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는 최근 시민단체를 비롯한 일부에서 의약품에 대한 슈퍼 판매 요구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공휴일이나 심야시간대 의약품을 구입하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과연 우리나라의 약국 접근성이 슈퍼판매를 거론할 정도를 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홍보이사는 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하는 나라들의 경우 지역이 광활하거나 대중교통망이 발달되지 못해 자동차 없이는 쇼핑 등의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이며, 이들 국가들은 의약품 판매를 약국으로만 제한할 경우 주민 불편이 극심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1약국당 주민수가 2400여명에 불과, 미국의 경우 6000여명이며, 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도 5100여명으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많아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벨기에, 에스토니아, 사이프러스, 핀란드, 프랑스, 그리스, 헝가리, 이태리,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포르투갈, 슬로베키아, 스페인, 스웨덴, 터키 등 상당수 국가들은 아직까지 의약품 슈퍼 판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주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약국 접근성이 양호하고, 의약품 슈퍼판매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슈퍼 판매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 이사는 의약품은 공산품과 달라 전문가에 의해 투여되지 않을 경우 부작용과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약화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사회가 간호대학을 졸업한 보건교사들이 학교에서 의약품을 투여하는 행위는 약화사고 등 국민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학교보건법 시행령 관련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건의한 것에 대해 간호사에 의한 투약은 반대하는 의료계가 슈퍼 판매 허용을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이사는 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하게 되면 위해의약품이 발생해도 이를 제대로 수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뇌출혈 위험으로 수거ㆍ폐기 명령이 내려진 PPA(콘택600등) 의약품의 경우 약국에서 수거가 완료된 6개월 후에도 상당수 슈퍼마켓에서 이를 판매하다가 식약청에 의해 단속된 사례가 있고, 최근에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디클로르보스 함유 살충제에서 동물실험 결과 발암성이 확인돼 약국에서는 모두 회수됐으나 슈퍼에서는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박 이사는 또 만약 의약품이 슈퍼 등 약국외 장소에서 판매될 경우 의약품을 오용 또는 남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노인 및 어린이 약물사고 증가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부작용 ▲보고 및 약효재평가 배제 ▲치료시기 지연 및 의료비 증가 등의 부담을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