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급여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및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의 업무 중복과 관련하여, 급여 · 비급여 평가의 심층적 부분을 NECA가 도맡게 된다.
한편, 예비급여에서 재평가로 인한 퇴출이 발생하므로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3일 오전 9시 30분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례학술회의에서 '보건의료 정책결정과 의료기술평가 활용 전략' 주제로 토론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서영준 교수는 "의료전달체계에 있어서 현재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의료기관 간 기능 분화가 얘기되고 있다. 김윤 교수가 상당히 복잡하게 기능분화를 했다. 또, 이를 지키게 하려고 공급자의 경우 수가로 유인책을 쓰고, 소비자의 경우 본인 부담에 있어 차등을 뒀다. 그런데 이게 과연 잘 작동할지 의문이다. 본인 부담 차등 및 수가 인상으로 소비자 · 공급자 행태가 바뀔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진료 난이도 · 환자 중증도에 따라서 수가 차등을 두자고 했는데, 난이도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 또 정확한 분류가 가능한 것인지, 어디까지가 중증이고 경증인지 등의 너무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이슈를 좀 더 단순명료화시켜서 하나씩 개혁해나가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촘촘하게 하려다가 아무 것도 못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일차의료도 과잉돼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집 밖에 나가면 어딜 가든 동네의원이 있다. 이처럼 일차의료도 상당히 과잉됐는데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 진찰료, 교육료 등을 지급한다고 한다. 크게 표시가 잘 안 나는 것들을 통해서 수가를 인상한다고 했다. 그러면 오히려 일차의료가 더 과잉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면서, "의원에서 경영이 어렵다고 수가를 인상해달라고 하는데 썩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가치기반 보건의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교수는 "소비자 가치와 공급자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공급자가 진료 행위를 통해서 소비자의 가치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충족될 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그게 안 되고 있다."라면서, "전문가 집단에 이를 맡겨서 가치를 창출시키고, 전문가 집단이 자율규제하도록 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 ·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얘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국민 신뢰가 그렇게 높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집단이 꾸준한 노력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국민이 전적인 믿음을 가지며, 그에 맞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진다고 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김재규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는 병원비 없는 든든한 나라를 원하고, 병원의 궁극적 목적은 환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즉, 의사 · 환자 모두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지금 논의되는 보장성 강화, 가치 중심 등을 정책화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며, 실제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의학 교육에는 근거 · 가치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고, 개인의 자발적 노력으로 많이 이뤄진다. 임상연구의 경우 NECA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몇 개 병원을 제외하고는 한계가 있어 근거가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임상의사 입장에서는 근거 창출이 오용돼 여러 가지로 악용되는 현실을 두려워한다. 학회 입장에서는 근거를 생성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지만, 잘하는 곳부터 시작하여 그 능력이 다양하다. 즉, 이러한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똑같이 형성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책적으로는 근거 중심의 임상진료지침 개발 등을 위한 실제적인 연구 · 재정 지원이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책임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경영적 성과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경영성과가 보장되지 않으면 정부가 그 정책을 실현하기가 힘들다."라면서, "가치 창출 및 실행방안 등과 관련해 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현재 정책 · 정치가 서로 리액션이 맞아 떨어지고,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단계적 성과를 달성하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 돈만 쓰고 아무것도 달성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자발적 책임이 따르도록 정책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집단 이익으로 인한 밥그릇 싸움으로 국민이 바라보면 합의가 어렵다. 정책 실현은 현실에 바탕을 둬야 하고, 정책 당국의 역할 · 책임과 성찰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메드트로닉 코리아 이상수 상무는 "예비급여는 높은 본인부담률로 인해 급여 · 비급여 경계구역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3~5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충분한 근거가 자연스럽게 확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근거 창출을 위한 지원, 특히 임상적 측면과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도가 높고,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의료기술에 대해 레지스트리 구축을 통해 다양한 이해당사자 참여를 기반으로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상무는 "Micra Leadless Pacemakers CED(Coverage with Evidence Development, 근거 창출을 위한 임상연구) study는 종단 전향적 연구로서 보험청구 데이터를 활용하고 추가 데이터 수집 활동이 필요하지 않아 전통적인 레지스트리의 비용 및 자원 부담을 유발하지 않는 좀 더 혁신적인 근거 창출 방안이 도입되고 있어 이와 같은 방식의 비용 효과적 연구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가령 정형외과 ICOR(International Consortium of Orthopedic Registries) 및 심장질환 분야 ICTVR(International Consortium of Transcatheter Value Registries) 참여를 통해 국내외 아웃컴 수준을 비교 · 평가할 수 있는 국제적 comparative study를 통해 의료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상무는 "최근 미국 보험청(CMS)과 보건성(HHS)은 가치기반 보건의료 실현을 위해 발표한 Medicare Blue Button 2.0을 통해 환자가 과거 처방, 치료, 시술 등 본인의 의료정보에 접속해 의료공급자와 본인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케어 연속성을 제공할 계획이 있다. 