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씨(32)는 최근 들어 몇 주째 복통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사르르 배가 아픈 정도 였지만 요즘은 심한 소화불량에다 설사까지 겹친 상태. 하루 종일 에어컨을 가동하는 사무실에서 일하다 냉방병에 걸린 것이다. 냉방병을 비롯해 여름철 유행 복통과 설사를 어떻게 예방해야 할지 알아보자.
◇에어컨 바람에 아픈 배=하루 종일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감기뿐 아니다. 설사나 소화불량 같은 위장질환이나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면 자연스럽게 실내·외의 심한 온도 차이가 생기고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세란병원 내과 복현정 과장은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에서 밀폐된 공간에 오랫동안 있으면 여러 가지 유해물질과 병원균이 포함된 실내공기에 신체가 지속적으로 노출돼 병을 얻기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내 생활이 많은 회사원이나 학생들은 이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덥다고 너무 에어컨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몸이 지나치게 차가워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에어컨이 계속 가동되는 실내라면 긴 옷을 걸쳐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좋다.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마사지를 해서 혈액 순환을 돕는 것도 냉방병을 예방하는 한 방법.
◇잘못 먹은 음식 배앓이로 이어진다=여름철엔 음식 하나도 꼼꼼히 따져 먹지 않으면 배앓이를 하기 십상이다. 자신도 모르게 상한 음식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외부온도가 높은 여름철, 특히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유해 세균이 번성한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음식물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비위생적인 음식,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음식, 익히지 않은 음식은 식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무엇보다 개인청결에 신경쓰고, 물도 가급적 끓여 마시는 게 좋다.
일단 복통과 설사 등이 생기면 이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반나절 가량은 음식을 먹지 말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특히 급성기에는 우유나 유제품, 김치 같은 고섬유질 음식, 기름진 음식, 맵고 짠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야 한다. 커피 코코아 콜라 등과 같은 카페인 음료, 술도 피해야 한다.
설사와 복통이 심할 때는 하루 정도 음식물 공급을 중단하고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을 보충한다. 이후 설사가 줄어드는 등 상태가 호전되면 미음이나 쌀죽 등 기름기가 없는 담백한 음식부터 섭취한다.
◇해외여행 때 생기는 물갈이병도 주의=휴가철에는 흔히 ‘물갈이병’이라고 하는 ‘여행자 설사’ 역시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여행자의 집단 설사 발생건수는 6배, 환자수로는 배가 늘어났다. 대부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 여행객들이다. 해외여행 중 20∼30% 정도가 복통과 설사를 경험한다는 통계도 있다.
여행시 겪는 복통과 설사는 세균이 직접 장에 들어와 증식을 하며 독소를 내뿜기 때문에 발생한다. 잠복기도 8시간에서 5일까지로 다소 길다. 때로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복통과 설사를 겪기도 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물갈이병은 대부분 3∼4일 안정을 취하고 간단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호전되기 마련”이라며 “다만 심한 설사가 계속되고 피가 섞여 나오는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날 경우엔 이질이나 콜레라를 의심,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전문기자(kslee@kmib.co.kr)