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주말 탄핵된 임현택 전 회장의 빈자리를 메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을 선출했다.
박형욱 신임 비대위원장은 소외된 전공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를 향해선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13일 열린 의협 대의원회 투표에서 박형욱 위원장은 총 유효표 233표 가운데 과반을 넘긴 123표(52.79%)를 받으며 결선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71표(30.47%),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35표(15.02%),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은 4표(1.72)를 각각 차지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차기 회장을 뽑을 때까지 약 두 달간 의협 수장 역할을 맡는다. 박 위원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예방의학 전문의로, 의사가 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잠시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이명박 전 정부 시절인 2010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로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선 직후 소외된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강조하는 한편, 정부를 향해선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선 소감에서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어 현 의료농단 사태는 급격히 해결되기 어렵다”며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놨고,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이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들이 돌아갈 수 있게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분은 윤석열 대통령이며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국민은 의료 파탄에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운영과 관련해 그는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위원장의 독단”이라며 “향후 구성될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대위 운영에서 그동안 소외돼 온 전공의와 의대생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해 전공의 및 의대생들과의 공조 전선 구축을 시사했다.
두 달 남짓의 임기이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의협 내부 잡음을 잠재우고 여러 갈래로 나뉜 의료계 의견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았다.
앞서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박 비대위원장을 지지한 만큼, 기한없이 길어지는 의정 갈등 상황에서 비로소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일각에선 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 의대 정원 문제 등 굵직한 사안을 비대위가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