이 같은 방안이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우리나라 가처분 소득을 GDP 대비로 비교해보면, 기업보다 가계가 가져가는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 건강보험도 국민이 보험료를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다. 현 구조는 공급 측면에서 비효율 · 고비용을 보이는 구조이다. 공급 인프라 개혁이 단행되지 않으면, 문재인 케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서는 "공급자들의 동의 여부에 따라 제도 시행이 결정되는 식의 프레임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중앙 정부 주도로 진행할 필요성도 있다."라면서, "지나치게 경제적 유인 중심으로만 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전달체계는 재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환자 관점에서 의료전달체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현재는 정부 규제 방식도 효과가 없고, 완전하게 시장주의도 아닌 애매한 상태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의료기관은 수익성 위주의 의료 행위 및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생존한다. 환자 · 소비자 관점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의원급 의료기관 선별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 질서체계를 바로 잡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질적 기준에 못 미치는 중소병원의 경우 퇴출 기전이 필요하고 했다. 재택에서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장인숙 급여보장실장은 "비급여 항목을 4대 중증질환 내 선별급여로 환자 본인부담금을 높여서 급여화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것이 확대될 예정이다. 예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급여 적합성을 재평가하게 되는데, 중요 평가 기준이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사회적 요구도이다."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심평원에서 보장성 검토를 하면서 우려되는 사항이 몇 가지 있다. 건강보험 · 의료기술평가 연계 확대 시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결정할 때는 근거 수준이나 치료 효과성보다는 보험 재정에서 부담할 가치가 있느냐를 더 많이 고려한다. 그런데 희귀질환의 경우 근거가 부족해도 건강보험에서는 충분히 재정을 부담할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건강보험에서 경제성 평가 영역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장 실장은 "기존에는 급여 결정이 하나의 진입 단계에서 활용됐다면, 지금은 예비급여 항목의 재평가, 본인 부담률 조정, 급여중단, 비급여 퇴출 쪽이 있기 때문에 이를 건강보험법 내 설치된 위원회에서 각각 심의하게 될 것 같다. 위원회 자체에서 건강보험 평가 영역이 확대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보장성 강화와 관련해서는 "의과 쪽에 의료기술평가가 너무 치중됐다. 치과, 한의과 영역에도 보장성을 많이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의료행위 목록 관리, 기존 신의료기술의 안전성 · 유효성 평가결과 고시 업데이트, 장비 유효성 비교 평가 등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장비를 사용한 의료기술이 많이 늘고 있다. 동일한 행위 안에 여러 장비가 있는데 유효성 관련 부분에서 선발업체와 후발업체 사이에 유효성 검증에 대한 논란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공적체계로 가는 의료기술평가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의료법 내로 진입할 때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신의료기술평가이며, 또 하나는 이렇게 들어온 의료기술에 대해 급여 · 비급여를 결정하는 평가이다. 이 두 가지 평가가 정책체계에서 공식화돼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재 퇴출 기전을 만들기 위해 작동시키고 있기 때문에 의료법 개정이 그렇게 일어난다고 하면 다른 범주의 어떤 평가 영역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종전에는 급여 · 비급여 판단만 했다면 이제는 급여 · 예비급여 · 비급여라고 하는 삼원화 체계로 이행된다. 특히 예비급여의 경우 재평가 수단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예비급여 · 비급여 · 급여를 어떤 식으로 구분할 것인지, 재평가에서는 어떤 부분들을 중시할 것인지 등 단순했던 평가가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급여 · 비급여 평가에서 심층적인 부분들은 복지부가 NECA에 의뢰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제도를 정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손 과장은 "NECA가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의뢰받아서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쟁점 · 논쟁이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더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면서, "다만 가치 부분에서는 성숙한 발전이 충분히 없었다. 어떤 부분을 가치로 볼 것인지와 관련해 NECA 평가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도 급여 우선순위를 어떻게 둘 것인지 논의되는 부분들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14~18)과 관련해서는 "계획을 만들 때 급여의 우선적 가치가 무엇인지 건정심에서 두 차례 토론했다. 계획 붙임에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급여 우선순위의 결정 기준'을 만들어놨는데, 이 부분들에 대해 논쟁이 더 발전되지 못해서 일회적인 활동 정도에 그쳤다. 이 같은 활동들이 좀 더 다양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