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개막해 15일 간의 대장정을 치른 제88회 고시엔 대회의 최고 인기스타는 단연 와세다실업고등학교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 괴물투수 사이토 유키(18)다.
괴물투수의 산실인 고시엔 대회에서 사이토는 7경기에 등판해 무려 948개의 투구수를 기록해 또 다른 괴물의 탄생을 세간에 알렸다. 사이토는 결승전 재경기까지 포함하면 무려 4경기를 연속 완투했다.
일본 전역의 4000개가 넘는 고등학교 야구팀 가운데 치열한 예선을 거쳐 겨우 49개 학교만 나서는 고시엔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대회기간 총 관중은 무려 85만여 명으로 올해보다 경기수가 많았던 1998년을 제외하면 1991년 이후 최다로 기록됐다.
이 같은 폭발적 인기의 한 가운데 사이토 유키가 있다. 18세의 어린 이 고고야구선수는 올 여름 일본 열도에 메가톤급 고교야구 열풍을 몰고 왔으며 1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아이돌 스타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폭발적 인기의 뒷면에는 엄청난 혹사라는 어둠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사이토는 모교의 우승을 위해 봄 대회를 포함에 무려 1500개가 넘는 공을 던진 것이다.
물론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이 반드시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프로에 진출한 이후에도 고교시절의 명성에 걸 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2001년 고시엔 대회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데라하라 하야토는 고교 때의 혹사로 팔꿈치 부상을 입고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6월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광주진흥고 투수 정영일이 16회까지 던지며 222개의 투구수를 기록해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온몸을 혹사해가며 공을 던지는 투수들. 그들은 어떤 직업병을 갖고 있을까?
가장 흔한 건 어깨와 팔꿈치 부상
투구와 직접 관련된 팔꿈치 및 어깨 등의 부상이 가장 일반적이다. 탬파베이의 서재응 사례가 대표적인데. 그는 미국 진출 초반 팔꿈치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다.
최근 부상을 입은 기아 강철민은 팔꿈치의 미세한 뼛조각 2개가 떨어져 나와 뼈와 인대 사이를 돌아다니며 인대를 자극, 투구 때 통증을 유발하는 부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의 최상덕도 기아 시절 팔꿈치 부상에 한동안 시달린 적이 있으며 두산의 김성배도 팔꿈치 부상을 겪었다가 최근 복귀했다. LG의 대졸신인 김기표는 초반 맹활약했으나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한화는 지난해 4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정민철은 시즌 중반 입은 오른쪽 팔꿈치 부상 때문에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아픔이 있다.
어깨부상도 투수들에게는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기아의 김진우는 지난 2004년 무릎부상을 당한 데 이어 올해는 오른쪽 소흉근(가슴과 어깨 사이 근육) 부상이 재발해 복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기아의 장문석은 지난 7월까지 15연속 세이브를 기록했으나 어깨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내려가 2군경기에서 복귀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역시 같은 팀의 정원도 21경기에 등판해 3승(1패) 4홀드를 기록하며 든든한 중간계투로 활약했지만 시즌 후반기 들어 어깨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허리부위 고질병도 조심해야
메켈게실로 인해 사실상 올 시즌을 접은 박찬호는 이전에 허리부상으로 힘든 시즌을 보낸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선 박찬호는 그러나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3년간 고질적인 허리부상에 시달려 큰 성적을 내지 못했다.
LG의 최원호는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두 달 만인 지난달 16일 1군에 복귀했으나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에서 4회 땅볼을 처리하다 어깨를 다쳐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2군행이다.
인천 동산고 출신의 SK 3년차 투수 송은범은 입단 당시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허리부상으로 겨우 4경기에 등판, 4⅔이닝을 던져 1승을 거둔 것이 고작이었다.
LG의 김광삼도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현재는 재활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부상 패턴들
한편 이외에도 투수들은 빨래를 쥐어짜듯 허리를 강하게 비트는 힘으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장 질환도 많은 편이다. 구대성이 탈장(스포츠헤르니아)으로 수술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이런 물리적인 원인 말고도 스트레스에 따른 질환도 있는데 지난 2000년대 초반 당시 두산 소속의 마무리 진필중(현 LG)은 한달 가량 선발로 보직을 바꾼 적이 있다.
선천적으로 장이 약했는데 매번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던 관계로 장에 탈이나 복통. 소화불량 등에 걸린 것.
김진섭 정형외과의 김진섭 원장은 “야구부상 통계를 살펴보면 선수의 7~80%가 어깨와 팔꿈치에 부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허리와 발목 등을 다치는 선수들도 있지만 다른 종목에 비하면 매우 드물고 주된 부상부위는 어깨와 팔꿈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팔꿈치와 어깨 부상 중에서도 일반인은 잘 안 다치는 관절와순이나 뼈조각, 팔꿈치 인대 등이 대부분이며 어깨 물혹이나 주두 스트레스 골절 등 흔치 않은 부상을 입는 선수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원장에 따르면 각 구단이 시즌 초 신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메디컬테스트와 시즌 후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에서도 부상의 대부분이 어깨와 팔꿈치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