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허가된 의약품 10개 가운데 1개는 복합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복합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전체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매년 1%씩 늘리고 있었다. 심혈관계 치료제는 복합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고, 지난해 가장 많이 처방된 복합제 제품 역시 고혈압 치료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동제약 최원 개발본부장은 25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에서 열린 2019 대한임상약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내 복합제 시장 전반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최 본부장에 따르면 복합제(FDC)는 두 가지 이상의 유효성분이 일정비율로
결합된 형태의 제제다. 주로 유효성, 안전성 및 복약순응도
등을 개선할 목적으로 개발된다.
최 본부장은 “일동제약을 포함한 국내 다양한 제약사가 복합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파이프라인은 필요한데 신약은 어렵기 때문에
중간단계로 복합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9년간(2010~2018) 허가된 복합제 품목은 모두 497개였다. 연도별로는 2014년 18개에서 2015년 69개로 크게 증가한 뒤,
2016년에는 100개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 44개로 주춤했지만
2018년에는 194개로 다시 대폭 늘었다.
최 본부장은 “국내에서 허가된 전체 의약품 중 복합제의 비율은 2010년 1.5%에서 2018년 9.1%로 증가했다”며 “지난
9년간 허가된 복합제(497개)는 같은 기간 허가된 신약(254개)의
2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 복합제 시장은
2014년부터 연평균 약 11% 성장했다”며
“전체 의약품시장에서 복합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1%씩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본부장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전체(단일제+복합제) 의약품시장은
약 10조2000억원대였다.
단일제는 8조4000억원(82%), 복합제는 1조8000억원(18%)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복합제 시장의 비중은 지난
4년간 매년 1%씩 증가했다. 2018년 기준 전체 의약품시장(12조4000억원)에서 복합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2%(2조7000억원)로 조사됐다.
복합제는 심혈관계(고혈압∙이상지질혈증)와 소화기계(당뇨병) 질환군에서 수요가 많았다.
2018년 전체 복합제 시장(2조7000억원)에서 심혈관계 복합제의 점유율은 약 46%(1조2404억원대)였다. 그
다음 소화기계용제(6799억원, 25%), 호흡기계용제(2129억원, 7%), 전신성항감염성물질(1639억원, 6%) 등의 차례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복합제는 IQVIA기준 트윈스타(성분:텔미사르탄/암로디핀, 제약사:베링거인겔하임)였다. 연간 처방조제액은 7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엑스포지(발사르탄/암로디핀, 노바티스) 690억원, 자누메트(메트포르민/시타글립틴, MSD) 574억원, 트라젠타 듀오(메트포르민/리나글립틴, 베링거인겔하임) 491억원, 제미메트(메트포르민/제미글립틴, LG생명과학)
455억원 순이었다. 10위권 내 혈압강하제와 당뇨병용제는 각각 4개씩 위치했다.
트윈스타의 경우 전체 의약품 처방액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엑스포지는 11위, 자누메트는
17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국내와는 달리 복합제의 허가가 활발하지 않았다.
최 본부장은 “미국에서는 2010년에서 2015년까지 한해 평균 복합제 10개 정도가 허가됐다”며 “미국에서 허가된 복합제의 20%는
NME(New Molecule Entity)를 포함하고 있었고, 주요 치료군 역시 항감염(HIV∙HCV)으로
국내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고 안내했다.
이와 함께 최 본부장은 좋은 선례를 남긴 제품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최 본부장은 “한미약품의 아모잘탄(로사르탄/암로디핀)은 서로 다른 기전의 치료제를 합친 국내 최초 고혈압 복합신약으로 2009년
허가됐다”며 “총 60개국에
진출했으며, 지난해 국내 연간 처방조제액 434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한미약품), 비모보(나프록센∙에스오메프라졸, 아스트라제네카), 울트라셋(아세트아미노펜∙트라마돌, 얀센) 등도 좋은 선례에 꼽혔다.
로수젯은 ▲스타틴 단독보다 에제티미브 병용 시 혈중 지질 강하 효과가 우수한 점 ▲스타틴 고함량 투여로 인한 부작용 우려를 낮춘 점
등이 높이 평가됐다.
반면
실패사례도 존재했다. MSD의 트리답티브(니코틴산/라로피프란토)는 2009년
국내 허가됐지만 2013년 다시 허가가 취하됐다.
최
본부장은 “해당약물은 임상연구에서 심장마비∙뇌졸중 등 주요 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 못했다. 출혈∙근육쇠약∙감염∙당뇨병 등 중대 유해사례도 스타틴계 약물에 견줘 높았다”며
“위해성이 유익성을 상회한다는 판단에 따라 판매가 중지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본부장은 복합제 개발에 나서는 제약사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단순히 ‘A성분과 B성분이 많이 쓰이고 있으니 둘을 합친 복합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부족하다”며 “복합제 개발의 당위성에는 과학적 근거(scientific rationale)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임상약리학자들과 많은 상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약을 만들더라도 허가에는 어떤 자료들이 필요한지 미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