공유 기능을 향상시키는 그 특수성과 파급 효과를 인식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 소장은 “FDA는 기존의 전통적인 규제 방식이 이러한 혁신 기술의 발전과 환자접근성을 저해한다는 문제 인식하에 보다 ‘효과와 위험’을 기반으로 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액션 플랜’의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최 소장은 “FDA는 이를 위해 지난 5월 CDRH 내부에 ‘디지텔 헬스 유닛’이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부서를 별도로 창설하고 컨트롤타워에 전문가를 배치했다”고 말하며, “한국도 기관이나 단체의 컨트롤타워에 정치적 인물이 아닌 실질적인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발표된 ‘디지털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액션 플랜’에서는 ▲21세기 치료법 등과의 가이드라인 제시, ▲디지털 헬스제품에 대한 규제 재구성, ▲전문가 양성 등 3가지 액션 플랜 제시되어 있다.
우선, 21세기 치료법 등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제시(Issuing new guidance implementing legislation)에는 ▲‘21세기 치료법’에서 제시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 조항에 대한 해석안 및 지침안을 2017년 말까지 제시, ▲임상적 결정 지원 소프트웨어(Clinical Decision Support Software)에 대한 새로운 지침안을 2018년 1분기까지 제시, ▲소프트웨어 탑재 의료기기와 그렇지 않는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2018년 1분기까지 제시, ▲시판 전 신고에 해당하는 의료기기에 대한 소프트웨어 변경이 어느 규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2016년 8월)하였으며, 이에 대한 최종안을 2017년 말까지 제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헬스제품에 대한 규제 재구성(Reimagining digital health product oversight)은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는 ‘제품(product)’이 아닌 ‘개발사(developer)’를 규제하는 새로운 접근 프로그램 시도하며, ▲CDRH에서는 적절한 자격 요건을 갖춘 회사에 ‘사전 승인(pre-certify)’을 부여하고 이들이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간소화된 인허가 과정(streamlined premarket reiview)’을 적용, ▲사전 승인 상태의 이점을 가진 기업은 제품 출시 후 실제 진료 데이터(Real world data)를 수집할 수 있고, 향후 FDA에서는 인허가 과정에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 양성(Growing our expertise)은 ▲CDRH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춘 전문가 양성을 통해 예측 가능성, 일관성, 적시성 제고 가능, ▲EIR (Entrepreneurs in Residence program) 시행을 통한 업계 리더와 SW 개발에 경험이 있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FDA 평가의 전문성 강화한다고 되어 있다.
최윤섭 소장은 “이외에도 FDA는 앞으로도 ‘제조사’ 기반의 규제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유전자 DTC (Direct–To-Consumer) 검사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최 소장은 “미국은 과거의 대표적인 유전자 DTC 검사 ‘23andMe’의 규제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질병위험도 DTC 검사를 ‘한 번’ 안허가 받은 회사의 후속 검사는 규제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과의 ‘갭(gap)’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의 경우에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시행된 ‘비의료기관 직접 유전자검사 실시 허용 관련 고시 제정’으로 DTC 유전정보 분석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잇는 상태다. 그러나 혈당, 혈압, 피부노화, 체질량지수 등 웰니스 부분의 12개 항목 외에는 질병위험도나 약물민감도, 열성유전질환 보인자 분석 등 미국에서 허용된 검사 항목은 여전히 불법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기준 자체가 FDA 등 글로벌 규제 기조나 산업계에서 통용되는 기준과 다르다는 것.
최 소장은 이에 대해 “글로벌 기준에 발맞추기는커녕,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자체적 별도 분류체계를 더 추가해 없느니만 못한 규제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최윤섭 소장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방안을 위해 ▲식약처 전문성의 양저그 질적 강화, ▲네거티브 규제의 도입, ▲국내 규제와 글로벌 규제와의 일치화 강화, 그리고 ▲기업의 자율성 강화와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규제 등을 제언했다.
최 소장은 “식약처에 디지털 헬스케어 및 의료 전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전담 부서의 개설 및 외부 전문성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혁신은 어디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애 혁신”이라며 네거티브 규제의 도입을 강조했다.
이어 최 소장은 “국내 규제와 글로벌 규제를 일원화하지 않으면, 기업은 두 시장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이러한 투 트랙 모드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도록 조속히 규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윤섭 소장은 “한국 정부가 조속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을 시작하지 않으면 추후 ‘죽은 아이 불알 만지기’ 꼴이 될 것”이라며, “오늘의 제언은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합리화’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