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대기실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개원의라면 심각하든 심각하지 않든 한번쯤은 해봤을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병원들은 환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것 같은 생각에 막연히 클래식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주기도 하고 좀 더 쾌활한 최신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물론 별 다른 음악 없이 드라마나 케이블 방송의 홈쇼핑에 집중하라고 대형 TV를 틀어놓을 수도 있고 아니면 럭셔리한 스타일의 잡지들을 보면서 불안감을 해소하라며 잡지들을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아둘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을 틀어 놔도 안 듣고 TV를 켜놔도 안보고 잡지를 놔둬도 안 본다면 환자들은 지루해 하거나 또 불안해 하는 환자가 많다. 이런 경우, 병원은 환자들에게 뭔가 부족한 병원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면서 감동까지 선사할 수 있는 음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기실 음악의 세가지 법칙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출신 음악치료사 A씨는 병원 대기실 음악의 조건으로 세가지를 강조했다. 바로 *음역이 넓지 않을 것 *스타카토가 없을 것 *조성 박자의 변화가 심하지 않을 것이 그 조건들이다.
A씨는 “물론 이 같은 조건은 음악을 나누는 기본적 구분에 불과하며, 반드시 모든 음악이 이처럼 구분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음악 마케팅은 병원 뿐 아니라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폭 넓게 쓰이는 기본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실제로 식당에서는 테이블의 빠른 회전을 위해 빠른 음악을 틀어주고 백화점에서는 느린 음악을 틀어주어 소비를 유도한다.
A씨는 “이처럼 음악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적절한 음악을 활용해 진료 시의 공포감을 상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 그 자체로도 뛰어난 치료 효과
진료대기실의 음악을 마치 패스트푸드의 어린이 햄버거 세트에 딸려오는 장난감처럼 당연하게만 생각해 아무 음악이나 의미 없이 틀어준다면 이 것은 큰 오산이다.
A씨는 “음악치료의 경우를 보듯 음악은 그 자체로 치료효과가 있어 정신과 신체 건강을 복원 및 유지시키며, 향상시킨다”고 전하고 “때문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음악을 틀어줘야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음악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로 *음악 감상 통한 정신치료의 일종 *클래식 음악만 사용 *전문적인 훈련 없어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 등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수술 받으면서도 음악감상 한다?
전북대학교병원은 2004년부터 수술 대기 중인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엠피3 플레이어를 갖춰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8일 “처음에는 환자 연령대가 다양해 동요부터 클래식·발라드·트로트까지 폭 넓은 음악을 준비했으나 최근에는 클래식 위주의 음악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환자와 가족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으나, 입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인기가 높아지자 플레이어를 5대에서 20대 넘게 늘렸다”고 소개했다.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좋은 음악들
한편 음악치료사들이 추천하는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좋은 대표적인 음악들은 다음과 같다.
바하 '환상곡과 푸가' g단조 BWV-542
'토가타와 푸가' BWV-565
'푸가' g단조 BWV-578
'미사 Masses' b단조 BWV-232
모짜르트 현악 4중주곡 '불협화음' 제19번 C장조 K.465
'레퀴엠' d단조 k.626
베토벤 장엄미사곡 D장조 op.123
슈베르트 '실짜는 크레에트헨'
멘델스존 교향곡 제5번 D장조 '종교개혁 Reformation' op.107
쇼팽 피아노곡 '스케르쪼 Scherzo' 제1번 b단조 op.20
베르디 '레퀴엠'
생상스 교향시 '죽음의 무도 Dance macabre' op.40
부르흐 환상곡 '콜 니드라이' 제1부
포레 '레퀴엠'
바르토크 현악기,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 제1악장
스트라빈스키 무용 모음곡 '불새 L'Oiseau de feu' 제1악장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