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민간차원에서 상업적으로 운영돼 왔던 제대혈 은행이 국내 최초의 공여제대혈 은행의 탄생을 맞아 대대적인 공익사업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특별시립 보라매병원 공여제대혈 은행은 11일 개소식을 갖고 제대혈 공공치료 및 응용을 위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에 개소한 보라매병원 공여제대혈 은행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업으로 순수 기증 운동의 정립 및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국내 제대혈 은행은 2006년 현재 16개소이며, 이중 공여제대혈은행은 9개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원이 미미해 공여제대혈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여제대혈이 300개를 넘지 않아 국내 최소 공여제대혈 보관 개수인 5만 단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여건에서 이뤄진 이번 사업은 보다 전문적이고 공익적인 공여제대혈 은행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자발적 기증에 의한 공여제대혈은행의 필요성은 전문가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낮은 조혈모세포 이식률과 치료제로의 실용화 기술개발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은 설립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2005년 초 공여제대혈은행의 필요성을 인정, 설립 및 운영비일체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함에 따라 기증자가 경제적인 부담없이 제대혈을 기증할 수 있게 됐다.
보라매병원은 병원 신관 6층에 65평 규모의 공여제대혈은행을 일단 설립해 지난 11일에 개소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갔으며 2008년에 완공될 새 병원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운영과 더불어 올해부터 2010년까지 총 2만 단위의 제대혈을 보관할 예정이며, 제대혈 줄기세포 응용사업단과의 밀접한 연계를 통해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 실용화 연구에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라매 병원 윤종현 공여제대혈은행장은 보건복지부의 표준업무지침에 따라 엄격한 질관리 및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운영을 약속하며 “보건복지부 및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보관 공여제대혈 10만 단위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공여 활성화를 위해서는 “순수기증문화와 새로운 출산문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하며 이를 위해 “탁틴맘과 같은 뜻이 맞는 시민단체와 홍보전략을 논의해 산모들과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노력할 뿐 만 아니라 서울특별시 및 산하 지자체를 통한 홍보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기가 출산되는 산부인과 병의원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무엇보다 현장에서 제대혈을 채취하는 과정이 출산시의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어려운 작업인 만큼 이에 대한 수가가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수익이 아닌 공공성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정직하고 차별없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투명한 운영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한편 11일 개소식에 참석한 서울특별시 이명박 시장은 “처음에는 생소하고 관심도 부족했지만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뜻이 전달돼 지원을 전격 결정했다”며 시립병원으로서의 공공성을 살려 소외되고 어려운 계층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함과 동시에 “오늘의 작은 시작이 대한민국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임정기 서울대병원 부원장도 “보라매병원 공여제대혈은행은 공공병원으로는 최초 설립인 만큼 공공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며 국민의 건강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헌신적인 지원을 해 준 이명박 서울시장 및 서울시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
200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