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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⑪]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공 열쇠는 사람과 그들의 포토폴리오이다

이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 PD

지난 5월 충북 오송에서 바이오헬스 육성전략 보고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오산업을 대한민국의 미래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표하고, 바이오헬스산업을 차세대 5대 주력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연간 연구비를 4조 규모로 투자하여 연 수출액 500억을 달성하겠다는 희망찬 목표를 제시하였다. 현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가슴을 뛰게 하는 이벤트였음이 틀림없었다. 드디어 바이오산업의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바이오산업의 가장 큰 맏형인 제약산업은 이러한 사명을 수행하기에는 충분한 대답을 하고 있는 건지? 바이오기술과 바이오의약 글로벌시장은 매년 8%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고, 국내사들의 관심사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이보다 3배 앞선 25%에 달하지만, 안정성 입증 및 연구비용의 증가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혁신 신약개발을 주도하던 몇몇 신약개발회사들은 이해하기 힘든 여러 가지 사유로 신문 탑라인을 장식하고 주식시장에서는 엄청난 패닉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현실적인 답은 아직도 여전히 부족하고 더 많이 노력하고 분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분야 R&D의 정부지원과 민간투자규모는 해가 갈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은 틀림없으나, 선택과 집중보다는 안정적 분산 지원에 치우친 나머지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시킬만한 주축돌이 없는 상황이고, 기술의 미래가치에 대한 장기적 투자보다는 IPO를 통한 단기 수익창출에 집중되는 투자 형태로 인한 버블투자 등으로 선의의 국민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결과나 과정에는 사유가 있을 것이고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누구의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라도 바이오산업 특히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다 함께 고민하자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통적 제약회사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장기적인 미래성장동력으로 신약을 포함한 혁신적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중심형 제약회사와 제너릭과 몇 개의 대표 제품만으로 영속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마케팅 지속형 제약회사가 바로 그 예다. 바로 이 제약산업의 불균형적인 구조가 바꿔야 하며, 이러한 사례는 바이오시밀러와 니치버스터 개발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9년에 다수의 블록버스터급 바이오 의약품이 특허만료가 되어 글로벌 시장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국내 제약기업들이 장기적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앞다투어 개발하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기존 제너릭 합성의약품에 비해 휠씬 많은 투자와 기간이 필요하기에 바이오의약품 생산력 부문에서 타 경쟁국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국내환경과 오리지날 제품들의 상대적인 시장점유율이 약화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기에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리고자 하는 바이오기업의 도전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송도를 중심으로 최고의 시설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위탁생산(CMO)을 통한 기술과 자본 축적을 통해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에 하나의 모멘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기업을 상대해야 하는 치열한 제약산업 환경과 아직은 부족한 국내 제약 R&D 인프라 등을 극복하고자 희귀·맞춤 의약품의 개발하여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니치버스터 전략실행과 투자에도 힘을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무한 경쟁시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의약품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한 체질개선이다. 즉, 대형제약사와 중견·중소 기업들의 개별적인 몇몇 신약 또는 제너릭 중심의 포토폴리오 개발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특화된 차세대 융복합기술 기반의 개량 의약기술(갤야신약, 바이오베터)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이 많이 등장하여 다양화된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가 형성 되는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에서부터 산업으로 연결되는 산학연병ㆍ관이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신의의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이를 통해 적극적인 공동연구, 기술제휴, M&A 등 기업 내부역량 강화뿐 아니라, 기업 내외부의 개방형 혁신을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야구시합 때 9명 선수의 라인업을 보면 홈런타자가 4, 5번에 배치되고, 중장거리 타자가 3, 6번에, 호타준족의 타자가 1, 2번에 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약의 연구배라 포토폴리오도 마찬가지이다. 혁신신약 같은 장기프로젝트도 필요하지만, 중 단기 전략도 반드시 필요하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그만큼 호흡이 길기 때문이다. 이 긴 호흡을 한번에 쉽없이 가기에는 너무나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어디쯤에서는 짧은 휴식도 가져야 하고 중간에 보급품도 지원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업별로 확실하고 차별성 있는 중∙단기 개발 포토폴리오 수립과 관리는 이제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한 번 더 상기시키고 싶다. 핵심인재라는 상투적 어구보다는 진정으로 내 회사에 대한 열정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하는 내 주위의 연구개발자들을 얼마나 제대로 알아보고 있고 그들의 진정성을 지켜주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책임 있는 분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왜냐하면 앞에서 이야기한 모든 것들이 이들을 통해서 기획되고 실행되어지고 결과적으로 완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사람의 소중함과 의약 포토폴리오의 다양성 기반이 조성되고, 정부와 민간의 적절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유지된다면,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2030년까지 세계 50대 기업에 진입하는 회사가 등장할 것이며, 내수와 파머징마켓에 특화된 개량기술을 기반으로 차별성 있는 개량의약제품군으로 수출산업에 뛰어드는 강소중견 제약기업들이 더욱더 많아 짐으로써 대한민국이 미래 목표로 하는 바이오산업의 5대 수출주력산업 진입에 제약∙바이오기업이 당당한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마무리하자면 누군가가 제약∙바이오기업의 성공가치를 매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첫째는 사람이고, 둘째도 사람이고 셋째는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그들의 포토폴리오라고 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